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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자작단편 - 일상
게시물ID : readers_95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빠에야
추천 : 2
조회수 : 1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24 20:09:03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sCU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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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비빅-삐비빅-삐비빅..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간은 오전 620. 항상 같은 시간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일어난다.

눈을 뜨면 항상 나를 마주하는 천장. 그리고 나의 침대와 탁상시계, 사실상 최고급 시계 역할을 대신 해 주고 있는 나의 핸드폰까지

항상 봐 오던 그 친구들이 나를 반겨준다. 비록 나에게 말을 걸지는 않아도......

샤워를 하며 따뜻한 물줄기에 내 몸을 맡긴다. 항상 해 왔던 샤워지만 오늘따라 포근하면서도 외롭다

이 수 많은 물줄기 속에 결국 나는 혼자다. 혼자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를 불러 보지만, 원체 잘 부르지도 못하는 노래이기에 그만두고 만다.

집 밖을 나서 편의점 옆 자판기에서 350원짜리 커피를 뽑아 먹는다. 후르륵- 내가 아침에 부리는 가장 큰 사치는 언제나 담배 한 개피와 고급커피한 잔을 뽑아 먹는 그 순간.

아차’, 잠시 출근 시간을 잊고 있었다. 서둘러 시내버스 승강장으로 달려간다. 파란색 버스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간다. 빨려 들어가는 건지 구겨져 넣어지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간다. 그 광경을 보는 내 얼굴도 파래진다.

내가 이 직장에 취직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처음엔 원래부터 몇 되지 않던 주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긴 했지만, 이놈의 무능력한 인맥은 결국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구석이 없다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람에 대한 갈증이 아닌가 싶었다. 또한 모두 내 탓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 어느새 주변을 돌아보면 내 주위엔 아무도 없다. 난 그저 열심히 인생을 살고 앞만 보고 달려온 순간들이었는데......

 

퇴근길에 핸드폰을 바라본다. 업무 시간 내내 힘겨운 사투를 벌인 내 불쌍한 핸드폰. 퇴근 이후로는 너무나도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나의 핸드폰.

홧김에 베터리를 분리해 버린다.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누른 생각은 다름 아닌 2년 약정. 허무한 실소가 터져 나온다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과 육포 하나를 사서 집에 들어갔다. - 방 불을 키니 집에 냉기가 가득하다. 동물이라도 한 마리 키워 볼까......

씻고 나와 술 한잔을 나 혼자 기울인다. 육포 봉지를 부욱-하고 뜯었는데 육포가 사방으로 튀었다. 욕이 나온다

그런데 육포가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 왜 나는 항상 이모양이지? 내 자신에게 갑자기 화가 난다. 소리치고 싶다. 어차피 누가 들어줄 것도 아니고

언제나 그랬었던 것처럼 옆집 부부가 조용히 내 대문에 조그마한 포스트잇으로 조용히 해 달라고 붙여 놓겠지만 오늘만큼은 이 답답한 느낌을 해결하고 싶다.

 

집 밖으로 나왔다. 새벽과 저녁의 중간 기분이 들었다. 이 시간에는 가로등과 편의점 불빛, 그리고 몇몇 가게들이 조용히 나를 반겨준다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고 커피를 뽑는다. 아차, 라이터를 방에 두고 나왔다. 하지만 귀찮아서 담배는 다시 넣고 커피만 홀짝인다

날씨가 많이 차갑네......입김이 많이 나온다. 이 순간에도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겠지......

갑자기 핸드폰이 궁금해진다. 수 시간 동안 켜 놓지 않았던 나의 핸드폰. 과연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연락을 주었을까...... 

누군가는 나를 보고싶어 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처럼? 약간 설레는 마음에 베터리를 연결하고 추워서 약간 감각이 무뎌진 손으로 전원 버튼을 연신 눌러댄다.

카카오톡 0, 문자 0, 부재중 전화 0...... 커피나 마저 마셔야겠다.

편의점 앞을 서성인다. 살 물건은 없지만 왠지 저 아르바이트생과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 강한 충동에 사로잡힌다.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까? 편의점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간다

, 열심히 카카오톡 중이네. ‘어서오세요소리를 듣자마자 다시 나왔다. 저런 광경을 보려고 들어간 것은 아니었기에.

새벽 공기가 차다. 내일도 출근하기 위해서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지만 오늘만큼은 외로움이 내 잠을 이겨내고 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나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정말 지독한 짝사랑이었다

그녀 생각만 하면, 그녀와 함께 있으면 연애를 해본 적은 없어도 항상 기분이 좋았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비극적인 결말로 내 짝사랑은 마무리가 되었으나,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었다.

이제 와서 사랑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랴나도 행복한 순간은 있었다만...... 

새벽에 벤치에 앉아 250원짜리 커피(주머니에 100원이 부족하다.)를 들고 이런 궁상맞은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나는 내일도 달려야 한다. 비록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맞는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달리지 않으면 삶의 의미도 목적도 없는 이런 비루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달려야 한다.

 

차디찬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정말 강아지라도 한 마리 알아봐야겠다. , 그녀도 참 강아지를 많이 닮은 여자였는데......

 

스르르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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