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옮기기 이전부터 오랜시간 손석희는 언론인중 영향력과 신뢰도 1위를 유지해왔다. 그는 소위 메이져 방송사나 신문사의 사장도 아니었다. 백번 양보해 기자출신도 아닌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몇년동안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하나만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할 것이다.
손석희가 그러한 신뢰도와 영향력을 유지해 온 것은 그의 인터뷰 실력이 크다. 어떤 인물이던 그의 앞에서는 긴장해야 했고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의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삼단 논법에 기초한다. 인터뷰하는 이는 A를 주장한다. 자연스럽게 A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그러나 C라는 결과가 나오는데 A와 충돌되는 것이 아니냐? C는 예상되는 결과일 수도, 예전에 인터뷰어가 주장했던 상충되는 주장, 또는 사실관계가 다른 것을 제기하는 것도 해당된다. 이 경우 보통 인터뷰어는 소위 동공지진(?)을 일으키면서 시청취자는 사이다를 느껴왔다. 더불어 약자에 대한 시각과 권력에 대한 균형과 더불어 손석희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온 것이다.
그러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종편으로 이직할 때는 기대 보다 우려의 시선이 더 큰 것도 사실이었다.
중앙일보를 모태로한 종편에서 개인의 의지와 능력만으로 자신의 스탠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현재의 위치를 일구어 왔다. 그 과정중 세월호와 최순실의 태블릿 피씨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선 과정과 대선 이후를 통틀어 뉴스룸으로 보여지는 일련의 보도성향과 잦은 실수(?)들은 손석희라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문재인 정부와 청문회 대상자들에 대한 것은 더욱 그렇다.그 밖에도 다양한 지적들이 있어왔지만 언론의 기계적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스탠스를 이해해햐 한다는 반대담론이 컸다. 그러나 어제 방송된 강경화 후보자의 청문회를 악마의 편집과 이태규의 인터뷰로 맹폭한 것은 며칠전의 로드뷰 취재(?)에 대한 곤조로 비판받기에 충분했다. 어제부로 뉴스룸을 시청을 중지해야겠다는 개인적인 작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마지막 돌출변수가 등장했다. 오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강경화 임명을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을 열었다.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부 소속공무원 노조의 지지성명도 있었다. 고여있는 외교부의 개혁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손석희 기존 스탠스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장과 개혁을 요구하는 조직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상위개념으로 두고 유지해왔었다.
정리하자!
A.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개혁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이 강경화를 요구하고 있다.
B. 강경화를 임명하는 것이 손석희 기존의 입장에 부합된다.
여기에서 모범적인 C는다음과 같다.
A를 강조한다. 청문회에서 일정정도 의혹이 해소되었다. 반면 야당은 반대입장을 확정해 임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나마 기계적 균형을 유지하는 가장 깔끔한 보도내용일 것이다. 강경화 임명을 긍정적으로 서술할 필요도 없다. 이게 최소한이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입장을 무시하거나 극히 작은 비중으로 취급한다면 지금까지 손석희가 인터뷰어를 공격해왔던 삼단논리를 위배하게 된다. 본인의 곤조를 위해 철학과 스탠스까지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 뉴스룸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강경화에 대한 연관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손석희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언론인인지 혹은 언론꾼이지를 가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