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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면 흉터가 생기는 세계
게시물ID : panic_956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여러가지폐인
추천 : 49
조회수 : 4892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7/09/28 15: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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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할 때 마다 그 몸에 흉터가 생기는 세계가 있었다. 보다 큰 거짓을 말할수록, 그 흉터는 더 깊고 크게 새겨진다. 어느날, 당신은 여지껏 보았던 그 어느것보다도 크고 깊은 흉터를 가진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조는 말 그대로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한 사람을 만날 수도 없었고, 하물며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와 같은 사람은 거의 만나볼 수 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운이 좋다면 일생에 한번 정도는 만나볼 수 있겠지.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선의의 거짓말의 결과로써, 손가락에 빛 바랜 작은 흉터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격식이나 예의, 또는 자기 자신을 위장하는 종류의 거짓말의 대가로써, 모든 사람들은 그러한 흉터를 수년에 걸쳐 상처를 입고, 다시 이를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러한 상처들 말고도, 팔이나 턱, 목덜미, 등과 같은 곳에 더 큰 흉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을 하고, 그게 삶의 방식이다. 가끔씩은 그러한 고통을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거짓말도 있을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말하기 전에 그러한 얄팍한 계산을 거치곤 하였다.

군대에 입대한 것은 내가 원한것이었다; 이것이 내가 내 자신에게 한 거짓말이다. 이 거짓은 나에게 계속해서 덧씌워지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또, 나는 바뀌고 싶었고,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고 싶었다.;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이 모든 거짓말들은 어깨에 긁힌 자국을 기괴한 형태로 만들어 내었고, 이는 절대 치유될 수 없을것 처럼 보였다. 

사실, 내가 군에 입대한 것은 내가 더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락 저편에서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으로 군에 입대하였다. 군대의 수많은 잘난 놈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을 때면, 나는 절로 고개가 움츠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늑대 무리에 잘못 끼여 들어간 여우의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나는, 그곳에 있는것 만으로도 모두를 기만하는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교관 조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부대에서 흉터가 가장 많은 사람이었고, 그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에게 취하는 태도가 차가운 정중함이라고 한다면, 조에게 취하는 태도는 노골적인 배척이었다. 그는 손의 일반적인 상처조차도 없는 사람이었다. 팔의 파이거나 베인 상처는 물론이고, 목덜미나 얼굴 역시 멀쩡했다. 만일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첫 눈에 그를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1인이라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30여년을 거짓없이 살아온 사람이라니!" 라며 감탄하겠지.

그는 동화에 나오는 빌어먹을 유니콘같았다. 도시전설이나 신화속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사람 말이다.

첫 주에는 모두가 조를 좋아하였다. 모두 그에게 말을 걸고 싶어하였지. 누가 그렇지 않겠어? 거짓과 사기로 점철된 세상에서, 누가 그런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지 않겠냐고?

이러한 평가는, 그가 락커룸에서 셔츠를 벗기 전까지의, 우리 모두가 그의 숨겨져 있던 등의 거대한 흉터를 보기 전의 평가였다. 분명 단 하나의 거짓말이었겠지만, 이는 내가 본 것중 가장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그의 어깨부터 늑골까지 가로지르는, 붉고 빛바랜 흰색의 유성 충돌과 같은 형태의 상처였다. 조금씩 낫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얼기설기 딱지가 앉아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마 계속 똑같은 거짓말을 반복했으리라. 그런 거짓은 모두가 말할 수 있을 거고, 또한 여러번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조가 그 거짓말을 얼마나 반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조는 그 상처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엄격한 미소와 함께 명령하고, 모두들 그래왔던 것처럼 훈련을 지도하였다. 그는 긍정적이고, 정직하였지만, 부대원들은 조의 깊고, 어둡고, 끔찍한 상처를 뇌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어느 누가 그런 끔찍한 거짓을 말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그는 경계해야할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모든것이 잘 되어가고 있던 사로(射路)에서 그 일이 일어났다.

사격 훈련은 우리가 수천번을 연습해왔던 것이었으나, 그날은 모두 얼이 빠져있었던것 같았다. 모두 딴 생각에 정신이 팔려있었거나, 혹은 단순한 부주의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던 간에, 갑작스런 오발이 일어났다. 총구는 화염을 내뿜고,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납탄두는 그 짧은 생의 첫번째 피와 칼슘과 철과 흙의 맛을 보았으리라.

우리는 망연히 서서,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있었다. 그는 가만히 서서, 공포도, 충격도 없이 그의 손이 미끄러져 내리는 모습을 멍하게 지켜 보고 있었다. 그리고, 흙이 짙은 선홍색으로 물들며, 그는 무릎을 꿇었다. 여전히, 그는 살짝 얼이 빠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였다.

바로 그 순간, 조가 그를 붙잡았다.

고성과 비명이 오고가는 아수라장 속에, 첫번째 실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의무병!"이나 "구급 키트를 가져와!" 따위의 외침과 함께, 부대원들은 저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그러한 행동들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이유는 아주 명확했다 ; 우리가 배운 것의 핵심이 "쏘면 죽는다, 적이 죽으면 움직인다"수준에서 요약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곳에 앉아, 무겁게 느껴지는 무기를 손에 쥐고, 조와 조가 붙들고 있는, 피를 울컥거리며 쏟아내는 내 동료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는 조가, 계속해서 스스로를 상처입히며 되뇌이고 반복하는 그 말을 들을수 있었다.

"정신 차려! 나를 봐. 다 괜찮아 질거야."

"다 괜찮아 질거야..."
출처 http://www.dogdrip.net/134541999

https://www.reddit.com/r/WritingPrompts/comments/5kxe94/wp_you_live_in_a_world_where_each_lie_creates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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