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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트라이브> 폭력에 대한 이야기 : 소리 없는 울부짖음
게시물ID : movie_397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데모닉F
추천 : 3
조회수 : 110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1/30 1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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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브 Plemya / The Tribe 2014년작


장르 : 범죄, 드라마
국가 : 우크라이나
감독 :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국내개봉일 : 2015.01.29



폭력에 대한 이야기 : 소리 없는 울부짖음

 

 

이 영화는 한 청각 장애인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대사도 없고, 자막도 없다. 감독은 실제 청각 장애인들인 배우들의 수화와 몸짓, 표정만으로 자신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냈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수화를 알아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과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있었던 무성영화와 달리 감독은 대사가 없다는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극대화시켜 캐릭터와 영화에 더욱 몰입하는 장치로 승화시켰다. 일상 생활에서 거의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언어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우크라이나 감독의 시도는 굉장한 도전이다. 2시간이 넘어가는 짧지 않은 이 영화를 자막도, 대사도 없이 보고나서 다른 영화들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저릿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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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인은 기본적으로 약자들이다. 단순히 사회적 역할이 소외되어있을 뿐 아니라 신체적 능력의 한계가 그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주인공 세르게이가 길거리에서 한 아주머니에게 농아 학교로 가는 길을 묻기 위해 종이에 뭔가를 적어가며 끙끙대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세르게이가 도착한 농아학교는 마치 정글을 방불케 했다. 약자들의 공동체 속에서도 강자와 약자는 또 다시 나뉘었다. 소외된 사람들 사이에도 권력이 존재했다. 이방인인 세르게이에게 선택이 강요되었다. 그들에게 인정받고 동참 할 것인가, 아니면 그 중에서도 언저리로 밀려나 조용히 숨만 쉴 것인가. 


농아 학교 내에서 권력을 이루고 있는 폭력 서클은 돈과 섹스로 유지된다. 가장 인간의 1차원적인 본능들. 동물적인 욕구가 그 서클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며, 여기엔 학교를 운영하는 교사들이나 외부인들이 결탁되어 있다. 장애인이 아닌 일부 교사들은 청각 장애인이며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사욕을 채워나간다. 외부의 힘과 결탁해 교내 폭력 서클은 농아 학교라는 소수 집단 내에서 일종의 자기 부정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폭력적인 질서 속에서 소위 찌질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는 강해져야 했다. 주인공 세르게이는 이들 서클에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그 공간은 말 그대로 정글이다. 약육강식의 집단 속에서 약하다는건 곧 존재의 의미가 사라져간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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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끔찍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은 사실은 사회 전체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사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쉽게 이용당하고 착취당한다. 장애인들에게 성의 상품화나 육체의 저임금이 얼마나 쉽게 용인되고, 또 사회적으로 그러한 유인들이 많은지를 생각해보면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은 심지어 서로를 이용한다. 이는 사실 소수자 집단 뿐 아니라 모든 집단에서 수직적 서열화가 강력하게 나타나면 발생하는 일이다. <트라이브>는 다수-소수 간의 권력관계와 폭력이 소수 집단 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는 부조리하고 비이성적인 비극적이고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부조리는 소수자 집단 내의 상승에 대한 욕구가 집단 외부의 유인들(탐욕, 이기주의)과 결합되어 저열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소수 집단 속에서 반복되는 폭력의 구조 속에서는 사실 모든 사람이 피해자가 되어버린다. 그러한 폭력을 유발하는 유인은 외부로부터 오는 반면 집단 내부 구성원들이 서로를 혹은 스스로를 착취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안나는 매일 트럭 운전수들에게 몸을 팔러 다니고, 그녀를 데려다주곤 했던 서클의 한 남학생은 트럭 소리를 듣지 못해 차에 깔리고 만다. 그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 몇몇은 병신으로 낙인찍혀 완전히 고립되어버린다. 외부의 폭력이 집단 내부 혹은 스스로의 폭력으로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개개인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들이 <트라이브>에 절절하게 녹아있다. 여기서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폭력의 고리 속에서 사실 모든 사람은 고독하다. 이들의 소리없는 울부짖음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할 뿐더러, 그들이 지니고 있는 고독과 상처의 크기를 짐작케 했다.


주인공 세르게이는 이러한 구조속에 끝까지 매몰되지는 않았다. 아니 어쩌면 철저히 이용했다. 인정받기 위해 서슴치 않고 많은 일들을 나서서 했다. 하지만 그의 사랑이, 그의 미성숙한 사랑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주기적으로 몸을 파는 한 안나를 좋아하게 된 세르게이는 서클의 질서를 거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글에서 폭력의 질서를 거스를 수는 없다. 결국 돌아오는 것은 더 큰 폭력이었고, 세르게이는 이를 다시 폭력으로 되받아야만 했다. 이 음울한 크로아티아 영화는 결국 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집단과 구조의 폭력. 그 속의 개인의 폭력. 폭력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소름끼치도록 고통받는 수많은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 그 소리 없는 울부짖음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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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블로그 '이야기와 삶' http://blog.naver.com/adsl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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