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9년 1월
몹시도 추웠던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여느 부대와 같이 눈이 많이 와서 제설이 반복되던 그 때를
당시 지원장교께서는 막사 앞에 얼음이 많아 위험하다며,
아침 조회 전에 얼음을 모두 없애라고 하셨다
당시 이병이었던 내가 빠질 수 있었으랴..
선임과 함께 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 얼음을 내리치고 있었다
허나 며칠동아 녹고 얼기를 반복한 얼음은 쉬이 깨지지 않았고
그 때 등장한 C일병님
C일병님께서는, 흔히 A급 후임으로써
매사 작업에 솔선수범하시되 불만이 없는 특급 용사이셨다.
그러나 오로지 국가에 충성을 바치기로 하신 그의 기백 때문인지
용사께서는 뇌마저 자신의 영역 저 너머로 날려버리셨던 것 같다.
용사님과 함께 작업을 하노라면 하나의 일을 열 가지 일로 늘리시는 창조작업을 실현하셨다.
질보단 양, 노하우보다는 한 번의 더 삽질을 추구하는 분으로, 부족하나마 설명할 수 있겠다.
그런
C일병님께서는 얼음과 씨름하고 있는 장병들을 향해 그깟 얼음에 벌벌 떠느냐며 호통을 치시곤,
바가지를 가져오시곤....... 뜨거운 물을 부으셨다.....
얼음은 눈 녹듯이 사라졌고.......돌멩이로 깨던 우리의 노력이..우리의 정신줄도 눈 녹듯이 멀어져갔다
할 말을 잃은 우리를 향해 용사님께서는, "사람은 머리를 써야돼"라고 말씀하시며
바가지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는 퍼포먼스까지 보이셨다.
아마도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하지만 이건 머리가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으셨던 걸까?
얼음에 뜨거운 물을 붓는 이 행위는,
내가 그동안 체계적으로 받아왔던 초등, 중등, 고등교육을 한 순간에 박살을 내어버렸다.
물론 그 얼음은 몇 분 지나지 않아, 그 자태를 다시 드러내었고
막사 앞에 전달사항을 전하러 오신 지원장교님께서 기어코 넘어지고 나서야 이 일은 끝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