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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계속되면 운명이라더니 - 1
게시물ID : animation_3052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흐디안
추천 : 0
조회수 : 3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1/30 12:17:57
하루 온종일 나는 자다가 말다가 자다가 말다가 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배가 고플 즈음에 난 자는 것을 포기하고 자취방 한 구석에 있는 나의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먹을 것이 없을까, 라는 미묘한 기대감을 가지고 열어봤을 땐. 이미 시들어버린 양파와 먹다남은 쿨피스가 남아있었다. 
분명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마는, 괜스레 남아있는 한 꺼풀의 헛된 희망 아닌 희망에 기대치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는 곧 나로 하여금 장을 보라고 하는 냉장고만의 무언의 시위같지 않은가. 이런 상황을 내게 토로하듯 냉장고는 우웅거리면서 그 기동을 재개하고 있었다. 
귀찮다. 먹을거라면 사먹으면 그만 아닌가. 이런 생각에 나는 평소와 같이 밖에 나가 음식을 사먹기로 결정하였다. 
외모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나는 대충 팬티바람에서 벗어나 후줄근한 옷을 입어 바깥으로 나가게 되었다. 
길 바닥으로 나가니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인가, 서로가 튀어보이는 옷을 입으며 서로에게 돋보이기 위한 옷을 입고 있고, 그들이 배경이 된 채로 남아있는 나 자신은 꽃밭속의 잡초요, 진흙이었다. 
칙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나 스스로가 그들에게 부담이 되었는지, 그 근처로 가기만 하면, 모세의 기적처럼 양 가로 물러나는 사람들이 있다. 
누가 보면 마치 내가 나쁜 놈인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그럴 기분에 가라앉아버릴 새도 없이 내 목적지는 어느샌가 코앞에 있었다. 
중국집이다. 그것도 나름 단골이라고 생각되는 가게. 조금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여기만큼 맛있는 곳을 나는 찾아본 적이 없기에 나는 이곳을 꽤나 자주 방문했다. 문을 들어서자, 사람들이 앉아서 맛있게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허나 나는 아랑곳 않고 내가 자주 앉는 자리에 가서 앉으려고 했다. 그랬었다. 그러나 거기엔 어떤 칙칙한 포스를 풍기는 여자가 후드티를 쓰고 혼자 앉아있었다. 
나는, 그 건너편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무엇을 먹을 지 골몰히 생각하고 있었다. 짬뽕을 먹을까, 마파두부밥을 먹을까 그렇게 궁리하고 있을 때였다. 
가게 사모님이 마파두부밥을 내쪽으로, 정확히는 내 뒤쪽의 여자에게 주었다. ...마파두부 밥을 먹기로 결정했다. 식사가 다 되어 갈 즈음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텅빈 그릇을 내버려두고 카운터로 걸어가 계산을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내 옆에 후드녀가 와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것에 스스로에게 자부한다. 정산을 마치고 이제 가려고 할 때였다. 카운터가 조금 요란했다.  
뭔가 하는 마음에 돌아봤다. 후드녀가 당황하고 있었다. 마치 이런일이 일어날리가 없는데, 같은 느낌으로 자기 몸의 주머니란 주머니는 다 뒤지고 있었다. 
...돈이 없는 걸까. 왠지 애처롭기도 했지만, 어찌저찌 해서 당사자들끼리 잘 넘어가겠지 하는 생각에 나는 갈 길을 가려고 했다. 
그 와중에 한가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원래 내 지정석에 놓여있는 토끼모양의 반지갑. 꽤나 귀여운 디자인이었지만, 한가지 확신하게 된 건 저건 후드녀의 소유물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추측할 수 있었다. 
다시 후드녀를 응시했다. 언뜻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왠지 느낌이 시원치 않아서, 그 반지갑을 집어 카운터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카운터에 내놓았다. 후드녀가 당황하는 일을 멈추고 반색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는 지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려고 하는데... 
여기서 한마디 하자면, 나는 그렇게 천원짜리만 많은 지갑은 내 평생 그 날 처음봤다.  한 족히 20장은 넘어보이는 장수로 깨나 두툼하게 보였다.  
그래봤자 천원이었지만. 모든 일이 원만하게 풀린 것 같아 가게를 나와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배를 가볍게 두드리며 이렇게 나즈막히 말했다. 
"잘 먹었다!" 
그리고 다시 기지개를 피고 자취방에 돌아가려고 할 즈음이었다. 
 "저기요!"  
내 바로 뒤에서 들린, 꽤나 고운 느낌의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있었던건 아까의 후드녀였다. 그러나 돌아본 뒤에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무슨 용무라도???"
그녀는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예쁜 외모였다. 다만 한가지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도 좀 깬다.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필시 내 외모가 영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추측하고 있었다. 평균적인 사람들하고 비교하면 나는 못생긴 부류였으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불러세워두고 아무것도 안하는 건 영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에 나는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용무가 없다면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 갈길을 갔다. 어느새 저녁이 되어, 뭔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나올 때였다. 
밖에 나갔다가 장볼거리 대충 사온 나였기에, 저녁은 편안하게 자취방에서 먹을 수 있었다. 좀. 맛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제 뭐하지 멍 때리고 있을 즈음에 카톡이 왔다. 내가 속한 만화 동아리였다. 그것도 동아리 회장인 내 동기에게 온 카톡이었다. 
그 내용인 즉슨, 
"야! 회의 안오냐?" 
순간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자각했다. 
어쩐지 수업도 없고 그래서 토요일인줄 알았는데 금요일이었다. 그걸보고 나는 답장만 하고 어영부영 아까와 같은 복장으로 동아리 방으로 갔다. 
문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을 때, 어쩐지 오늘따라 동아리방이 시끄럽다는 걸 알아챘다. 평소대로라면 나랑 친한 사람들이 요란한데, 그런 사람들도 내가 가기 전엔 조용조용한 편인데, 왜???? 의문이 생기는 나 자신이었지만 조금 늦어버렸기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하고 몸을 돌려 문을 닫았다. ...어느샌가 있었던 담화가 끊겨 있었다는 걸 자각한 건 문을 닫자마자였다. 
뭔가 잘못한 기분이 나를 옥죄어 오기에, 뒤돌아서 다시금 한마디 했다.  
"늦어서 미안하다..."
그러나 나의 말은 거기서 끊겨버렸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이유 설명을 할 생각이었지만. 내가 마주한 건 아까의 그 후드녀였다. 것도 이번에는 꽤나 화려한 옷을 입은 상태였지만 말이다.  정적이 미묘하게 흘렀다. 
이 사람이 왜 여깄지. 
이런 생각 하나만 들었다. 그렇게 멍때리고 있을 즈음에, 회장이 내게 말했다. 
"야! 왜 이리 늦었냐?" 
나는 말을 잇지 못하다가 대충 대답했다. 
"...밥먹다가 늦었다." 
그리고 내가 말문을 때려 할 때. 그녀가 말했다. 
"그...성격 좋다는 부원분이...?" 
회장이 말했다. 
"어ㅋㅋ얘야ㅋㅋㅋㅋ난 잘생겼다는 말은 안했다?"
 ...도대체 무슨 사기를 친걸까. 근데 왜 이분이 여기 있는지 의문인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회장이 말했다. 
"아, 이쪽은 그리고 오늘 막 들어오게 된 신입 부원이야! 사대 3학년이래." 
정적이 흘렀다. 회장이 다소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 
"어, 일단 같은 동아리원인데 통성명이라도 해라." 
수긍했다. 
"인문대 XX학과 10학번 3학년 S야" 
"사회대 XX학과 13학번 3학년 K...입니다."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건 K양이었다. 
"저 이 동아리 가입하는 건 다시 생각해볼게요." 
...역시나. 그러나 회장은 그리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들어올땐 마음대로 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명대사다. 정확히는 L형이 유행어로 맨 처음썼던 말이지만...이순간 만큼은 싱크로가 200%가 넘어보였다. 그러자 그녀의 안색이 파랗게 질리며,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이거 분위기 쫑난 거 같은데.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고. 회장이 내게 다가와서 한마디 했다. 
"너, 저 애한테 뭔짓 했냐??"
"...오늘 점심 먹을 때 그냥 지갑 찾아주고 끝인데???"
"알고 있었다는 소리네?" 
"어차피 관심 없어서 몰랐지. 우리 동아린 줄 누가 어떻게 알아." 
그 때 였다. 친한 동생 J군이 한마디했다. 
"형님! K양 지갑하고 핸드폰 놓고 갔어요!" 
...왠지 느낌이 안좋다. 그 때였다. 핸드폰이 수신자 표시제한으로 전화가 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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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간단하게 썼던 글입니다.
현재 2화만 쓰고, 귀찮아서 그냥 안썼던 글이네요.
이런거 좋아하시는 지는 모르지만, 혹시 몰라서 올려봅니다. 반응이 좋으면 여기서 연재해도 되겠지요...
반응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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