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화를 내는 최대 원인은 "나는 잘못한 게 없어."라는 생각. 즉 "나는 죄가 없어." 혹은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뿐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로 하여금 화를 내게끔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무지와 오만함이다. 또한 화를 내어 승리하는 것은, 결국 지는 것이라고 세네카는 말한다.
--- 야생의 동물(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에겐 화가 없다고 봐야 한다. 화는 이성의 적이지만, 오직 이성이 존재하는 곳에만 생겨난다. 야생의 동물도 격앙, 사나움, 공격성 같은 충동을 느끼지만 그들에게 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이 어떤 종류의 쾌락에 관한 한 인간보다 자기 통제가 부족하긴 해도 (즉, 쾌락을 더 마음껏 누려도) 동물에겐 사치가 없듯, 화도 없다.
--- 이성은 어떤 일이 행해져야 한다고 판단하면 온갖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그 목적을 이룬다. 이성은 자신을 대체할 만큼 더 나은 것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기에 한 번 결정한 것에 대해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화는 종종 연민에 의해 밀려난다. 화는 오래 버티는 단단함이 없으며, 단지 화르르 타오르는 처음의 격렬함에 편승할 뿐이다. 그것은 마치 해풍이나 강과 습지를 넘어온 바람처럼 처음에는 세지만 그 수명이 짧다.
--- 화는 -내가 강조하건대- 이와 같은 사악한 특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통제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은 만일 진실이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것 같으면 진실 자체에 점점 더 분노하게 된다. 그것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고함을 지르고 욕설과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자기가 희생시키려고 작정한 사람을 끝까지 쫓아간다. 이성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이성은 말없이 조용히 일족의 뿌리를 뽑으며 나라에 해악을 기친 자의 처자까지 모두 멸족시킨다.
---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자는 필히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많다.'
--- 몸으로 싸우는 격투 선수들조차 자신을 때리는 상대방의 힘을 소진시키려고 고통스러운 타격을 참아낸다. 그가 마침내 주먹을 날리는 때는 화가 날때가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다.
-- 따라서,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것은 무지와 오만함이다. 악인이 악한 행동을 하는 것이 어떻게 이상한 일인가? 적이 우리를 해치고 친구들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자식이 실수를 하고, 노예가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 무어 새로울 게 있는가?
출처 : <화에 대하여> , 세네카. 사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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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이라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제가 부족해서 위에 나름대로 선정한 문장만으로는 세네카의 의견을 오해할 소지가 있어서 말씀드리자면 세네카는 넓은 의미의 보편적인 [화]를 부정한다기보다는 넓은 의미의 [화]를 [감정적 격노함]과 [이성적 꾸짖음]으로 구분한 뒤에 [순간적 격노함]을 [화]라고 부르며 주의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 편한 사람에게 더 화를 잘 내는 제 모습을 반성해야겠습니다.
화에 휩쓸려 자신을 잃을 일 없는 2월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