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은]
우선 이 글은 그간 교육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어줍짢은 안목으로 기록한 것이며 전문적인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쓰여 지지는 않았음을 밝힙니다. 그러므로 혹 부족한 부분이 나오더라도 널리 이해를 바랍니다. 글이 조금 깁니다. 그 점 이해 바라며 교육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1. 가족이라는 한 배를 탔지만 목적지가 너무나 다른 사람들 이야기.
우선 아이의 운명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어느 정도는 자신의 고유의 항로를 가지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해주면 참 좋겠지만 그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은 그 자체의 동력으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조차도 자기만의 고유한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걸 모를 뿐이지 분명 뭔가 강력한 내적인 방향성에 의해 그들은 가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저는 많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방법론을 관철시키려고 처절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하지만 백이면 백 결국 그런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끌림이 이끄는 대로 향해 가는 걸 지켜봤습니다.
아이들의 나침반과 같은 내적인 끌림.
그건 다른 말로 하면 곧 재능입니다.
어쩌면 그들의 평생 따라 다닐 관심사이며 흥미입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배에서 태어난 아이라도 다 다르듯이 하물며 다른 배에서 난 아이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한마디로 아이들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DNA만큼이나 확연히 다른 그들만의 정체성, 그들만의 지문을 가지고서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정체성은 평생 불변하는 듯 합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이런 분이 있습니다. 예전에 학원을 개업하셨고 짧은 시간에 대형학원을 4개나 운영할 정도로 능력있는 분이셨죠. 부인도 벤츠. 자기도 벤츠를 몰 정도로 학원으로 크게 성공하신 분이었죠.
어느 날 학원을 새로 개업했는데 인테리어가 마음에 안들더랍니다. 그래서 뚝딱뚝딱 고치다보니 허허 이것 참 재미난데~ 라고 생각했더랍니다. 근데 학원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다 인테리어를 칭찬하시는 거 였죠. 그래서 그 아래층을 인수했을 때는 짬나는 대로 내려가서 혼자 직접 공사를 했더랍니다. 오랜 시간이 걸린 작업 후에 남들 앞에 그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공연으로 치면 '기립박수'에 해당하는 극찬을 받았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가까운 분들의 학원 인테리어를 직접 도와줬고 그 때마나 인테리어 전문가보다 낫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랐습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학원은 왠지 재미가 없고 인테리어는 할수록 재미있고 늦은 나이에 그렇다고 진로를 바꿀수도 없고..."
????????????????????
"굳이 못바꿀 이유도 없잖아."
그래서 그 날로 학원을 부인에게 맡기고 인테리어 현장에 뛰어 들었답니다. 그래서 요즘도 한건씩으론 도저히 스케쥴이 안나와 두건씩 묶어서 공사를 진행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 이 말에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일할 때 너무 행복해.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가족을 위해, 가문을 위해, 돈을 위해, 명예를 위해, 권력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절대로 넘어설수없다는 그 전설적인 "재미있어서 일하는 사람" ^^
이 분이 좀 더 일찍이 자신의 재능에 눈 떴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런 재능을 미리 간파하고 키워 줄 교육시스템에서 자랐다면 어땠을까요? 그런 잠재력을 알아 본 부모님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요?
빌게이츠가 어느 잡지와 인터뷰를 하고서 마지막으로 기자가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물었답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 데 당신은 이번 주말에 어떤 근사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라고.
그 때 기자가 기대했던 대답은 세계 최고 부자에 걸맞는 멋진 휴식이었겠죠.
하지만 그 때 빌게이츠의 대답은 아주 간단하지만 제겐 무척 충격이었습니다.
"work"
주말에까지 일이 하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을 과연 누가 따라 잡을 수 있을까요? 그게 빌게이츠가 세계최고 기업을 가지게 된 이유이고 김연아가 독보적으로 여왕에 등극한 공공연한 비밀이겠지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누구에게나 강한 자기 욕구가 있습니다. 태어날 때 부터 가진 강력한 자석. 결국 우리는 우리의 강한 끌림이 인도하는 삶을 살았을 때 우리의 삶은 찬란한 빛을 발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비록 현실에서는 그 운명으로 내정된 방향과는 아주 틀리게 가더라도 결국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스타일과 내적욕구는 그 쪽으로 방향을 틀어주기를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겁니다. 내가 아무리 부정해도 모른 척해도 말입니다. 그런 나의 내적인 방향성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한 흔적을 남깁니다. 그건 바로 '자신에 대한 인정과 칭찬'입니다. 삶의 여기저기에 그런 단서를 통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늘 제시해 주었죠. 우리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우리는 우리가 끌리는 쪽으로 살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장애물들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 자신일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겐 부모님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수가 있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 한 점입니다. 가장 아이를 아끼는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 가장 끔찍한 방해이니 말이죠.
그런 자연의 섭리와 운명을 부정하다가는 햇빛 한번 못보고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자신이 끌리는 쪽으로 가서 꽃을 피우든 아니면 자신의 분야가 아닌 곳에서 늘 숨은 보석으로 살든.
아이들은 가장 예민한 시기, 가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키워야 할 시기에 순수하게 자신만의 힘으론 그런 결과에 도달할 수 가 없다는 건 참으로 역설이며 얄궂은 운명입니다. 그래서 위험할지도 모르는 그들의 가이드인 부모님과의 위험한 동행은 시작됩니다.
2. 뒤끝있는 쑤매끼리파와 선 굵은 막가파의 충돌
전 이런 얘기를 듣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학창시절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면 결국 평생 그 과오를 돌이킬 수 없고 후회하게 된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모든 걸 맡기고 알아서 하라고 하기보단 적극적으로 그들의 삶에 개입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들에게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이 되도록 그들의 젊은 날의 짊을 함께 져야 한다고.
다른 한편으로 전 이런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애들은 그저 자기가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 부모가 극성스레 간섭한다고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무슨 학원이다 뭐다 다 필요없고 애들 하고 싶은 대로 해주는 게 최고다라는. 시킨다고 될 일이냐. 자기 복은 다 자기가 타고 난다라는.
극성스럽게 애들의 진로에 개입하려는 부모님들만큼이나 후자의 유형의 부모님들도 안타깝게도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방치"의 변장한 모습이거나 아니면 "불가피한 무관심"에 대한 합리화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말 고삐를 끌고 이리저리 좋은 풀을 뜯어 먹이겠다고 끌고 다니면 말의 코가 헐겠죠. 하지만 멋대로 한번 달려보라고 풀어 놓은 곳이 안으로 들어가면 풀 한포기 없는 사막의 입구라면 어떨까요? 미친듯이 앞으로 달려가는 말 뒤에서 웃으며 어서가라 손짓하는 말주인의 모습이 아이러니합니다.
그래도 코가 허는 것 보다야!!
아니지!! 뜨거운 사막 아래서 박제가 되는거 보다야!!
아마 이 두 파의 논쟁은 지구가 쪼개지기전까지는 영원히 계속될지도 모릅니다.
3. 우리의 자녀에게 줄수 있는 생애 최고의 선물은?
한마디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현재까지 제가 가장 좋다고 사려되는 모델은 가까이 다가 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멀리 떨어지지도 않고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늘 곁에서 자녀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분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결론입니다.
관심!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 그들이 가지는 흥미 하나하나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소중한 지문을 던져 주는 것이니까요.
그걸 알아내기 위해선 우선 늘 관찰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서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첫번째 관심, 탐정이 되어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한 관찰한다.
관찰을 통해 조금이라도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그걸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번째 관심, 그들의 특별한 점을 칭찬과 인정으로 표현하기
이런 관심을 표현하고 지속해 나가는 데 있어 정말 지켜야 할 중요한 것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생각과 의견이 개입되는 순간 아이의 재능찾기는 물거품이 됩니다. 그저 지켜보기만 하셔야 합니다. 외줄 곡예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수백배 더 어렵습니다.
그런 관심은 유명한 학원을 여러개 다니게 해주는 것 보다, 유명한 메이커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치장해 주는 것 보다, 최고급 아이폰과 아이팟과 PMP와 Wii를 사주는 것보다 더 값집니다.
이러한 관심은 돈과는 전혀 네버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돈이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우리 자녀에게 그런 유명한 명품들로 최고급 대우을 하기 위해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관심"을 꺼버립니다. 아니, 그러기 위해선 관심을 꺼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아니면 아이들이 '부모님이 싫어요'할 정도로 자신의 삶의 속편을 살도록 하기 위해 애들을 앉혀 놓고 "이게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다"라는 말을 매일 반복합니다.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양궁을 하고 있는 김연아를
레슬링 선수가 된 박태환을
그들이 과연 지금만큼 맡은 일을 잘 해낼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다가 정답일 것 같습니다.
김연아를 지금의 김연아로 만든 것은, 박태환을 지금의 박태환으로 만든 것은 돈과 운이 아닙니다.
그들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주된 동력은 부모님의 아이의 재능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며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들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힘은 비인기종목이라 뜯어 말리지 않고 묵묵히 그들의 재능에 박수를 보낸 그들의 바다와 같은 마음입니다.
앞으로 입시의 살벌한 밀림을 해쳐 나가더라도 우리는 결코 이러한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당신의 자녀가 세계 최고의 무언가가 되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