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그냥 주저리...
게시물ID : gomin_9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혜원바라기
추천 : 8
조회수 : 30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6/01/17 01:27:06
술 마시고 어딘가에 다 토해놓고 싶은 새벽입니다.

대학생 올해 2월 졸업을 앞두었고, 이미 결혼해서 한명의 아이 까지 두었다는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이 평범한 청년입니다.

저보다 않좋은 상황에서 저보다 힘들게 생활하시는 분들을 보면 차마 글조차 써내려가지 못할 정도로 부끄럽지만, 한 사람의 이기적인 인간으로서 북받치는 이 감정을 견뎌내기 힘들군요.

우습게도 바로 지금 저그를 좋아하는 제가 보고있는 오늘의 게임방송에서는 계속 개작나는 저그의 모습만 보니 개그스럽게 오버랩되어 짜증이 밀려오네요.

어린나이에 어렵게 결정한 결혼을 하고 철없는 저와 아내의 갈등... 그리고 임신의 어려움과 저희 부부로 인한 경제적 빚.... 사실 세끼를 챙겨 먹고 영양부족에서 벗어나기엔 너무나 충분히 챙겨 먹을 수 있지만 저희집이 아니게 될지도 모를 집에 살면서 그것도 시부모와 같이 사는 저의 아내의 철없는 투정은 저의 정신의 여유를 이미 고갈 시킨지 오래입니다.

세대차이로 인하여, 2년을 참고 참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는 아내,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기에 너무 오랜 관념을 지니신 저의 부모님.... 저는 그들 사이에서 주관없는 남편과 아들이 되어 어느 편도 되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 제가 좋아하는 일.. 그 모든 것의 포기와 상당히 멀어진 친구들과의 우정은 점점 더 여유라는 단어 자체를 제 머리 속에서 지우는 촉매가 되었습니다.

저는 글을 써보고도 싶습니다. 원없이 게임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것은 모르고 가장 제게 적합한 선생을 해보고자 했고 임용고사를 치뤄냈습니다. 노량진을 오가며 방학과 모든 욕심을 줄이고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쟁취했습니다 1차 불합격이라는 불명예스런 결과물을......
사실 중고등학교시절부터 공부는 별로 하지 않으면서 기이하게 점수 좋게 받아내는 재수없는 부류 중에 하나였습니다. 면허시험도 학원등록없이 쉽게 땄습니다. 대학도 제 수준에서 들어가기 힘들거라 생각했던 국립대학에 말석이나마 단번에 합격했습니다. 몇몇 구기 대회(전국수준 같이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ㅡ.,ㅡ)에 적당히 뛰다가 참가해서 상도 여러번 탔습니다. 목숨을 걸만하다 싶은 친구도 한두명 있습니다. 군대가기전까지 프로게임팀에 소속되어 한때 잘나가기도 했습니다. 착하고 애교 많은 여자 만나 그녀와 깊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1년만에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너무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순탄해와서였는지 지금 와서 부딪히는 작은 벽들이 저에게는 도저히 뚫을 수 없는 벽으로도 느껴집니다. 벽을 우회하고 싶고 벽을 피해 다른 길로 가고 싶지만 그러려면 제자식 ,제 아내, 그리고 부모님을 등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100프로 맞는 말을 다른 분들이, 친구들이, 선배들이 해주지만 결국 제가 뚫고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겁이란 건 제게 없을 거라 확신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껴갑니다.

정말 날고 싶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모든이들을 만족시키고 저도 저를 찾고 싶습니다.

이미 많이 힘들었어야 했는데 그런 기회를 부모님이 주지 않으셨다는데에 깊은 감사와 원망이 듭니다. 

그래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 깊은 밤 잠을 못드는 제가 우습다고 생각하시면 과감하게 욕해주십시오..

욕을 먹으면 조금은 제 어깨위에 짐이 가벼워 질 것 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럼 전 이제 제 아들 얼굴에 취해 잠을 자러 이만 가보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신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읽어주신만큼 저의 짐이 가벼워 질 겁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