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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고해성사
게시물ID : panic_956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라
추천 : 14
조회수 : 181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10/01 01: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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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과 형사가 철제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형사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노인을 노려 본다.

"간단합니다.. 신부님.. 제발 말씀해주시죠."

"아니.. 자네 에게는 간단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닐세....

나는 신에게 부여받은 권리로 그곳에서 들은 얘기는 절대로 누구에게 

발설 할 수 없네."

형사는 작게 말했다.

"미치겠군.. 이봐 다들 나가봐. 시간이 걸릴거 같아."

젋은 형사가 침을 바닥에 내뱉으며 말했다.

"쳇....고집하곤.."

"신경 쓰지 마세요. 요즘 젋은 형사들이 혈기가 넘쳐서.. 무례를 사과 드립니다.
아무튼..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죠.. 신부님은 아침 예배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분주하게 
성당안을 돌아다녔습니다 맞습니까?"

신부는 무덤덤히 대답했다.

"맞네.."

"그리고 어떤 청년이 허리춤에서 피를 잔뜩 흘린채 성당으로 뛰어들어왔죠. 맞습니까?"

"맞네.."

"그리고 청년은 치료보다 고해성사를 먼저 원했습니다. 맞습니까?"

"맞네.."

"청년의 이름은 톰.... 그는 24세의 벽돌공으로..작은 마을에 태어나 평생을 벗어난적이 없는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물론 범죄경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같은 동네에 사는 또래의 여성을 짝사랑하고 있었죠. 피해자의 이름은 셀리.. 젋은 간호학도 였습니다. 

그리고 며칠뒤면 사랑하는 피앙세와 결혼을 앞둔 여자였죠. 맞습니까?"

"맞네.. 셀리는 오래전부터 우리 성당에 다녔지.. 내가 그 결혼의 주례를 맡을 예정이었네.."

"예.. 저도 알고 있습니다. 셀리는 제 딸의 절친한 친구였으니까요.."

"안타깝게 생각하네."

"그렇게 생각하시면 말씀해주시죠!"

형사는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것만은 안될세..신의 가호가 자네에게 있기를.."

형사는 취조실을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곤 길고긴 한숨과 담배연기를 연달아 내뱉었다.

"이거 원.. 힘들겠어.. 너무 강경하셔.."

그러자 젊은 형사가 대답했다.

"신부는 일단 성당으로 돌려보내고.. 그냥 단순.. 치정살인으로 수상종결쪽으로 가닥을 잡는게 어떨까요.."

"물론.. 모든 증거가..용의자가 범인이라고 가르키고 있지만.. 뭔가 이상해..

용의자의 시체에서 주저흔이 발견되지 않았어.. 나는 그가 죄책감에 못이겨 자살을 했다고 생각했거든.."

"그럼.. 피해자가 반항을 하다가.. 용의자를 찌른게 아닐까요?"

"글쎄.. 상처의 깊이나.. 주위의 상처를 봤을때... 반항하면서 찌른거 치고는 너무 깔끔해.. 

이런 일은 흔하지 않으니.. 신부님만 말해주신다면.. 모든게 해결 될텐데.."

젊은 형사가 말했다.

"정말로 카톨릭에서는 모든 고해성사를 발설하지 못하는겁니까?"

"대부분은 그렇지..신부가 속한 XXX 수도회가 제법 완강한 보속 과정을 가지고 있더군... 

아마 우리가 독심술이라도 익히치 않는한 절대 알 수 없겠지.."

"그럼 왜.. 몇시간 이나 신부를 붙들고 있는겁니까?"

"어쩔수 없지 않나.. 우리는 형사야.. 진실이 눈앞에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야 없지.

일말의 힌트라도 얻을수 있다면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하네.."

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럼 다들 식사나 하고 신문을 다시 재개하지. 다들 식사들 하고 와..."

"형사님은 안가십니까?"

"나는 신부님 하고 간단하게 식사할거야.."



+ + +



하얀김이 올라오는 스프와 빵이 신부의 앞에 놓여 있다.
 
"신부님 배고프시죠? 우리 먹고 하죠."

형사는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런 표정짓지 마시죠. 저는 신부님을 존경합니다. 

제가 용의자라도 신부님한테 고해성사를 하겠더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지금까지 수많은 범죄자를 취조했습니다. 

비교하는건 좀 그렇지만 이렇게 입이 무거운 분은 처음봤습니다."

"....."

"아무튼 드시죠."

신부는 말없이 수저를 집어들었다. 뜨끈한 스프를 먹구멍으로

넘기는 신부를 보며 형사는 말을 이어나갔다.

"식사하는중에 죄송하지만..이 스프말입니다. 누가 만든건지 아십니까? 셀리 어머니께서 직접 만든겁니다..."

순간 신부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형사는 때를 놓치지 않고 취조를 이어나갔다.

"셀리도 곧잘 어머니를 따라서 .. 이 스프를 만들었죠. 저도 염치불구 하고 자주 얻어 먹었는데

참으로 맛있었습니다."

신부는 그만 수저를 놓아버렸다.

"왜 그러시죠? 신부님.. 계속 드세요. 셀리 어머니께서 기뻐하실겁니다."

"아닐세.. 이미 충분히 먹었네."

"그러신가요?.."

형사는 한쪽으로 스프가 담긴 접시와 빵을 밀어넣은채 말했다.

"신부님...만약 교황청에 이 이야기가 들어가면 신부님의 거처는 더 이상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협박까지 하는건가.."

"아닙니다!. 저희는 신부님을 보호 하고 있는겁니다. 신부님께서 조금의 단서만 말해주신다면..

저희는 교황청에 절대 알리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계속 말하게.."

"하지만.. 신부님께서 이렇게 협조를 안해주신다면.. 저희는 교황청에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대로 하게... 나는 이미 그때 모든것을 예상했네.."

형사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톰은.. 마지막에..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던겁니까.."

그 순간 신부의 이마 주름이 길게 접혔다.

"그건 나도 알 수 없네....."

"그..."

형사가 말을 이어나가려고 하자 형사의 주머니에서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합니다.....다시 돌아오죠."

"..."

형사는 취조실을 나와 통화버튼을 눌렀다.

"뭐야..?"

형사가 말하자 다급한 젊은 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사님 일기장이 발견되었습니다."

"뭐라고? 누구 일기장?"

"피해자의 일기장이요.."

+ + +

셀리의 방에는 수많은 인형이 있었다. 모두 손수 만든 인형이었다. 

일기는 침대밑에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다. 마치 발견되지 않길 바라는듯..

"그래.. 뭐 중요한것이라도 써있나.."

"그게..."

"주저 하지 말고 말해봐. 자네가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비바람을 뚫고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피해자와 용의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형사는 턱에 손을 올렸다.

"흠.. 예상은 했지만.. 서로 사랑했다는것 까지는 몰랐군... 그럼 역시 

바람맞은 용의자가 복수심에 불타 피해자를 살해했다? 맞나?"

"아닙니다.. 죽기직전에 적힌 일기를 보면 피해자는 결혼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양측 부모가 서로 합의 하에.. 억지로 두남녀를.."

"참.. 시대가 어느때라고.. 그럼 어떻게 된건가.."

"둘은 한날 한시에 죽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마 그날.. 둘은 자살하려고 했겠죠.."

"자살이라.. 하지만 둘은 카톨릭신도일세.. 자살을 결심하기는 힘들었을텐데.."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혹... 그렇다면..."

순간 형사의 눈이 번뜩였다. 

"이것은 가설이야......죄의 무게를 측정하는건 불가능하지만... 

만약 서로를 찌른다면 자살이 아니게 되지.. 

카톨릭에서 자살은 용서 받을수 없는 큰 벌이지만... 살해는 그 보다는 덜하지...

용의자가 피해자를 찌르고.. 그리고 피해자가 용의자를 찌른다...

그럼 모든것이 설명이 되지..."

"그렇다면 왜 톰은 마지막에 연인과 함께 하지 않고.. 신부에게 달려간겁니까?"

"자네 부검실에서 본 톰의 표정을 기억하나??"

"네.. 참으로 섬뜩하더군요.. 마치 못볼걸 본마냥.."

"그게 고통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이라고 생각하나?"

"아니요.."

"아마 톰은 무엇을 본게 아닐까?"

"무엇을요..?"

"나도 몰라.. 지옥으로 떨어지는 연인의 모습이라도 본게 아닐까.. 살해라는 큰 죄를 
용서 받지 못하고 말일세.."

순간 셀리의방이 고요해 졌다. 정적을 깬건 젊은 형사 였다.

"그..그럼.. 톰은 혼자 죄를 용서 받기 위해.. 신부에게 달려갔다는 말씀이세요?"

"모든건 죽은자만이 알 수 있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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