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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중 - 다리 밑 첫 번째 집에서의 생존기
게시물ID : travel_95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둥글이8
추천 : 3
조회수 : 71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2/16 10:23:50

제천에서 아홉시 경에 출발해서 단양 입구에 오후 6시 좀 넘어 도착했는 데, 장고로 몸이

녹초가 된 터였다. 한 낮에도 기온이 영하여서 하루 종일 추위에 얼어 있다 보니 엄지손가

락이 동상에 걸려 갈라지는 등으로 몸의 피로는 극으로 다다르고 있었다.

여기에 어둑해진 밤에 눈까지 쏟아진다. 전날 내려 녹지 않은 눈은 기온이 내려가며 다시

얼어붙고 있어서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발이 미끌미끌 거렸다.



출발하기 전에 지도를 보니 단양입구에 자연생태체육공원이 있어 도착해서는 이곳에 묵으려

고 했었다. 그런데 체육공원 예상지에 도착해서 허탈함을 금할 수 없었다. 가파른 경사로

10여m 아래 체육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없거니와 공사가 아직 덜 끝났는지 제대

로 마무리 하지 않은 절개면 흙에 발이 푹푹 빠진다.



저녁에 뽀글이를 해먹을 물이라도 구할 화장실이라도 있으면 꾸역꾸역 내려가서 한구석에

텐트치고 묵으려 했는데, 눈을 게슴츠레 뜨고 봐도 눈 쏟아지는 컴컴한 천변에는 거대한 변

압기 같은 것 밖에 안 보인다. 아마 가난한 지자체라 공사비가 없어서 공원을 제대로 가꾸

지 못한 듯하다. 하여 꾸역꾸역 읍내 버스터미널 인근까지 걸어와 시큰거리는 오른쪽 골반

을 주먹으로 때려대며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함에 한숨만 푹푹 거렸다. 그런데 저 앞에 [고

수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유랑자의 본능으로 다리 옆으로 가서 지형을 살폈더니 교각 바로 아래쪽에 텐트를 칠만한

공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여 100여m를 돌아 단양읍을 에두르는 (남한)강 아래쪽으로 난 20여m의 계단을 내려갔는

데 산책로는커녕 절개지 조차 제대로 마감하지 못해 흉측한 몰골이 눈에 들어온다.



여느 시군처럼 [하천정비사업]이란답시고 강을 죽이라고 퍼부어주는 교부금을 받지 못해서

공사를 못 했는 듯싶다. 둥글이 같은 유랑자에게는 호재다. 이런 곳으로 어떤 정신 나간 사

람들이 산책이나 데이트를 하러 오겠는가? 사람들 방해 받을 일 없으니 야영하기에는 최적

이다. 하여간 절개면의 눈 쌓인 퍽퍽한 흙을 밟으며 기어올라, 교각 인접면 넓이 2m가량의

평평한 공간을 발견한다.



쏟아지는 눈을 피해 텐트 치기에 알맞은 공간이다. 이 냉기 가득한 암흑의 세계에 갑자기

폭죽이 터지면서 베토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이야기 계속보기) 유랑일지 - 충충북도 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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