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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너무 보고싶다
게시물ID : gomin_13421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패도라맨
추천 : 14
조회수 : 606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2/03 21:13:13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마지막까지 남아계신 할아버지 였는데,
 
돌아가셨다...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이젠 그 누구도 안계시다.
 
....
 
너무나 보고싶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하다
 
가슴이 아프다.
 
....
 
 
친할아버지는 내가 어릴적 부터 늘 자신의 무용담을 들려주셨다.
 
광복부터 6.25 까지 ...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 총과 대포 탱크가 멋져 보였던 것이.....
 
.....
 
 
 
집 근처에 할아버지 댁이 있어서 , 맞벌이 하는 부모님이 나를 자주 맏기셨다.
 
그때마다 난 또 할아버지의 실감나는 총 소리부터 탱크 움직이는 소리, 군인들의 제식할 때 발소리 마저
 
할아버지는 어린 나를 이해시켜주기 위해 정말 혼심을 다하여 보여주셨다.
 
난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좋았고,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같은 구수한 옛날 얘기는 아니었지만, 남자들의 멋진 전우애, 애국심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정말 할아버지의 얘기는 끝이 없는 것 같다,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이 끝없는 에피소드와 소재가 넘쳐 흘렀다 .
 
....
 
그렇게 나도 나이가 먹고, 이사를 가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자주 뵐 수 없게 되었고 , 명절이나 어쩔 때 한번 뵙는
 
여느 할아버지와 손자가 되었다.
 
하지만, 어렸을때 부터 할아버지가 내 가슴에 심어준 밀리터리 씨앗때문인지 나는 지금도 밀리터리 관련은 정말 관심있게
 
찾아보고 , 직업군인인 동생에게 묻기도 하고 잡지도 자주 보는 성격(?)이 되었다.
 
....
 
난 어느 날 일본대학으로부터 합격소식을 날아왔고 , 일본으로 떠나기 전 할아버지를 찾아뵈었다.
 
할아버지는 유년시절 일본에게 당하신게 많으셔서 그런지
 
일본얘기만 나오면
 
 "이런 쪽x리 개놈들은 아직까지도 살아남아서 천수를 다하고 살고.... "    (부들 부들)
 
....
이렇게 다짜고짜 화부터 내셨다.
 
하지만 내가 일본유학을 떠난다고 말씀드렸을 때 할아버지는
 
" 그려 ...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번 싸워서 백번 다 이겨부리지 "
 
하며, 손자의 출정(?)을 담담하게 환영해 주셨다.
 
그렇게 일본유학을 가서 이상한 사건도 겪고 , 좌충우돌 사건을 겪고 다시 돌아와서
 
난 입대하였다....
 
...
밀리터리 관련 웹툰도 좋아하고 , 여러가지 지식과 사람들에게 나름 사랑받는 타입이라...
 
난 보충대에서, 이것 저것 다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보충대에서 이리 갈래 저리 갈래 사람 뽑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다 부탁했음)
 
......
.....
 
그리고 난  특공대로 끌려갔다.
 
역시 현실은 시궁창 이었다.
 
개힘들고, 개쳐맞고 , 개눈물흘렸다....
 
...
할아버지는 그때부터 몸이 편찮으셨는지 , 면회는 못오시고
 
부모님을 통해서 안부를 물었다 .
 
드디어 나는 100일 휴가를 얻게 되었고 , 부모님댁보다 할아버지댁으로 가장 먼저 달려갔다.
 
어느 남자나 그렇겠지만 , 100일 휴가 나오면 가족들에게 내가 그동안 겪은 군대이야기를 늘어놓곤 한다...
 
 "할아버지! 내가 수류탄을 요롷게 잡아가지고 , 던졌는데 ㅋㅋㅋㅋ 의외로 멀리안날라가데요 ? ㅋㅋㅋㅋㅋㅋㅋ"
 
 " 와...할아버지 테레비에서 나오는 총 소리 다 거짓말!! 그짓부렁이! 다 뻥뻥  ㅋㅋㅋ  소리 진짜 엄청 컸어요 ㅋㅋ 귀 터지는줄 알았다니까요 ㅋ "
 
그리고 나는 군대에서 선임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
 
 선임왈  : 야 너 남자가 죽을때 까지 기억하는게 뭔줄 아냐 ?
 나        : 네 ? 
 선임왈  :  그러니까 너가 죽는 그 순감까지 기억하는 거 말이야
 나        : ....   .... 아...가족!   가족 아닙니까 ?
 선임왈  : 아...놔 이 또라x 새x  왜 ?? 첫사랑이라고 하지 ???
 나        : ...?   그럼 어떤 겁니까 ?
 선임왈  : 봐봐.....남자가 죽을 때까지 3가지는 딱 기억한데 그게 뭐냐면 ....    
 
                                                      첫번째는 말야... 자기 주민등록 번호...
 
                                                           두번째는 자기 총기번호 ....
 
                                                                 마지막은 군번 ... 이래
 
   ....
 
 
......
 
 
 난 할아버지께 여쭈었다..
 
 할아버지!  혹시 6.25 참전 하셨을때 군번 ! 군번! 뭐였어요! ??
 
   ....
 
할아버지는 병상에서 씁쓸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그런게 있을 턱이 있나... , 빨갱이 놈들이 내려오고 여기저기서 총알이 날아다니는데..."
 
...
 
 " 나한테 철모주고 총 쥐어주면 다 쫄병되는거지...  근데 나는 내가 언제 죽을까 걱정이 되서
 
   내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말했지 ,   '나 인천 제물포에 사는 뭐시기뭐시기 라는 사람이오~ ' 라고 옆에 있는 사람한테도..
 
  좌우에 있는 사람들, 처음본 사람한테도 그렇게 알리곤 했지..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나를 따라서 나는 어디어디의 누구누구요~라며 번지기
 
 시작했지  "  라며 헛웃음을 지으셨다..
 
....
 
 이런 할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파서 나는
 
 "할아버지는 뭐 드시고 싶으신거 없으세요 ...??? "라고 여쭈었다...
 
 
...
 
"하나 있긴 하지.....        그 시절에 먹은 보리로 만든 주먹밥 ,  일주일넘게 밥이 도착하질 않아서 쫄쫄 굶었는데 어느날 주먹밥이 온거야
 
 보자마자 먹었는데 그게 내생에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었어,  깡깡 ! 얼고 소금맛만 났지만 최고의 음식이었지... '
 
 
....
 
난 내가 군인인 신분에서 이런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뭔가  부끄러워 지기 시작했다.
 
...
그러더니 반대로 할아버지가 나에게 물었다..
 
 " 패도라야~  넌 혹시 사람이 죽을때 마지막에 하는 말이 뭔줄 알아 ? "
 
 
 "에 ..??  죽을때 마지막이요 ?  그거 혹시 전쟁이란 관련 있는건가요 ? "
 
 
 '그렇기도 하지... "
 
"음......아!!!  내 배에 구멍이??  나 살려줘 살려줘 ㅠㅠㅠ    이런거 아닐까요 ? '
 
"  (웃음 ㅋㅋㅋㅋ)   틀렸어 이것아.  
 
 나는 지금까지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떠나보내봤다 
 
 특히 전쟁통에서 아주 엄청났어 , 이렇게 숨쉬고 살아있는게 미안할 정도로 말이야
 
근데 내가 보았던 사람들이 배에 구멍이 나고, 몸통이 잘려나가도
 
 마지막에 하는 말을 다 같았어... "
 
 
".... .... 뭐라고 했는데요? "
 
 
 
 ...
 
 
....
 
"  처음에는  구해줘 살려줘 ...  나 살 수 있는거야 ?
  분노와 고통으로 울부짓는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게 같은 말을 하지...
 
     ' 어머니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어머니...보고.싶...어  "
 
 
" ...... "
 
 
 "나는 그사람들 덕에 살고있는거지...살아가는것 자체가...빚을 지고 있는게야... "
 
 
.......
 
 
순간 숙연해 졌다.....
 
 
할아버지가 군대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슬픈 표정을 지으시는걸 처음보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기백이 넘치셨고 , 당당하셨었다.
 
왠지 나에게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해주실걸 미리 예감하신듯 슬픈 표정을 지으셨다.
 
...
 
그리고선
 
" 내가 쏜 사람들도 모두 가족이 있을테고, 그 고통 이루 말할 수 없을텐데...
 
  내가 너무 오래살았구나... "
 
 
 "할아버지! 그건 어쩔 수 없잖아요! 나라를 위해서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거라구요! "
 
 " ..  .... "
 
나도 모르게 흥분을 해버렸고 ...
 
할아버지는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오늘은 참 할아버지의 이런 저런 모습을 많이 보았다.
 
...
 
또 시간이 지나고 난 전역을 하고 회사에 입사하고...다시 공부하고...
 
어느날 할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들었다..
 
할아버지의 연세가 아흔이 훌쩍 넘으셨기에 다들 호상 이라고 하였다.
 
할아버지도 자신이 떠날것을 알고 계셨는지
 
편찮으신몸 이 끌고 병상 주변을 혼자서 정리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임종때 , 나는 그때 당시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갈 수 없었지만
 
아버지를 통해 들은건 , 할아버지가 임종때 천장을 보며 어머니 어머니 를 수번 부르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
 
마치 뭐가 보이기라도 한것처럼 말이다..
 
 
나는 예전부터 귀신이 보이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기에
 
혹시나 할아버지를 뵐 수 있지않을까 하며, 3일간 계속 자리를 지켰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늘나라에 잘 가신거라 , 좋게 생각한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난 지금..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싶다...
 
너무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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