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서 한 편 더 쪄왔습니다..ㅎ
2064년. 생체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순간 이동이 상용화되었다.
정확히는 복제 이동이 맞지만.
몸을 분자 단위로 똑같이 재현할 수 있는데,
기억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외모도 성격도 똑같은 복제 인간이 완전히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다.
어느 허브에서든 스캔하면, 그 데이터가 목적지 허브로 전송되는 시스템이다.
원래 몸은 혼수상태에 빠뜨린 뒤 다른 사람을 재현할 때 재사용된다.
규제가 상당히 엄격하기 때문에 메이저급 허브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비싸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건너뛰기' 암시장이 생겨났다.
암시장 허브로 순간 이동을 한 친구들도 많이 봤고, 최근에 직장에서 잘리기도 해서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그간 모아둔 돈도 있겠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암시장 허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 남자가 나를 손짓해 부르더니 쉰 목소리로 물어본다.
"건너뛰러 오셨수?"
"네."
"목적지 좌표는 확인하셨고?"
"6885-6644요."
"따라오슈."
남자는 건물로 들어가 어느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4번 부스가 비었소."
"네, 감사합니다."
대충 대답하고 문으로 걸어갔다.
"즐거운 여행... 되시구랴."
남자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익숙한 기계로 다가갔다.
예전에 한 번 최신형 순간 이동 장치를 써 본 적이 있었다.
스캐너 위에 올라갔다.
밝은 빛이 반짝이며 움직인다. 어지럽다.
스캔이 끝나자 혼수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재사용을 위해서다.
피로가 엄습해오고 이젠 몸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됐다.
전신이 바닥에 흐드러지고 이제 눈을 뜰 힘조차 없다.
지금쯤이면 의식이 없어야 하는데... 뭔가 잘못됐다.
정신이 멀쩡하다.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이놈이 마지막인가?"
"네, 그렇습니다. 이제 지하실로 옮길까요?"
"그래,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잠에서 깨려고 머리를 열심히 흔들었다.
"어라, 이놈 아직 조금 살아있어요!"
눈앞에 희미한 피부색 타원이 보인다.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쳐도 왼쪽 팔이 움찔할 뿐이다.
"안녕? 나는 너의 새 주인이야. 환영해!
이제부터 너는... 음... 인생이 뭣 같아질 거야. 어쨋든 일상 탈출이지 않겠어?
너의 복제품을 본 사람들은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할테고.
근데 지금 너는... 아니다... 미리 말하면 재미없지. 걱정하지 마. 안 죽여."
"준비시키러 가자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
갑자기 이마로 군홧발이 날아와 눈앞이 깜깜해졌다.
깨어나 보니... 이곳은 더 깜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