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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는 친구 나도 있음3
게시물ID : panic_955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로드이드
추천 : 27
조회수 : 185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09/21 21:42:34


냉정한 사람들....무플 나빠요...또르르... 그러나 마음 먹은 김에... 상황이 여유있는 때.. 올리지 않으면 또 묵히고 까먹을 까봐 또 쓰는 나란사람...









#5




둥근 그림자








고등학교 생활은 심심했다.

상상속의 똥통학교의 막나가는 날라리들 소굴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저 머릿속이 청순한 아이들의 향연... 



"반갈이"

"똥냄새 나" 


점심 시간 이후 구관 화장실에 몰려들어 담배를 피워 내는 양심있는 여학생들. 

교무실이 있는 신관 건물 화장실에서 기세 좋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남학생들에 비하면야 이 얼마나 수줍고 아름다운가. 

A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돌려가며 한 모금 씩 피우는 담배를 피워 뱉고는 말했다. 



"나 이제 미술할거야" 

?!

????

순간 쏟아지는 아이들의 동그란 눈망울들. 

"니가 뭘 한다고?" 

"미술" 

"파하하하하하하ㅏㅎ"

담배 연기 넘쳐나던 화장실이 웃음이 넘쳐나는 곳으로 바뀌었다. 



불과 몇 일 전 미술시간에 짝꿍 얼굴 그려주기를 하면서 짝꿍의 무한한 3세계적 미를 찾아준 A였기에 친구들은 모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미술 선생님도 그러셨지. 

"음..아주 독특하구나.."

"나름의 세계관이 있네..."

"추상파 미술같기도 하고...?"

그래. 바로 그거다. 난 거기서 희망을 느꼈다. 활자를 들여다 보는 건 영 체질에 맞지 않는것 같다. 그런고로 당연히 뭘 쓰는건 더 싫다. 

언어장애를 극복해 냈지만 길게 말하는것도 별로다. 

그림..!!!

그림이야 말로 내게 필요하던 무엇이었던 거다...! 라고, 18세의 A는 자신을 표현 하는 법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A야 너는 20대가 되어서, 입이 아주 청산유수로 터지게 된단다 하하하)



10대의 방황과 자아찾기.

나는 해내고야 말거다. 

친구들의 비웃음도 뒤로 한 채, A는 굳게 다짐했습니다.



유복한 A의 집안은 A가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어 준 것만으로도 기특하다며 외곽의 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도 그다지 추궁하지 않았던데다, 미술을 하고 싶다고 선언하자 그 날 부터 바로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학원에 등록해 주었고 A는 그렇게 방과 후 미술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학교가 시내에서 너무 멀었던 탓에 담임에게 말 해, 청소시간과 종례를 빼고 미술 학원 수업 시간에 맞추어 다니기를 두 달. 

그 동안 A는 드디어 연필로 그라데이션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 기특함을 느끼며 이른 아침 학교에 도착한 A는 교실 창문을 모두 열고 칠판을 정돈하며 청소시간과 종례 시간 대신 주번을 도맡아 하기로 한 소임을 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문 옆 사물함들 위에 얹어진 삼각뿔을 보며 배운대로 한 번 그려볼까 하는 심산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전의 밝은 햇살에 그림자가 제법 짙게 뉘여 있었는데 A는 삼각뿔 뿐 아니라 놓여진 사물함과 책걸상들 까지 스케치 해 보기로 했다. 

엉성하지만 차분하게 선을 이어 나가고 있는데.

응??


바닥에 둥근 그림자가 있었다. 

크기나 형태가 딱 지구본을 연상케 할 만한 둥근 그림자. 

A는 처음부터 곁눈으로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지구본이라 생각하고 넘겼던 그 것. 

그러나 그림을 그리며 찬찬히 살펴보자 그림자를 만들어 낼 만한 곳에 그런 둥근것은 아무것도 없는걸 깨닳은 것이다. 




....뭐지..? 

무던한 A는 잘 이해가 안가면서도 그림자까지 일단 화폭에 담았다. 

(A는 이 그림을 잊고 살다가 스무살이 된 훗 날 발견하고는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박박 찢어 버렸다고 한다. 옴팡진 친구 같으니) 



친구들이 차례로 등교하고 그림을 보여주며 일찍 온 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하나같이 신기하다는 반응. 

바닥에 분명 둥근 형태의 그림자가 있는데 실체가 있어야 할 곳에는 아무것도 없네? 역시 또래 친구들인지라 뾰족한 수는 없다. 

책 걸상의 그림자들 사이로 너무나 이질적인 존재감을 가진 그림자는 해가 더 높게 떠오르면서 금방 사라져 버렸고 A도 친구들도 화제에서 잊혀져 버렸다. 


그리고 미술 학원에 간 A는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께 자신이 그린 교실 그림을 보여준다. 

더디게 진도가 나가던 A는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 스케치한 교실 풍경을 자랑하고 싶었던 거다. 

이윽고 선생님도 A가 그린 둥근 그림자를 발견하시고는 말씀하셨다. 

"A야 이건 뭐야?"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바닥에 저렇게 보였는데 창문이나 창틀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으응... 선생님은 공인줄 알았는데... A가 그림자 방향을 잘못 잡은게 아니라면 여기 이런식으로 있으려면 이건 그림자가 아니라 그냥 여기에 있는 둥근 물체여야 맞는거야.." 

상냥하게 웃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선생님은 연필로 A가 그린 그림위에 선을 그어 입체감을 일러주며 설명해 주었다. 



벙찐 얼굴로 그림을 들여다 보던 A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 둥근 그림자는 A의 가까이 발치에 있어 A와 비슷한 어두움을 가진 그림자여야 맞았다. 그러나 그 그림자만이 유독 더 검고 어두웠다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난 또 뭘 본거지...

생각해 봐도 알 길 없던 A는 그만 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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