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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사에서 쓰는 초단편 헛소리] - 참 뭣같은 날
게시물ID : readers_95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탈.
추천 : 2
조회수 : 18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10/25 01:21:05

참고로 가독성은 개거지입니다.




오늘은 이상하게기분 나쁜 날이었다.


 아침밥을먹을 적부터 마누라라는 인간은 바가지를 심하게 긁어댔다. 어제 상사 접대를 위해 갔던 룸살롱이 주제였다. , 사회생활 하다 보면 한번쯤은 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나름논리적으로 설명했지만 지방의 잡스런 대학을 나온 이 년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나 좋다고 매달리며쫓아다니더니 결혼 하고 나니 이따위로 대접을 해? 어쩌면 그 때 실수를 범한 내가 책임을 지겠답시고결혼해버린 게 최대의 오점이 아닐까 싶다. 여하간 평화로운 하이-클래스인나에게 이런 엿 같은 날을 선사해 주는 존재는 그 놈임에틀림이 없었다. 십 수년간 나를 괴롭힌 그 놈은 세상 도처에 존재했다.특히나 내가 야근을 하고 난 뒤나 상사와 회식을 하고 나서 온 다음날이면 백분지 백의 확률로 반드시 나타났다.


 그놈은 어떠한 모습으로든 내 앞에 나타났다. 내가 그 놈을 처음 봤을 때에 놈은 고등학생 양아치의 모습이었다. 그들 특유의 오만한 눈빛이 비슷비슷한 것들끼리 뭉쳐 다니며 나에게 오천 원짜리를 들이밀며 시가 모히또를 사달라고했다. 나야 뭐 나름 평화주의자라면 평화주의자라 군말 않고 사주긴 했으나 놈들의 조롱 섞인 웃음이 나의등을 찔렀다. 놈은 때로는 젊은 여대생, 노망난 늙은이 등여러 가지 얼굴로 나를 괴롭혔다. 시끄러워지는 걸 싫어하는 나는 그 자리를 대강 얼버무리거나 때로는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미꾸라지마냥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 때마다 놈들이 주는 스트레스는 나의 인내심을자극했고 난 그 스트레스를 때로는 아내에게 풀기도 했다.


 하지만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놈들이 많이 보였다. 길을 가고 있으려니 왠 헛버러지 같은 놈이 나의 발을 밟고는되려 자기가 세모 눈깔을 하고 날 꼬나보며 욕을 해대질 않나, 오토바이를 탄 요란한 복장을 한 놈은날 거의 치일 듯 스쳐 지나가더니 내가 그 놈을 바라보자 그 새끼는 웃으며 나에게 가운뎃손가락을 펴 보이는 게 아닌가. 내 당장이라도 놈을 쫓아 밟아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후로도휴대폰을 팔려고 별 짓을 다 하는 폰팔이 놈들이나 술을 처먹고 주정을 부리는 노숙자 같은 놈들이 시비를 걸어댔다.그 놈은 내가 회사에 출근할 때까지 쫓아다니며 나를 괴롭혔고 심지어 회사 안에서도 상사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나를 여기저기 들쑤셔놓았다. 이런 거지 같은 날이 있나. 놈은 하루 종일 나를 쫓아다니며 여기저기헤집어놓았다. 겨우겨우 업무를 마치고 나왔을 때 시간은 밤 11시를가리키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밖으로 나와 아내가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와 맥주를 조금 사고 지름길인 골목으로 들어섰다.


 여느때처럼 골목은 조용했다. 심지어 그 놈으로 보이는 존재도 나타나지 않았다. 원래 인적이 드문 골목이긴 했지만 오늘따라 영 소름이 돋는 게 택시를 잡아타고 싶었으나 아까 편의점에서 돈을다 써버렸기 때문에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가로등 하나 없지만 익숙한 길을 가고 있는데 저앞에 어렴풋이 후드 티를 뒤집어 쓴 노숙자가 보였다. 난 그를 쳐다봤다. 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것도 분명 그 놈이리라. 이번에야말로 놈과 대면하여 결판을 짓고 말 것이다. 순간적으로 이성을잃은 나는 그 노숙자에게 다가가 발로 툭툭 차며 그의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다. 놈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대꾸조차 하지 않는 놈에게 퍽 기분이 상한 나는 놈에게 놈의 종과 성별을 친히 바꾸어주며 더 센 발길질을 했다. 내 발에 채이는 놈의 물렁살이 가진 감촉이 나에게 쾌감을 선사해주었다. 놈은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한바탕 신나게 처 맞고 쓰러진 노숙자를 보며 별 것 아닌 놈이 나를 이렇게괴롭혔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나는 한참을 웃었다. 웃다지쳐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한참을 처 웃었던 것 같다. 꾸물꾸물 일어나려는 그 놈의 면상에 회심의발길질을 먹여주자 놈은 다시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나는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그렇게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다 보니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뭔가 하며 뒤돌아보자 별안간 내 안면에서둔탁한 소리가 나며 고통이 밀려왔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어둠에 익숙해져 흐릿하게 보이는 그 놈의 모습을보았다. 놈의 손에는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이 골목에쇠파이프가 있었던가? 놈은 분명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맞지 않았나?수많은 의문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무어라 한마디 말하려 했지만 놈은 무자비하게 그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차갑고 육중한 쇳덩이가 나의 관자놀이를치자 귀에서는 삐- 하는 소리 이외에 일체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쇳덩이는그렇게 대 여섯 번 더 나를 내리쳤다. 점점 차가워지는 얼굴 위로 따뜻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놈은 파이프를 나의 앞에 내던지고 골목길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마지금 내 얼굴은 아무도 못 알아볼 정도로 으스러져 있을 것이었다.


이제 내일부터는놈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세상에는 분명 그 놈들이 수십 명, 수백 명도 넘게 존재한다.
몇몇 사람들은 놈들에게 일일이 대항하려 들며 진을 빼기도 하지만
몇몇은 그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에게 풀기도 한다.

사실 놈들을 피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놈들이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해서 
엉뚱한 사람에게 그것을 해소하려 한다면
결국 자신이 그 놈처럼 되는 것이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를 하지 말자.
폭발보다도 그 뒤에 따르는 후폭풍이 무서운 법이니까.

쓰고보니 개억지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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