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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분들에게..
게시물ID : humorbest_957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예비군
추천 : 49
조회수 : 1936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6/04 15:47:01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6/04 04:44:42

 올해 3년차인 예비군.. 

 나라의 부르심을 받고 2박 3일 코스로 여행을 떠난 곳은 모 군부대 훈련장.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동원훈련에 소집된 터라 다소 긴장이 되는 것도
 (대학을 다니고 있으면 하루로 끝납니다)사실이었지만 왠지 소풍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려나.. 쿨럭;; 

 뭐..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매연 속에서만 지내다가 신선한 공기를 맘껏 마시며 풀밭 위에 드러누워 
 있으려니 저절로 눈이 감기기도 하고..
 
 귀가 멍할 정도로 들려오는 총 소리와 화약 냄새도 실컷 맡아보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군장의 듬직한 무게와.. 더불어 어깨가 빠질 것 같은 고통의 엄습이 -_-;
 (역시 야삽과 모포 무게가 장난이 아닌것이;;) 

 1년만에 다시 신은 군화 덕택에 행군도중에 발가락 껍질이 벗겨지기도 하고.. 

 하루종일 땡볕에서 땀 흘리며 있을려니 얼굴은 다 타고.. 
 (집에 오니까 쓰리기 시작하더니 껍질이 벗겨지는.. 몇일이나 있었다고;;)

 찬 바람이 쌩쌩 부는데 찬 물로 샤워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난감해 지기도 하고.. 

 곳곳에서 튀어 나오는 산뱀들의 습격에 놀라고.. 

 정겨운 푸세식 화장실 냄새와.. (제일 x 같은..)

 6월이 되기도 전부터 피를 갈구하는 산모기들의 공습에.. (화장실이 특히 대박) 

 내무실 정원을 초과해 40명이 넘는 인원이 자느라 말 그대로 칼침을 자야 했던 상황과.. 
 (자다가 고개를 돌리니 옆 사람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을 때의 느낌이란.. 참..)

 등등등... 

 오랜만에 군 생활의 추억(중 일부분들)을 느껴보니 참 즐겁더군요 -_- 


 뜬금없이 이런 말을 왜 적는고 하니.. 

 갈 때는 새벽에 출발해서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만 훈련이 끝나고 복귀하는 날은 
 오후 시간대라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중간에 택시를 탔는데(처음에는 걸어갔는데 
 중간에 택시를 탄 이유가 있습니다)기사 아저씨가 수고했다며 말을 건네시는데 참 
 가슴이 찡.. 하더군요. 뭔가 중요한 일을 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반대로.. 

 택시를 탄 이유는 걸어가는 도중에 여자분들이 힐끔 거리면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몇몇 분들이 수근수근거리면서 지나가는데 제가 귀가 밝은 편이라 뭐라고 
 하는지 다 들리더군요. (그것보다 들릴 정도로 크게 말했다고 해야 하나.. 들으라는 듯이;) 

 A양: " 무슨 군바리들이 이렇게 많어. 재수없게.. " 
 B양: " 웩.. 이상한 냄새 나지 않냐? " 

 . . . 더 심한 말도 있었는데 심의상 그 부분은 빼겠습니다. =ㅇ=; 
 (혈압 높으신 분들이 보면 열받아 쓰러지시기 때문에;;)

 주위의 몇몇 분들이 화난 표정으로 어이 없다는 듯이 바라보셨지만 다행히도 우려했던 
 사태는(내심 일어나기를 바랬지만;)일어나지 않더군요.  

 제가 한마디 할까 하다가 마지막 날 안 씻었기 때문에 참았습니다 -_-; 
 그냥 답답한 마음에 담배 한대 꺼내 물고 피웠습니다.. 참 기분 뭐 같더군요. 


 오유에도.. 많은 다른 웹페이지 게시판들에도 군대 관련 이야기는 많이 올라옵니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2년이나 죽여가면서 그들 자신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시선들과(?) 그런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을 수 있냐는 것입니다. 


 -  몇 일간의 애들 전쟁놀이처럼 하는 군 병영체험이나 
    TV에서 보여주는 아주 판 ~ 따 ~ 스틱하게 포장된 군 생활을 보면서 

    " 저러면 나도 하겠다. " 
    " 2년간 밥 주고, 돈 주고, 재워주는데 뭐가 불만이냐. " 
      (아.. 월급은 많이 올랐더군요. 병장이 4만원 좀 넘는다던가.. 
       불과 4년만에 거의 세배가..요즘 매스컴을 많이 타서 그런지;;)

     와 같은 무개념의 발언은 자제해 주시고 말이죠. 

     (제가 모 훈련소에서 복무할 당시 [모친 병영체험], [부친 병영체험]을 2번이나 겪으면서
      온갖 방송국의 카메라가 취재했던 당시의 상황이 아주 재밌었던(?)걸로 기억하기 때문에
      더 강조해드리고 싶네요;;)  -

 
 감사해 달라거나 2년간의 시간을 보상할 무엇인가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2년의 긴 시간동안 얼굴조차 모르는 그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들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인생 중 일부를 반납한 그들에게 경멸어린 시선과 독설 대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잠시나마 착각에 빠져 행복해 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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