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속 어딘가 들리웁는 매미소리 좇아 헤매이다 보면
어느 사이 나는 그 옛날 피묻은 희열 가운데 홀로 서있다
독닙문으로 가자
설움 흘러내린 적막한 골목에 눈물 맺힌 버스가 오면
어둠에서 어둠으로 행인은 발을 내딛어 오른다
버스 속에는 기사하며, 승객하며, 승객하며, 승객하며......
감을 수 없는 눈을 번뜩이며 손발은 차게 굳어가는데
아아, 그네들의 퍼런 입술에는 채 움트지 못한 벌건 산수유가 맺혀있는 것이었다
나는 흔들리는 버스 안을 가로질러 맨 뒷자리에 때묻은 몸을 뉘이고
그네들같이 산수유를 입에 물고 그네들의 가엾은 뒷통수를 바라본다
밝아오는 새벽 사이로 괴로운 절망 울릴 때면
황홀하게 더욱 붉어지는 한 서린 핏덩이들
망자요, 슬퍼마라 산수유가 고이 숨쉬오니!
버스는 울며 울며 달려 독닙문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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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삼학년때 꾼 꿈을 시로 써봤었습니다.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걸 지금에서야 꺼내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