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피시 2건 했으니, 몹도 하나 해줘야죠...?
왠지 하다보니 재밌네요 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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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늑대라는 몬스터 자체가 생소하신 분들이 계실겁니다.
무도대회에서 티르코네일 진형에서 등장하기도 하지만,
본래는 오스나사일(던바튼과 이멘마하를 잇는 길) 에서 필드보스와 함께 등장하는 몬스터입니다.
미니곰이라 부르는 작은 갈색 곰이 양늑대들을 이끌고 나타나지요.
이 사진은 이벤트 몬스터인 '거대 양늑대' 입니다만. 생긴건 똑같으니 애교로 봐주세요.
어쨋든 모양을 보면 상당히 요상한 몬스터 입니다. 대체 왜 늑대가 양가죽을 쓰고 있는 걸까요.
한 서적에 의하면 늑대들 사이에 영웅과도 같았던 한 늑대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 서적의 전문은 싣지 않고, 읽기 편하시라고 타이핑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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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이 한없이 평화롭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것은 평온했고 모든 것이 풍요로웠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였다.
티르 코네일의 초원에는 양들이 살았다. 풀은 언제나 푸르렀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그리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살아가던 늑대들도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허기를 채울만큼의 살육을 감행했고 대자연의 법칙 아래 모두가 평등했다. 그 중에 한 늑대가 있었다. 그는 부드럽고 유순한 양을 사랑했다. 그가 사랑하는 양이 있었다. 그녀는 강인하고 자유스러운 늑대를 사랑했다. 늑대는 양무리를 맴돌며 그녀를 지켰고 양들은 이 기가 막힌 사랑을 인정했다. 그는 육식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카로운 이빨로 풀을 뜯어 먹었고 끝내는 서서히 야위었다. 하지만 그녀의 옆에 조용히 엎드려 행복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와 그에게 볼을 부비며 평온하게 잠을 청하는 그녀를 해할 존재는 없었다.
그 날은, 이웨카가 더없이 붉게 물들던 날이었다. 에린의 평화가 서서히 깨어지던 그날에 그들의 평화도 온전치 못했다. 마족이 에린의 땅에 내려서던 그 날 이후로...
"쓸만한 녀석들은 다 분류하고 나머지는 죽여라."
묵빛갑옷 위에 달빛이 옅게 반사되었다. 갑옷 속에서 울리는 준엄한 언령에 검은 갑옷을 두른 한 무리의 포워르들이 위압감에 숨을 죽인 동물들을 샅샅히 살피고 있었다. 그 무리 중에서도 그는 단연 돋보였다. 의연한 태도와 지켜야 할 것이 있었기에 강렬했던 눈빛. 하지만 그 눈빛이 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것이라고는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쓸만한 녀석이 없군... 모두 죽여라."
다크로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포워르들은 검을 치켜들었고 그 예리한 검날은 떨고 있는 동물들을 향해 있었다. 누구도 목숨을 내어 걸고 저항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만이 다크로드를 향해 이빨을 보이며 짖었다. 지켜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두렵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사랑하는 연인으로 가득 차 있었고 오랜동안 육식을 하지 않아 비쩍 마르고 볼품 없어진 몸이었지만 사력을 다해 어둠의 군주를 노려보았다.
"아니지, 영 쓸만한 녀석이 없는 것은 아니군... 나를 향해 살기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담력이 좋은 녀석이라. 좋아, 네가 나를 주군으로 섬긴다면 이 모두를, 살려주겠다. 이것은 다크로드인 나의 약속이며 너에 대한 호의이다. 받아들이겠는가?"
그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길, 다소 치욕스럽더라도 그녀를 볼 수 있는 길. 어둠의 군주는 마족이었으나 허언을 할 존재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를 향해 쏟아지는 애처로운 눈빛들.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모두가 살아가고 싶어했다. 이 에린에서.
그는 다크로드 앞으로 서서히 걸어가 그의 앞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군주는 제법 자애로운 웃음을 보였고 그것으로 주종관계는 성립이 된 것이었다.
몸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의 몸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날뛰는 마기가 담긴 한장의 종이가 그를 괴롭게 했다. 괴로움이 커질수록 이성의 끈은 그의 손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면 그녀의 심경은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멀리 무리에서 떨어져 고통에 못 이겨 혼절한 그와 그를 지켜보는 그녀. 아무도 그들에게 가까이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점점 야위었다. 온몸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과 오랜 굶주림 속에서.
그가 다크로드를 만난지 약 2주가 지났을 무렵 그는 극심한 고통에 눈을 떴다. 그의 발 아래에는 조금 수척한 얼굴로 새근거리는 그녀가 있었다. 잦아든 줄로만 알았던 마기가 엄습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 그는 강렬히 자극하는 것은 사랑스러움이 아니라 피와 살육에 대한 감정이었다. 부드럽고 하얀 털 속에 연한 살을 찢어 그 속에 흐르는 뜨거운 피를 보고 싶다는... 그는 자괴감에 빠졌다. 점점 희미해지는 시야와 비례하는 이성의 부재. 그녀를 해한다면 이 모든 고통이 사라질것만 같은 묘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었다. 한참을 혼미한 정신과 극한의 고통속에서 말라죽어가는 그의 등에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그의 등에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맑고 빛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그녀는 조심스레 그의 앞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오래전부터 그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뜻을 알아채고 평원 전체가 울리도록 커다란 소리로 절규했지만 평온한 표정의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중략>
"그는 마족으로써 비록 하급마족이었지만 자신의 지위를 누릴 수도 있었어. 다크로드의 마음에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 늑대는 결국...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다가 죽어버렸어. 그녀 없이 살아갈 수가 없었던 거야. 그리고 그는 모두를 학살에서 벗어나게 한 존재였으니까, 어쩌면 동물들 사이에서 영웅이었고 그녀 또한 양들 사이에선 신화 같은 사랑이었어. 그를 위해서 스스로 하늘로 가버렸으니까. 그는 죽기전까지 그녀의 시체를 등에 업고 다녔어. 말라 죽어가면서도 비틀거리는 다리로 그녀의 몸을 지탱하면서."
<중략>
"아 참, 양늑대들이 그런 모습인 건 그를 기리기 위해서야. 간혹 죽은 양들의 가죽을 주워서 쓰는거지. 비록 마족이 되어버렸지만 그들은 그래도 지켜야 할 존재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무심결에 베어나가는 그들에게도 소중한 것이 있으니까. 너도...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겠지?"
<오스나 사일, 아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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