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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는 엄마의 엄마라는걸 오늘에서야 깨닫네요
게시물ID : gomin_13375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란음란열매
추천 : 5
조회수 : 4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1/30 20:52:15
엄마가 오랜만에 외할머니 얘기를 해주시더라구요

외할머니 제가 어릴때 돌아가셔서 외할머니에대한 기억이 많이 없는데

가끔 이렇게 얘기를들으면 외할머니가 어떤분이였는지 곰곰히 생각을 하게 돼요

저희 엄마는 8남매중 막내에요

외삼촌 네분과 이모 세분이 계시는데 큰이모와 엄마의 나이차는 20살이 넘게 납니다

막내삼촌은 엄마보다 6살 위 이신데요(지금은 고인이세요)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난후 자퇴를하고 군에 입대를 하셨대요

외할아버지 바람피우시면서 한참 재산 탕진하고 그러실때라서 외할머니가 정말 힘들어 하실때거든요 

직업군인으로 입대를하면 대학도 보내준다고 하고 (예나 지금이나 참) 외할머니 힘들어하시는것도 도와드릴수 있을것 같다면서요

한겨울에 입대를 한거라서 3월초에 엄마와 함께 면회를 가셨다고 하더라구요

삼촌이 만둣국을 좋아하셔서 만둣국 보온병에 싸들고 음식도 막 싸들고  기차타고 가셨다더라구요

좋은 보온병은 비싸서 그냥 국산 유리 보온병들고 가셨대요

 
 부평이였는데 40년전인 그때는 거기도 엄청 시골이였다고...

막 기차타고 엄마랑 덜컹거리면서 위병소 앞으로 가고

벤치에앉아서 막내삼촌을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걸어오더래요

얼굴은 커녕 팔다리가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도 안될 거리에서도 본인 아들이신걸 한눈에 알아보더라구요

근데 외할머니는참 안 우는 스타일이셨대요 

그때도 입술을 꼭 다물고  울지를 않으셨대요

외삼촌 귀는 얼어서 시푸르딩딩해지고 코도 빨갛게 부어오르고 온 얼굴이 다 까칠해서 봐줄수가 없었대요

그 얼굴을보고도 눈물한방울 흘리지 않으셨다네요

외삼촌보고 할머니께서 "우리 혜성이 좋아하는 만둣국 끓여왔다. 얼른 먹어라" 하시면서 만둣국을 따르시는데

그릇으로 유리조각이  쏟아지더래요

큰맘먹고 면회간다고 마련한 보온병이, 차마 일제를살수는 없어 국산을 샀더니 내부가 깨져서 만둣국에 섞여나오더라는 거에요

외삼촌도, 외할머니도 아무렇지않은척 했대요

"어머니 이거 유리섞였는데?ㅎㅎ 그냥 다른거 먹어야겠어요" 하면서 다른음식을 집어들던 외삼촌도

그걸 보고있던 외할머니도 가슴이 찢어졌겠죠

그렇게 막내아들 먹이고 위병서 안으로 들여보내고

초등학생 막내딸을 데리고는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오셨대요

그렇게 집으로 들어오니 외할머니 그제야 무너지시더래요

세상이 떠나갈것처럼 대성통곡을 하시는데, 그게 저희 엄마가 기억하는 외할머니의 첫 눈물이래요

근데 저때 막내삼촌을 보는 외할머니가, 제작년 제 훈련소 수료식에왔던 엄마의 마음일거고

그렇게 어머니를 보내고 뒤돌아섰던 막내삼촌은, 수료식이끝나고 훈련소로 돌아가던 제 모습일테고요

울고있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어린 엄마는, 지금 엄마를 보고있는 제 모습이겠네요 

엄마는 외할머니의 딸이였다는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냥 뭔지 모르게 많이 죄송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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