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고 오는길 자기보다 큰 가방을 메고있는 20대 커플이 있길래 신기해서 유심히 살피다가 지나갔다. 그중 남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지나쳐갔다. 그런데 그 사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저기요 버스비좀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정말 첫날밤을 지내는 새색시마냥 수줍은 목소리로, 면접보는 신입사원같은 떨림으로 내게 물어왔었다. 그런데 난 그게 '요즘 신종 앵벌이 수법인가? 그럴싸하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갑에는 몇천원이 있었지만 "지금 현금이 없네요 죄송합니다."라며 지나쳤다. 그리고나서 거리를 걷는데.. 아... 삼천원정도 하는 돈 때문에 내가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거절했구나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는데 발바닥에 껌딱지가 붙은마냥 잘 떨어지지 않았다. 이대론 아니다 싶은 마음에 그대로 달려가 편의점에서 하는 따뜻한 음료하나, 시내버스 요금을 손에 쥐고 뛰어갔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를 한바퀴 돌아도, 근처 병원주위를 돌아도 그 커플은 보이지 않았다. 세상이 각박해 억울하게 당하기도하는 세상이지만 그것 때문에 진실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지나치게 될수도 있다는걸 오늘 깨달았다. 그 남자는 얼마나 떨렸을까..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내가 무시한 그 남자의 얼굴이 새벽인 지금까지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