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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노트
게시물ID :
readers_9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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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알수없다,
★
추천 :
13
조회수 :
489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3/10/25 10: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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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노트
나무들은 필사적으로 팔을 휘저으며
구름에 저들의 말을 새겨넣었다
힘겹게 손끝을 떨던 나무들은 이내 구름을 구겨
몇 개의 별을 가리기도 했다
그 밤, 나는 구겨진 종이가 되어
아무곳으로나 굴러가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쓰여지지 못했으므로
나는 여전히 구겨지지 못했다. 못했으므로
구겨지지 않는 슬픔을 안으로 구겨넣었다
바람이 불고 책장이 넘어가도
찢겨지지 않는 책장이 되기 위해 나는
한동안 거리에 붙박혀 있어야 했다
황급히 구겨지고 사라지는 구름들에
현기증 나던 밤, 세상 가득 먹빛이 빛나도
아무 말도 쓸 수 없어 우두커니
누군가 뼛속까지 내려가 쓰라 했다
내 뼈는 너무 얕았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한 장의 목숨
나는 여전히 생의 노트에 질기게 붙어 있다
0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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