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에는 늘 선역과 악역이 혼재한다. 특히 끝판왕이라 부를 만한 악역들이 있는데, 현재 악역 3대장이 누군가 묻는다면 가끔씩 와서 모두를 쳐바르는 브록 레스너, 미국 남부 지방의 사이코 교주 집단인 와이어트 패밀리, 9년 만에 다시 뭉친 에볼루션(이후 어쏘리티)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악역 3대장이고 뭐고 먹이 사슬의 정점에 서 있는 남자인 존 시나는 대회란 대회는 다 씹어 먹으며 이 다음에 열릴 레슬매니아를 향해 순항 중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혹시나가 역시나 (레슬매니아 메인 경기로 직행할 수 있는) 로얄 럼블마저 씹어 먹으며 주인공이 되나 싶었던 찰나, 갑자기 경기장이 암전된다. 그리고 나타난 와이어트 패밀리에 의해 존 시나는 로얄 럼블의 승자가 되지 못 한다.

 

 그래서 결국 하위 대회라고 볼 수 있는 일리미네이션 체임버에서 도전자로 참가하는데 여기서도 역시 와이어트 패밀리의 지속적인 방해로 챔피언 등극에 실패한다. 초통령인 존 시나이지만 자꾸 자신에게 매달려 대회마다 미끄러뜨리는 와이어트 패밀리에 멘탈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와이어트 패밀리가 경기에 나서는 이유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하고,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달으라는 것이다. 이는 즉 와이어트 패밀리에게 이길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계속 그렇게 당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니, 차라리 우리와 함께 하라는 뜻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또한 원래의 자아가 이렇게 달라지게 된 것은 바로 시스터 아비게일(세 모자의 무당 할머니같은 존재인듯) 때문인데, 브레이 와이어트 자신의 피니쉬 무브명으로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존재를 의미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들 와이어트 패밀리가 존 시나에게 집착하는 까닭은 그를 타락시켜 사람들에게 절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존 시나 또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가장 거대한 대회인 레슬 매니아에서 그들을 상대하겠다는 말을 남긴다.

 

 레슬 매니아에서 존 시나는 와이어트 패밀리의 수장인 브레이 와이어트와 직접 대면한다. 그리고 몇 번이나 그를 구석에 몰아 넣지만 브레이 와이어트의 형제이자 부하인 루크 하퍼와 에릭 로완의 방해에 완전한 승기를 잡지 못 한다. 오히려 브레이 와이어트에게 존 시나가 역으로 당하는 상황. 아무리 먹이 사슬의 끝판왕이지만 3명을 번갈아 상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던지 존 시나는 실력적으로도 멘탈적으로도 급속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순간 브레이 와이어트는 존 시나의 분노를 눈치채고 그에게 의자를 던져주며 그걸 자신에게 휘둘러 자신을 끝장내라고 말한다. 하지만 존 시나는 유혹을 이겨내고 브레이 와이어트가 아닌, 난입해 다시 존 시나를 방해하려던 에릭 로완에게 의자를 날리고 스스로도 멘탈을 다잡아 브레이 와이어트에게 승리를 따낸다.

 

 

 비슷한 때, 또 하나의 거대한 대립이 진행 중에 있었다.

 경기력이 출중한 세스 롤린스, 사이코스러운 언변과 막장 행동으로 유명한 딘 앰브로스, 카리스마와 뛰어난 외모를 겸비한 로만 레인즈를 구성원으로 하는 더 쉴드는 정의의 사냥개라는 별명을 가지고 온갖 부조리한 상황에 뛰어들어 박살내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그들의 특성상 자타공인 WWE 최고의 실세이자 악당인 트리플 H가 포함된 에볼루션과의 대립을 피할 수 없었고 곧 이들과의 대립이 시작된다. 처음 한동안은 계속 당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포텐이 폭발한 세스 롤린스의 미친 활약으로 에볼루션에게 승리를 쟁취한다. 이 패배의 여파로 에볼루션의 한 축이었던 바티스타가 트리플 H와의 말싸움 끝에 에볼루션을 탈퇴하고 에볼루션은 심각한 존속의 기로의 선다. 하지만 트리플 H는 여전히 득의만만한데.

 

 이렇게 득의만만했던 이유는 후에 밝혀진다.

 박살 나고서도 더 쉴드 앞에 선 트리플 H는 우리에게 플랜 B가 있다는 말을 하는데, 순간 더 쉴드의 에이스 세스 롤린스가 의자를 들고 딘 앰브로스와 로만 레인즈를 가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트리플 H에게로 가서 붙는다. 그에게 실망한 관중들은 세스 롤린스에게 You sold out(너 끝장이야)라고 외치지만 세스 롤린스는 미소와 함께 트리플 H와 손을 번쩍 든다.

 

 더 쉴드가 해체한 것은 물론, 에볼루션이 끝나고 세스 롤린스와 함께 하는 어쏘리티 체제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팀을 잃은 딘 앰브로스와 로만 레인즈. 이들 둘은 각기의 길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초반에는 딘 앰브로스와 로만 레인즈가 함께 배신자 세스 롤린스를 응징하는데 힘을 모았지만, 로만 레인즈는 타이틀 욕심을 드러내며 메인 전선으로 빠져 버린다. 딘 앰브로스만이 남아 자신은 타이틀이고 뭐고 필요 없고 세스 롤린스를 죽여버리겠다는 말과 함께 세스 롤린스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어쏘리티의 도움을 받아 악역 중의 악역으로 거듭나고 있던 세스 롤린스.

 하지만 세스 롤린스가 타이틀을 따 내려는 순간에 항상 딘 앰브로스가 나타나 세스 롤린스를 줘 패기 시작한다. 얼마나 세스 롤린스를 줘 팼던지 세스 롤린스를 어쏘리티에 부탁해 그를 머니 인 더 뱅크(우승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회에서 원하는 시간에 들어와 대결을 펼칠 수 있음 = 경기 막판에 들어와 다 줘 패고 타이틀 획득 가능한 사기템 획득)라는 큰 대회에 넣어달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링 위에서 그를 맞닥뜨린다면 적어도 그의 갑작스러운 난입을 피할 수 있으니까.

 

 머니 인 더 뱅크에서 딘 앰브로스는 세스 롤린스에게 승기를 잡지만, 역시 어쏘리티의 일원인 케인의 방해를 받아 결국 머니 인 더 뱅크의 우승자는 세스 롤린스가 되어 버린다.

 

 

 방해로 인해 이도 저도 아니게 된 딘 앰브로스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배신자 세스 롤린스의 처단을 꿈꾼다.

 "네가 머니 인 더 뱅크를 얻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내가 있는 한 그건 쓰지 못 한다."는 협박성 어조와 함께 역시 세스 롤린스가 가는 곳에는 어디든 따라다닌다. 하지만 트리플 H와 어쏘리티(J&J 시큐리티, 케인, 랜디 오튼 등)를 등에 업은 최고의 실세 세스 롤린스는 난입 후나 난입 전 그를 끌고 가 실신할 정도로 두드려 패곤 한다.

 

 어쏘리티와의 공방은 가히 치열해서 딘 앰브로스는 방에 갇히기도 하고, 경찰서에 수감되기도 하고, 어쏘리티의 의도대로 끝판대장 존 시나와 대결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뒷문으로 빠져나오고, 경찰차를 탈취해 경기장에 난입하고, 존 시나와 화해해서 같이 세스 롤린스를 쳐바르는 등의 막가파 행동을 보여준다.

 

 머니 인 더 뱅크 우승자의 권한으로 세스 롤린스가 난입해도 딘 앰브로스가 따라올 위험성이 너무 커, 세스 롤린스는 이걸 쓰지도 못하고 죽을 맛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심지어 딘 앰브로스는 세스 롤린스의 머니 인 더 뱅크 가방을 훔쳐 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