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
저는요. 남을 많이 미워하고 판단을 자주 합니다. 타인에 대한 미움을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법륜스님:
타인 누구를 미워하는데?
질문자:
저한테 잘못을 저지를 사람...
법륜스님:
어떻게 잘못을 저질렀는데?
질문자:
뭐... 연필을 빌려서 안돌려주거나....
법륜스님:
연필을 빌려서 안돌려주면 돌려 달라 그러면 되지.
질문자:
돌려달라고 했는데요. 잃어버렸대요.
법륜스님:
잃어버리면 할 수 없지. 어떻게 해? ‘어 그러냐?’ 하고 끝내면 되지.
질문자:
어, 그래도요. 그건 좀... 기분 나쁘고요.
법륜스님:
미워하니까 연필이 돌아옵디까?
질문자:
네?
법륜스님:
미워하니까 연필이 돌아오더냐고?
질문자:
아니요.
법륜스님:
그러면 미워하면 자기만 손해지. 또?
질문자:
예를 들어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냥 다가와서 욕을 하거나...
법륜스님:
욕을 하면 지 입만 더럽지 뭐. 지 손해지 내가 무슨 상관이야?
질문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생각이 안 나네요.
법륜스님:
별일 없다는 거야. 그때그때 잠시 있다가 없어지고 있다가 없어지고 그러는 거지. 지금 생각이 안날정도니까 별거 아니라는 거야.
질문자:
아니요 근데 저는 매일 생각해요.
법륜스님:
그때 일어나는 거지. 생각에서 일어나는 거지 별거 아니라는 거야.
질문자:
그런 거 아니고요. 한사람을 싫어하게 되면요. 저는 진짜로 2년, 3년 동안 갈수도 있어요. 미움이.
법륜스님:
어, 그러면 누구 손해인데?
질문자:
네?(웃음)
법륜스님:
왜 미워하는데? 그거 2년, 3년 갈만큼 미운 짓을 했나?
질문자:
네. 저는 그만큼 상처를...
법륜스님:
뭐라고 했는데?
질문자:
그냥 그런 것이 저에게 상처를 주는 거 같아서...
법륜스님:
여기 상처준사람 아무도 없어. 지가 입은 거지.
질문자:
아니에요. 상처 줬어요.
법륜스님:
뭐라고 어떻게 해서 줬는데?
질문자:
욕하거나 아니면...
법륜스님:
욕하면 지 입만 더럽다니까?
질문자:
저한텐 큰 문제에요. 그래도.
법륜스님:
그거 문제인데, 문제를 들어보니까 별거 아니잖아?(청중들 웃음)
질문자:
저에겐 큰 문제에요...
법륜스님:
연필 그거 빌려가서 안주면 달라면 되고, 잃어버렸다면 그만이고 그렇지 뭐. 돈도 빌려줬는데
안돌려주면 달라고 하면 되고, 없다고 하면 할 수 없지 뭐 어떻게 해?
질문자:
아 근데 잃어버린 건 좀...
법륜스님:
잃어버릴 수도 있지.
질문자:
그게 한두 번도 아니고...
법륜스님:
그래.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어. 살다보면. 근데 그게 니 성질대로 안 된다고 짜증내고 인상 쓰고 그러면 니만 성질 드러워지지 뭐.
질문자:
아니 그런 것보다 좀... 예의 없어 보이잖아요?
법륜스님:
예의란 게 본래 없어. 예의라고 정해진 게 본래 없다고. 다람쥐가 뭐 예의가 있나? 그래도 다 잘살잖아? 강아지는 예의가 있드나? 그래도 잘살아. 니가 그걸 너무 따지는 거야. 예의 없는 게 아니라 니 맘에 안 든다 이 얘기야. 세상은 니 마음대로 안 돼. 세상은 다 니 마음에 들 수가 없어.
질문자:
인간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법륜스님:
다람쥐도 생각 안하는데 니는 뭣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노? 그럼 니가 말하는 인간은 다람쥐보다 못한 인간 아니야?
질문자:
다람쥐랑 인간은 다르잖아요?
법륜스님:
어떻게 달라?
질문자:
다르죠. 사람은 생각할 줄 알고.
법륜스님:
다람쥐도 생각해.
질문자:
생각 없죠.
법륜스님:
있어.
질문자:
없어요.(청중들 웃음)
법륜스님:
다람쥐도 다 새끼 낳고 새끼 키울 줄 알고 지 양식 저장할 줄 알고,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줄 알아? 다하지.
질문자:
그냥 본능적으로 하는 거겠죠.
법륜스님:
그래. 니도 본능적으로 살면 되는 거야. 근데 니가 지금 머리가 복잡해가지고, 다람쥐는 자기생각대로 안 되도 괴로워 안 해. 근데 니는 니 생각대로 안 된다고 괴로워하는 거야. 그래서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버려야 돼.
질문자:
고치고 싶은데요. 진짜 버리고 싶은데 어떻게...
법륜스님:
그 버리고 싶은데, 고치고 싶은데 라고 하는데 안 고쳐져. 안 버려지고. 이유는? 원래 성질낼 일이 없는 줄 알아야 고쳐져. 그러니까 예를 든다면 친구가 연필을 빌려가서 안준다. 그래서 걔가 밉다. 이 미움 마음을 어떻게 없애느냐? 할 때 이 미움마음을 없애는 방법이 뭐냐? 그 연필은 빌려가서 안돌려주면 달라고 하면 되고, 달라고 했는데 잃어버려서 없다고 하면 그만이고 이렇게 생각하면 미워할 일이 없기 때문에, 미워하는 마음이 안 일어나기 때문에 버릴 것도 없다 이 말이야.
질문자:
근데 그 미워하는 마음이...
법륜스님:
그 미워하는 마음이 니가 일어나는 거는 니 마음대로 안 된다고 그게 일어나는 거야. 근데 세상은 원래 자기 마음대로 안 돼. 그러니까는 안 된다고 미워하지 마라 이거야. ‘아 안 되구나. 이거 내 마음대로 안 되구나.’ 이렇게만 생각해야지,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상대를 미워하면 안 된다 이 말이야. 그런데도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어, 또 내 마음대로 하려고 그러구나’ ‘또 내가 바보 같은 짓 하구나’ 이렇게 자꾸 돌이켜야 돼.
질문자:
저 자주 그래요.
법륜스님:
그럼 뭔데?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내가 얘기해줄게.
질문자:
그런데 안 되잖아요 잘.
법륜스님:
그래, 잘 안 되는 건 이해 돼.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잘 안되지만은 그러나 그 잘 안되는 건 니 탓이지 남 탓은 아니라는 거야.
질문자:
알긴 아는데요. 그냥 안 없어지니까요.
법륜스님:
안 없어지니까 아침에 일어나 108배 절을 해봐. 절을 하면서 ‘사람마다 다 자기생각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다 옳습니다.’ 이렇게 절을 해봐. 어떻게? ‘그들은 그들대로 다 옳습니다.’ 이렇게.
질문자:
알겠습니다.
법륜스님:
진짜 니 알고 ‘알겠습니다.’ 그러나 대충 빨리 끝내야 되겠다 싶으나?
질문자:
아 진짜 알겠습니다.
법륜스님:
어떻게 기도하라고? 108절을 하면서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다 옳습니다. 친구는 친구 나름대로 다 옳다. 내 연필 못 돌려주는 걔는 걔 입장에서는 다 그렇게밖에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자꾸 이해를 하면 누구 짜증이 없어진다? 내 짜증이 없어지고 내 미움이 없어져. ‘미움 없애겠습니다.’ 한다고 미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이 말이야. 어떻게? ‘그들은 그들대로 다 옳다’ 자긴 자기대로 옳은데,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면 걔들은 걔들 나름대로 다 옳아. 그걸 이해해야 돼. 근데 그게 딱 꼬라지 보면 안 돼. 내가 옳아, 그들대로 옳은 게 아니고. 그래서 자꾸 절을 하면서 자기 암시를 줘야 돼. ‘그들은 그들대로 다 옳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다 옳습니다.’ 이렇게. 알았죠?
질문자:
네.
법륜스님:
몇 학년이에요?
질문자:
저요? 저 고2에요.
법륜스님:
18살이가? 17살?
질문자:
저 19살인데 1년 꿇었어요.(청중들 웃음) 아 이유가 있어요. 외국에 살다 와서 1년 꿇었어요.
법륜스님:
근데 외국에 살다 와서 1년 꿇어서 그런데, 지금 막 굉장히 자기생각에 콱 사로잡혀가지고 이렇게 하기 때문에 아이고 앞으로 인생살이에 고생길이 훤하다.(청중들 웃음)
질문자:
아니에요.(웃음)
법륜스님:
그러니까 이렇게 기도 안하면 나중에 살기가 좀 힘들어져. 그러니까 잘 물었어. 잘 왔어. 자기가 자발적으로 왔나? 엄마가 시켜서 왔나?
질문자:
어, 저 자발적으로 왔어요.
법륜스님:
자발적으로 왔어? 아이고 공덕이 있겠다. 오늘 이렇게 물은 공덕으로 업장이 반은 소멸됐다.
기도하세요.
질문자:
네.
법륜스님:
근데 외국에서 살다오니까 이게 좀 심하다. 왜? 문화차이가 나니까 외국에 살던 거하고 비교해보니까 어때요? 애들이 예의 없는 거 같고, 막하는 거 같고 이러니까 자꾸 더 저런 문제가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