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의 언급을 듣고 들었던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글의 특성상 평서문으로 썼습니다.
기대라는 것에 대해 나는 인색한 편이다. 때로 마음 한켠에 기대를 품기도 하지만, 짐짓 일부러 더 기대하지 않는다고, 잘 안 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기대에 대한 배반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오늘 또, 그 은근한 기대마저 배반당했으며, 마음 한켠에 자라는 기대의 최대치는 더 줄어들었다.
오늘 참배를 이야기하는 그에게서는 이미 자신이 대권후보에 확정되었거나, 혹은 당선된 대통령인 것 같은 뉘앙스가 풍겨나왔다. 당수로도 정치인 개인으로도 희대의 병크로 기록될 언급을 당선 후 첫 멘트로 날리고도 여유롭고 자신있어 보였다. 본인이 하는 일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걸까?
당수로서의 행동이었다면 선명한 야당을 기대하는 집토끼들을 산에다 풀어준 꼴이고, 대권후보 혹은 정치인 문재인으로서의 행동이었다면 자신이 종편에서 그리도 부르짖는 '친노강경파'의 허수아비거나 어제 한 말 오늘 기억 못하는 박근혜와 동등한 수준임을 보여준 것이다. 박근혜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그 아비의 묘에는 찾아가겠다는 지독한 모순을 어떻게 풀려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최대한의 이해심을 발휘하여 이 상황을 정리한다면, 문재인은 본인이 제 1 야당의 당수인지, 대권후보인지, 대통령 당선자인지 헷갈려 하는듯 하다. 각각의 역할은 각각의 기대행동이 있다. 지금 문재인은 그 모든 기대행동들을 너무도 간단하게 휘휘 저어서 섞고 있다. 정치인으로도 영리하지 못하고, 야당 당수로서는 최악이다. 지금 문재인은 딱, 당내에서 계파갈등이 불거질 때 손 놓고 있었던 무능을 반복하고 있다. 우발적인 행동이 아닌 지속적인 무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서는 자신이 당수가 되면 계파갈등이 해소될 것이라 했다.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와 뭐가 다른가?
문재인은 그럼에도 별 이상이 없는 한 또 대선후보가 될 것이다. 그러니 절망적이다. 지금까지의 국면들에서도 이렇다할 돌파구를 보여준 적 없이 SNS에 글만 쓴 문재인이 당 내 갈등을 봉합해내리란 기대를 하느니, 정화수 떠놓고 정 도령의 강림을 바라는 게 나을 것이다. 그간 문재인에 대해 최소한의 비판적 지지만을 지속해왔으나 그마저도 접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