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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Part 2
게시물ID : animal_1169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ppleTea
추천 : 30
조회수 : 895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5/01/31 21:13:25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95568

생애 첫글을 베오베로 보내주신 여러분께 엎드려 감사드리옵나이다.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했어야 하는데, 급 우울합니다.



1. 눌러 앉은 아이를 어찌할까 심각하게 고민함. 가난한 유학생 처지에 이 아이 밥값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음.

2. 그러나 본인은 animal lover로서의 행동강령을 지킬 수 밖에 없었음.

3. 한인 집에 들어왔으니 멋진 한국 이름을 지어줘야 겠다고 생각했으나, 그 당시 이리저리 과제와 팝퀴즈에 시달리던 때라 그냥 (귀찮아서) "꼬맹이"로 명명함.

4. 며칠간은 각자의 생활을 영위함. 본인은 본인대로 학교생활 하고 꼬맹이는 걔 나름대로 반 집고양이 반 야생고양이의 생활을 즐김.

5. 점차 완전 집고양이화 되어감. 공부하고 있으면 책상 옆에서 놀아달라고 애절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쳐다봄. (사자처럼 목에 갈기가 자라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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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안 놀아줄 수 가 없음. 뭘 좋아하는지 몰라, 동네 애완동물 샾에 가서 온갖 사료와 놀이기구를 사다 바침.

7. 캣닢, 낚시대, 방울들어가 있는 공, 인형 등등은...아무 관심도 없음. 쳐다보지도 않음. 관심사는 오로지 작성자 본인 밖에 없음. 대학1학년때 여자친구 이외에 내 옆에 딱 붙어있어준 생명체는 얘 밖에 없는 듯...

8. 입맛은 어찌나 까다로운지, 과자같은 딱딱한 건사료는 입도 안댐. 오로지 캔에 들어있는 것만 먹음. 그것도 치킨이나 참치는 건드리지도 않음. 연어와 쇠고기만 먹음. 얘땜에 월마트 할인쿠폰 모으기 시작함.

9. 빗질도 자주 해주고, 많이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이니 점점 미모가 살아남. 나름 미청묘로 성장함. 크기도 점점 커짐. 정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람. 이때 조상을 좀 의심해봤어야 함. 

10. 이래저래 몇 년을 같이 지냄. 그러던중 본인에게 여친이 생김. (지금은 '전'여친임) 그녀도 상급 animal lover인지라 꼬맹이와 친해져 보려고 안아주고 먹을것도 줘보고, 하여간 할 수 있는건 다 해봄.

11. 그녀에게 전혀 관심없음. 안아주는것도 싫어함. 안아줄 때 마다 어떻게 하면 도망갈까 궁리중인것 같음. 표정이 진지함. 저때도 관심사는 오직 작성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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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꼬맹이는 집에서 용변을 해결하지 않음. 뭐가 마려울 때는 열어달라고 문을 긁음. 그리고는 해결하고 다시 들어옴.

13.어느날 용변 보러 나가서 들어오질 않음. 오전 11시쯤 나가서 해질녘 쯤에 들어옴. 계속 그럼. 겨울이 될 때까지...

14. 주된 관심사에서 밀려나니 섭섭하기도 하고 덜 귀찮기도 함. 그러나 궁금해서 대체 밖에서 뭐하나 추적해봄.

15. 추적결과, 집 뒤편 주차장에 있는 나무에 oriole 한쌍이 둥지를 틀었음. 그리곤 주차장 근처에서 먹이도 구하면서 살았는데, 얘는 이게 맘에 안든것임. 끊임없는 사냥 시도. 그러나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함. 몇년간의 집고양이 생활로 소년기의 야생성이 다 날아간 것 같음.

16. 참고로 oriole은 이렇게 생겼음. (사진출처 : http://talk2theanimals.net/message-from-ori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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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윤석민이 속해있는 그팀 마스코트 맞음. (사진출처: Baltimore Oriole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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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능력에도 안되는 애들 잡으려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됨. 콧등에 상처는 늘어가고, 어느날 다리를 절면서 들어옴.

19. 어쩔 수 없음. 없는 살림이지만 동물병원에 데려감. 입원함. 대학원생 월급 얼마나 된다고...

20. 퇴원날 데리러 가니 수의사 선생님이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심. 우선 "꼬맹이"는 (백인 할아버지 수의사 선생님임. 입원날 부터 꼬맹이 발음을 너무 힘들어하심. 영어로 무슨뜻이냐 물어보시길래 kid라 했더니 그렇게 부르려 하시길래 완강히 우겼음. 얘는 Kid가 아니라 꼬맹이다. 그러니 그렇게 불러달라 했는데...) Maine coon 잡종이라고 말씀해주심. 얘들은 5~6 세까지 성장하는 종이라 더 클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심. 처음 왔을때 6개월정도 밖에 안되었던 것이었던...

21. 메인쿤은 이만한 애들임. (사진출처 : 사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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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병원에 입원해 있는 5일동안 같이 입원해 있는 고양이들과 잘 지냈나봄. 하긴 태어나서 처음 다른 고양이들하고 한 공간에서 생활한 것이니...

23. 집에 돌아옴. 저위에 주황색 새한테는 관심이 없어짐. (알고 봤더니 다른 곳으로 이주를 했음.) 이제 꼬맹이의 주 관심사는 동네 고양이들임. 슬슬 고양이 사교모임에 대장을 하려함. 아침에 학교갈때 같이 나감. "꼬맹아 어디가!" 라고 외쳐도 열번중 일곱번은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림. "Hey, Kid!" 라고 불러도 가끔 돌아봄. 수의사 할아버지가 입원중에 Kid라고 불러서 저런거라고 확신함. 본인이 집에 올때쯤 문앞에 앉아서 대기함. 근데 밥을 잘 안먹음.

24. 동네 주민들의 신고가 들어옴. 자기네 집 고양이들이 친구를 데려와서 같이 놀라고 했더니, 동네 고양이들 밥을 다 먹고 다닌것임. 밥을 안먹는 이유가 있었음. 집에 가둬놓고 싶지만 그러면 꼬맹이는 용변이 해결이 안됨. 어쩔 수 없이 하루에 한두번은 나가야함. 이제 그만 아빠 속 그만 썩이고 집에 얌전히 있음 아니 되겠니? 라고 묻지만 무시하고 문 긁음. 그래서 그냥 포기함.

25. 겨울이 되니 잘 안나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젠 한번 나갈때 마다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옴. 그땐 여친인지 동성친구인지 확인 안했었음. 데려온 친구는 날보고 구석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음. 근데 얘는 또 배깔고 누워버림. 자기 할 일만 함. 설거지 하던 본인은 꼬맹이 성격을 알고 있어서 그러려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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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동네 밥 다 먹고 다녀도 내가 먹는 맛있는건 귀신처럼 알아냄. 위의 전여친하고 조촐한 둘만의 파티를 하고 있었음. 메뉴는 참치 & 도미회, 오븐에 구운 베이컨, 치킨 샐러드, 그리고 데킬라, 청주, 버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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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 와중에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내 근처에서 떠나질 않음. 몇 개월만에 주된 관심사로 재등극함. (이 와중에도 전여친은 쳐다보지도 않음. 저때 꼬리, 머리 제외한 몸길이만 60cm를 훌쩍 상회함.얘네 아빠가 어떤 앤지 정말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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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해가 바뀜. 사건/사고를 동시다발로 치고 돌아다님. 덩치도 커지고 성체가 되더니 힘도 붙어서, 동네 개들하고 싸우고 돌아다님. 희안하게 고양이는 안건드림. 개들은 주인이 목줄을 달고 있어서 얘를 쉽게 공격하지 못함. 알고 그러는건지 먼저 시비텀. 털도 안세움. 앞에서 뻔뻔하게 어슬렁거리면서 툭 건드려서 시비. 앞집 셰퍼드한테 제대로 걸려 나무위로 도망간 적도 있음. 개 짖는 소리 들릴 때마다 뜨끔함. 그리고 동네 고양이들이 임신과 출산을 함. 근데 뭔가 이상함. 태어난 아이들이 다 비슷하게 생김. 어디서 많이 보던 애처럼 생김. 차마 사진 좀 찍자고 말을 못하겠었음. 미안해서.

29. 다 이렇게 생김. 아래 있는 애를 축소 시켜놨다고 생각하면 됨.(사진출처 : 사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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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용의자를 추리하기가 너무 쉬움. 저 무늬와 저 마스크는 어느날부터인가 본인 집에서 기거 중인 걔밖에 없음.

31. 엽색행각이 만천하에 들통남. 사람이건 동물이건 늦게까지 놀러 돌아다니면 사고치기 마련임. 뭐라 할 말이 없음. 어차피 해봤자 또 무시당할 게 뻔함. 개묘의 성생활과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의미에서 그런거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함. 만약 주민들중에 한명이라도 항의를 하면 고자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결심을 하고 통장 잔고를 확인.

32. 다행히 다른 고양이 주인들은 별 말 안하고 좋아함. 그냥 귀여운 새끼 나오니까 좋아함. 나중에 얼마나 커질지는 신경 안쓰나봄. 어차피 수술할 돈도 조금 모자랐음.

33. 나쁜 남자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졌음. 다른 고양이들이 새끼 출산하고 나니까 별 신경안씀.

34. 피해자 보호를 해야하지만 알 권리를 위해서 저 나쁜 남자의 새끼를 낳은 애들 중 일부의 마스크를 공개함. 위에 아이는 집에서 약 150m쯤 떨어진 곳에 사는 애 (저 위에 친구라고 데려온 아이임. 이름을 몰라서 "돼지" 라고 불렀음.), 아래 아이는 본인 아래층에 사는 Mint라는 아이임. 얘네들 말고 세마리 더 있는데 사진을 확보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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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주변의 꼬맹이 새끼들은 모두 입양을 감. 자식들을 미국 동부 전역에 퍼뜨림. 전 북미대륙으로 퍼지는 사고뭉치의 유전자여...

36. 몇 개월 후, 본인은 이제 학업이 슬슬 끝나감. 서울에 일자리도 마련함. 다행히 Mint네 아주머니 Lisa가 맡아 주신다고 하심. 그 집 딸은 매일 Lisa한테 혼나서 뒷마당에서 우는데, 고양이들은 다들 돼지임. 딸은 혼내고 고양이는 먹이나봄. 여하간 눈물을 머금고 아랫집으로 데려감. 안간다고 난리 발버둥을 침. 그래도 어쩔 수 없음. 한국으로 데려 오기엔 비용이 장난 아님. 그리고 결정적으로 Lisa는 믿을만 했음. 저 집 고양이들도 만만찮음. 단지 꼬맹이의 위세에 눌려 기를 못펴고 살았던 것 뿐이지.

37. 이것저것 주변정리를 하고, 지금 청와대에 살고 있는 아줌마 뽑혔던 그 선거일 하루 전에 대한민국에 도착, 살포시 유일한 짝수인 소수에 도장 꾹 찍고, 연말을 즐김.

38. 일하러 1년 반 정도 왔다갔다 하다가, 박사학위에 도전해 보고 싶어짐. 미국 대학 여러곳에 원서 뿌림. 합격함. 이번 여름에 꼬맹이 데리러 감. 날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음. (Lisa와의 전화통화 결과, 아주 잘 살고 있다함. 2차 엽색행각도 벌였다고 들음. 자기 버릇 개 못줌. 이번엔 새끼가 더 많았다고 함. Lisa가 real man 이라고 부름. 이젠 동네 개들하고 안싸운다고 함.)

39. 이번에 가는 동네는 굉장히 추운 동네라, 행동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음. 나이도 먹었는데 좀 얌전해 졌으면...

40. 아직도 몇개월 남음. 완전 보고싶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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