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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검열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고찰
게시물ID : freeboard_9542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urakumo
추천 : 11
조회수 : 196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06/30 00:23:13
 

며칠 전 미국의 코미디언 빌 마허가 자신의 토크쇼 'Real Time'에서 유머의 검열에 대해 논했는데 이게 요 근래 오유 상황과 묘하게 잘 맞아떨어지더군요. 해서 영상을 한번 가져와봤습니다... 만 자막이 없으니 일단 설명을 해야겠군요.

최근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들이 대학에 방문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합니다. 영상에서는 제리 사인펠드, 래리 휘트니, 그리고 국내에서도 제법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크리스 락을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이들이 대학 공연을 거부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그와 드립에 대한 지적질이 과도하다는 거죠. 유머는 희화화 없이 성립하기가 힘든데 희화화가 들어갈 때마다 '차별적이다' 내지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 튀어나오니 진행이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 와중에 어떤 대학생은 제리 사인펠드에게 '올바른 코미디'를 설파하는 편지까지 보냈다고 하니, 프로지적러라는게 의외로 국제적인 현상인 모양입니다.

물론 세상에는 차별이라는게 실존하고 이를 행하거나 이론적으로 설파하는 사람에 대한 규제는 필요합니다. 요즘 일부에서 무슨 유행어마냥 남발하고 다니는 단어인 '헤이트 스피치'가 바로 이런 부분을 의미합니다. 허나 유머와 희화화는 차별을 긍정하는 것도, 퍼트리는 것도 아닙니다. 레바가 허구한 날 병신을 자칭하고 다니지만 그에게 어떤 질환이나 장애가 없다는 점은 화자와 청자 모두가 익히 알고 있죠. 작은 부분을 크게 부풀려서 보여주는 '과장'은 유머의 핵심 코드이고, 듣는 사람 역시 이 부분을 이해하고 있기에 웃음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지적러들은 '당신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과장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합니다. 마치 자신이 사실이 아니라는 부분을 최초로 발견했다는듯이 말이죠. 이에 대해 제리 사인펠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단지 '인종차별이다!', '성차별이다!'와 같은 말을 내뱉고싶을 뿐,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을 찌르는 지적입니다.

애초에 모두가 사실이 아님을, 과장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에 유머는 성립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이 아님을 이유로 지적질을 시전하는건 그야말로 지적을 위한 지적이고, 그 바탕에는 '남들은 저걸 사실로 받아들이겠지'라는 무지와 '나는 달라'라는 중2병적 자기중심주의, 그리고 '내가 이것을 바꿔야 해'라는 일종의 영웅심리가 깔려있습니다. 앞서 행동하는 영웅심리는 결코 그 자체로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 뿌리가 무지에 있다 보니 안타까운 결과를 낳는거죠.

유머는 결국 유머일 뿐입니다. 개인이나 집단간에 존재하는 사소한 특징이나 차이점을 과장하고 희화화하여 웃음을 주는 행위이지 결코 그 과장을 사실로 포장하거나 설파하는 연설이 아닙니다. 크리스 락이 종종 '흑인들 멍청해' 드립을 날리는게 정말 흑인들이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가 아니죠. 애초에 과장을 '사실'로 전달하는 순간 유머는 사라지고 관객(혹은 청자)과의 암묵적인 합의도 깨집니다. 그 다음에 날아오는게 진짜배기 '비판'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감수성은 다르고 많은 사람들이 웃고 즐기는 유머라도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거슬릴 수 있습니다. 허나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누구에게도 거슬리지 않는 유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됩니다. 빌 마허의 클로징 멘트를 옮기자면 누구나 풍자와 희화화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희화화는 원래 'fair'하지 않습니다. 과장되어있죠. 대상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가 불가를 논하기보다는 유머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관용을 가질 수 있는 사회(그리고 사이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ZNJyDyCoc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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