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어가는 밤. 피곤을 이기지 못해 침대에 아무렇게 늘어져 눈을 감았다.
가장 소중한 친구와 싸웠다. 아마 그 녀석은 나를 싫어하게 되겠지. 아마 기억조차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잠시라도 슬픔을 잊으려 피곤함에 몸을 맡겨 스르르 잠에들었다.
“하아... 이젠 다 끝이구나. 내겐 이제 아무도...”
잠시 후, 싱글 소파 위에 앉아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침대에서 잠이 들었는데 왜 여기서 깨어난 것일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아니, 왠지 의문조차 들지 않았다.
주변은 캄캄한 어둠 속.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내 맞은편에 세워진 작은 흑백 브라운관 tv와 내게 쥐어진 리모컨뿐. 무의식적으로 리모컨을 집어 tv를 켰다. Tv에선 어떤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사랑을 받으며 애교를 부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참기 힘들 정도로 지루한 장면이 이어지자 채널을 돌리려 리모컨을 잡았지만, 리모컨에는 전원버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지루한 장면을 계속 지켜보다 잠에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부심에 다시 눈을 떠보니 침대 위였다. 햇볕이 들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간지럽혔다. 밤새 꾸었던 꿈이 불쾌했는지 창문을 열고 새들에게 소리치며 화풀이를 했다.
"여기서 쳐 떠들지 말고 꺼져. 안 그래도 더러운 꿈을 꿔서 기분 잡쳤는데. 퉷."
새들에게 아무런 악감정도 없었다. 그저 내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내뱉은 말이었다.
숨을 돌릴 겸 냉장고 문을 열어 차가운 물을 들이켰다. 이제야 잠에서 깨는 기분이다.
오늘은 그 친구와 비행 연습을 약속했던 날. 그 녀석과 싸운 이후로 얼굴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 집을 나가는 것조차 망설였다. 결국,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우 지루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누워만 있으며 그저 밤이 되어 잠이 오기만 기다렸다. 그렇게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다시 눈을 뜨니 또 그곳에 와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던 것은 저번과는 조금 세련된 모습의 브라운관 tv. 전원을 켜니 확실히 색이 보였다. tv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그 아기가 어느새 자라 비행학교에 입학하던 날이었다. 친구들과 인사하고, 선생님과 인사하며 즐거운 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기는 친구들에게 짓굳은 장난을 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 유쾌해 매우 집중하여 보던 중. 덜컥하는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역시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잔에 담아 마시며 생각한다.
'꿈속의 장면들. 왠지 낯설지가 않아. 마치 내 기억 속 깊은 곳에 있는 것처럼'
왜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그런 생각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머리를 쥐어짜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또 그런 꿈을 꾸게 되는 것은 아닐지. 내 기억 속을 헤집어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어 썩 내키지 않았다. 머리도 식힐 겸 시장으로 내려가 간식거리를 몇 개 샀다.
애플 사이다와 커피. 저녁에 먹을 빵이 내 장바구니의 전부다. 어차피 혼자 있으니 많이 필요하지 않겠지.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털썩 누워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역시나 같은 꿈이다.
3일 연속으로 같은 꿈이라니. 이젠 화도 나지 않는다. 꿈을 꿀 때마다 달린지는 것이라곤 tv가 다르게 생겼다는 것.. 그리고 tv속 주인공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전원을 켰다. 이번엔 비행 캠프에 갔었다는 내용이다.
역시나 몹쓸 장난으로 모두를 괴롭히던 중, 누군가가 아이에게 다가왔다. 그 누군가는 아이와 금세 친해졌고. 성장해 가면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 포니는 주인공과 놀고 싶은 듯 잡아끌며 입을 열어 주인공을 불렀다.
“@#*#!”
"!!!"
그 목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분명히 나를 불렀다. 문득 생각해보니 tv속 그 친구를 보니 내 친구였던 그 아이가 떠올랐다.
비행캠프에서 만난 가진 페가수스 친구. 장난치는 것을 즐기며 친해진 내 유일한 친구였다. 하지만, 이젠 그 녀석에게 돌아갈 면목조차 없다. 아니, 돌아간다고 해도 그녀석의 친구들에게 밀려날 것이 두려웠다.
숨을 돌리려 물을 마시던 중, 머리를 스치며 떠오르는 생각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tv속 아이는 점점 성장하여 비행 캠프를 다녔고, 그 친구는 분명히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아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고, 그동안 난 꿈속에서 내 과거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을 알게 되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또 그런 꿈을 꾸게 되면 어쩌지? 다음 내용은 그 아이의 친구들에게 질투심으로 그들을 괴롭혔던 것일게 분명하다. 아니, 이번이 아니더라도 같은 꿈을 계속 꾸게 된다면 반드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날 밤. 잠에 들기 두려워졌다. 이번 꿈은 나를 괴롭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그 일을 계기로 그 아이와 사이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잠을 자지 않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몰려오는 졸음은 견딜 수 없었다.
눈을 떠보니 침대 위였다. 다행히 그 악몽 같은 tv와 마주하지 않아 매우 기뻤다. 기쁜 마음에 산책을 하려 집을 나섰다. 상쾌한 아침 바람이 그동안 꾸었던 꿈들을 날려버리듯 기분이 좋았고, 오랜만에 날개를 펼쳐 보았다. 어딘가로 날아갈지 생각에 두지 않고 무작정 날다 보니 어느새 그 아이의 집에 도착했다.
왠지 그 아이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땅 밑에서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괴상한 갈기를 가긴 분홍빛 포니. 분명히 그 아이의 친구 중 하나였지. 왠지 그 아이보다 저 포니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땅 밑으로 내려갔다.
"이봐, 거기 분홍색 포니. 할 말이 있어."
"대쉬야! 놀자!"
내 부름을 무시하고 분홍색 포니는 그 아이를 불렀다. 아직 화가 나 나를 무시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그를 부르려 다가가려는 순간, 그 아이의 집에서 누군가가 내려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같은 공간에 내가 둘이나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너무 놀라 또 다른 나에게 다가가 보았다. 하지만, 만질 수조차 없이 내 발톱은 몸을 통과해 지나갔다.
지금이 돼서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이제 내겐 내 악행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왜 저런 짓을 했지? 내가 왜 가장 친한 친구가 등을 돌릴 만큼 몹쓸 장난을 쳤던거지? 내가 왜... 다가오려는 이들을 외면하며 그들의 고통을 즐겼던 거지?'
어느새 나는 그 아이에게 괜한 큰소리를 친 뒤, 먼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내가 멀리 사라진 뒤, 그 아이는 아무도 보이지 않도록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
그리고 조용히 눈을 떠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인 새벽이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보긴 처음이라 다시 잠에 드려 이불을 덮었지만, 그 아이가 슬퍼하던 모습이 머릿속을 맴돌아 좀처럼 잘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걸어가 물을 따라 마셨다.
"으읏...! 퉤!"
입속에서 느껴진 달콤하면서 시큼한 느낌에 놀라 입에 있던 액체를 뿜어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해봤다. 애플 사이다다. 잠결에 꺼내 마셨던 것이 하필 그녀석이 정말 좋아하는 애플 사이다라니, 갑자기 그 녀석이 떠올라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았다.
"내가... 내가 왜 그런 짓을... 그저 내 감정대로 친구를 버리다니.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겨우 장난일 뿐인 일로..."
그날 있었던 일이 한꺼번에 떠올라 머리가 터질 만큼 괴로웠다. 그렇게 하염없이. 주저앉아 울다 보니 어느새 해가 하늘 가장 높은 곳에 떠있었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졌다. 그 아이에게. 그 아이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내가 장난을 쳐온 이들에게. 무릎을 꿇으며 사과하고 싶다. 용서를 구하고 싶다. 용서를 받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고 싶다. 일단 가장 먼저 생각나는 그 아이를 찾아가기로 했다.
결심은 섰지만, 막상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두려워진다. 버림받을 것이. 또 외톨이가 되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포기할까 생각하던 중, 테이블 위에 나뒹구는 빈 애플사이다 병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내게 다시금 그 친구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하였다. 드디어 결심이 바로잡힌 기분이다.
점심을 먹은 뒤, 대쉬의 집으로 향한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진다. 점심으로 먹은 것이 탈이 난 듯하다. 긴장된 탓에 괜히 과식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심호흡 몇 번을 한 뒤에, 물을 조금 마시니 조금 진정이 되는 기분이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서둘러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난 그 친구의 집에 도착해 문 앞에 서게 됐다.
“저... 저기...”
목소리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뭐가 두려운 것일까. 생각해보면 버려진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친구를 버린 것인데. 내가 떠난 것인데 지금은 오히려 싸늘한 대답이 돌아올까 두려워진다. 역시 무서워져 그대로 뒤를 돌아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거기 누구... 어?”
“...!!!”
난 너무 놀라 근처 구름 뒤로 숨었다. 그리고 구름 틈으로 슬쩍 들여다보니 무지개빛 갈기가 슬쩍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다. 갑자기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내가 저질렀던 일들. 친구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그 아이를 그저 내가 화가 났다는 이유로 뛰쳐나갔던 일.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져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던 차였다.
“너 거기서 뭐하냐?”
“아... 저기... 그게...”
답답하다는 바라보는 그 아이의 눈빛. 마음속으로 미안하다는 말이 수십 번 되내여 지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저 웅얼거린다. 답답함을 참지 못했는지 그 아이는 짜증을 내며 내게 다가왔다.
“야! 할 말 있으면 빨리하라고. 답답해 죽겠네! 진짜.”
“저... 미... 미아... ....미안...”
“아오 진짜. 오랫동안 못 본 사이에 이렇게 답답이가 됐냐. 이 멍청아”
잔뜩 주눅이 들어 몸을 움츠리고 있던 내가 그 아이는 갑자기 다가와 품에 안으며 살며시 미소를 지어줬다.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왔다. 나는 그 아이를 세게 끌어안으며 오열했다.
“미안해... 정말.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말아줘...”
“내가 친구를 왜 버리냐? 나 몰라? 의리 하면 나잖아.”
“...”
“돌아 와줘서 고마워. 길다.”
내 이름을 부르는 그 아이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울컥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눈을 떠보니, 꼭 끌어안고 미소를 지어주는 그 아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그 아이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져 있었다. 겉으로는 강한 척해도 누구보다 여린 친구였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한참을 소리 없이 울었다.
다음 날, 나는 그 아이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밤새 그동안 쌓아왔던 이야기를 나누고, 한참을 웃고 떠들다가 해가 뜨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잠에들었다. 그리고 어스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다... 다음에 하면 안 될까?”
“안돼. 내가 보는 앞에서 무조건 하기로 약속했지? 그러니까 해.”
“역시 이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란 말이야.”
“스타일이 뭐가 중요해. 이게 더 중요하거든?”
대쉬에게 이끌려 애플잭의 농장으로 향했다. 그 아이의 말대로라면 그 농장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파자마를 걸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 아이들을 볼 면목이 없었기에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긴다.
우린 곧 애플잭의 농장에 도착한다. 그곳엔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또 지각이냐?’ ‘역시 변하지 않는 지각대장’이라는 말로 대쉬를 반긴다. 대쉬는 머리를 긁으며 나를 앞세워 나를 데려오느라 조금 늦었다는 말로 둘러댔다.
“임마는 왜 댈꼬왔노?”
“어... 저... 저기 안녕.”
“아! 너! 누군지 알아! 그런데 이름이 뭐였더라?”
“자기야, 꼭 그래야만 해야겠어?”
역시 날아오는 것은 차가운 질타. 잔뜩 주눅이 들어 대쉬의 뒤에 숨고 말았다. 그것을 지켜보던 보랏빛 알리콘 한 마리가 앞으로 나서며 대쉬에게 이유를 묻는다.
“대쉬. 왜 저 그리폰을 데리고 왔는지. 지금 이 일을 설명해줘야겠어.”
“아아, 그게 말이야. 이 친구가 너희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말이야. ...아 진짜. 숨지만 말고 나오라고!”
대쉬가 자신의 뒤에 숨어 그녀의 날개를 꼭 붙잡고 있는 나를 억지로 떼어내며 앞으로 밀친다. 그리고 어서 하라는 듯 한걸음 물러선다. 나는 마른 침을 겨우 삼켜내며 꼭 붙어 있던 입을 열었다.
“저... 정말 미안했어. 내가 왜 그런 짓을 한 건지...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 읊조리며 눈물을 흘리던 내게 그들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마, 괘안타. 뭐 그런일로 질질짜고 그라노.”
“에...? 나 안 울었는데.”
“당신도 착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핀씨...”
“그,,, 그럴 리가...”
카우보이모자를 쓴 주황색 포니가 가장 먼저 내게 다가와 어깨 위에 발굽을 걸치며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뒤이어 수줍어하며 다가오는 분홍색 긴 갈기를 가진 포니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우!... 그러니까 너 이름이 뭐야? 이름 가르쳐줘!”
“기... 길다.”
“만나서 반가워어어어!!!! 길다아!!!! 그런데 우린 초면이 아니지!”
복잡한 곱슬머리를 가진 분홍색 포니가 이름을 물어오자 무척 당황했는지 자연스럽게 대답이 나왔다. 갑자기 벌어진 복잡한 상황에 얼굴이 붉어져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대쉬를 찾았다. 어느새 흰색 털을 가진 포니의 옆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는 쓰러져 웃고 있었다.
“꺄하하하하!!! 역시. 데리고 오길 잘했어!”
“뭐, 파티는 많으면 많을수록 재밌는 거니까.”
“새로운 친구 사귀기, 체크.”
정신없는 소개가 끝난 뒤, 애플잭이라는 포니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핑키파이가 먼저 들어가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고, 래리티는 보석가루로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애플 사이다를 들고 내게 다가오는 플러터샤이. 조금 어색했지만 이내 미소 지으며 사이다가 든 컵을 받아들었다.
“사이다 좋아하죠? 길다씨.”
“어... 응. 좋아해. 그리고 그 존댓말좀 어떻게 해주면 안될까?”
“히... 히익..! 미안해요... 아니, 미안해”
내 눈빛에 놀라 그녀는 테이블 뒤에 숨어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심스럽게 다시 내게 다가왔다.
“미안해. 내가 조금 겁이 많아서...”
친구들과 노는 기분이 이런 거였구나. 가슴 한가운데서 끓어오르는 기분이 들지만, 매우 기쁘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런 기분을 모르고 살았을까. 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래, 이런 거였어. 정말 고마워... 다들.”
그들의 모습을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어봤다. 언제 지어봤는지도 모를 자연스럽게 나오는 미소. 다른 포니들이 곤란해할 때 즐거워하는 것과는 다른 기분이다. 이런 기분을 평생 간직하고 싶다. 아니, 이제 평생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이들이 내 친구니까. 이들과 보낼 시간을 생각만 해도 정말 기쁘다.
“마, 거서 멍때리고 뭐하노. 빨랑 온나.”
애플잭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즐거움에 겨워 다시 한 번 미소 지으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