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국회에서 추경예산 관련 시정연설을 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추경예산안을 직접 설명하며 협조를 부탁했던 일은 없다. 그 연설에서 대통령은 절박한 일자리문제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설명하며 국회가 빠른 시간 안에 추경안을 승인하여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새 정부 구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다급한 현안을 처리하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말했다. 최근 김이수 헌재소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야당의원들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대통령의 연설은 의원들과 국민의 감성을 촉촉이 적실만큼 훌륭한 연설이었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이후 이들 세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당이 반대의사를 계속하고 있어 정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헌재소장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공정거래위원장과 장관은 국회가 동의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협치를 말해 온 대통령으로써 임명을 강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추경예산안 시정연설이라는 명분으로 국회에 나가 예산 설명과 함께 국회의 협조를 간곡하게 부탁했다.
연설이 끝나고도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의 의석을 돌아다니며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진심으로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대통령의 시간투자를 부른 인물의 중심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 대해서 국민의당 중진인 박지원, 정동영 의원 등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지명자의 인사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원내대표의 생각은 요지부동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강 지명자를 두고 “‘연안여객선 선장감’이지 전시에 대비할 항공모함을 맡길 수는 없다.”고 말하는 등 절대불가의 입장을 밝혔다. 강 지명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60%에 이르는 있음에도 국민의당 일부 소장의원들이 ‘야당의 존재감’을 내세우는 데에 동조하고 있는 듯하다.
또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대하여는 “국회 존중 의미도 있지만, 보여주기 식 행보란 측면도 있다.”며 “참모들이랑 커피 마시고 사진 찍고 이런 것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눈에는 대통령의 그런 행보가 언제까지고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다면 어쩔 것인가?
김 원내대표가 지금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가 된 국민의당의 원내대표로 한껏 고양된 기분에서 맘 내키는 대로 말을 하고 있지만, 한마디 한마디를 엄중히 지켜보는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존재감을 누리려다가 존재가 사라질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