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풀러의 젊은 시절이라는 1937년의 세계 그리고 1999년의 세계 그리고 2024년의 세계. 그리고 물론 현실의 세계 이 현실의 세계는 영화를 리뷰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해석 방법으로 쓰이는 게 아니다. 이 현실의 세계는 분명하게 영화에서 하나의 세계로 구분되어 있다.
일 단 이 현실의 세계가 어떻게 영화안에서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1999년의 세계로 나오게 된 애시턴은 tv를 보며 거기에 열광한다. 그리고 그것을 본 더글라스 홀은 리모콘으로 tv를 꺼버린다. tv에는 1937년도, 풀러가 다니던 회관의 풍경과 비슷한 장면들, 댄서가 춤을추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것에 애시턴은 광분한다. 그리고 더글라스 홀은 애시턴과 함께 창밖을 보며 이 세계는 코드를 끄면 꺼져버리는 허상의 세계라고 말한다. 모든것들은 이미 계획되어 프로그램화 되어 있고 그들은 단지 영혼없는 인형처럼 그것을 연기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리고 조금 시간을 뛰어넘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자. 2024년의 세계. 영화가 끝날 때 영화는 그냥 평범하게 암전하거나 페이드 아웃하는 대신에 삐욕 하고 tv가 꺼지는 식으로 꺼진다.
그러니까 사실 이 영화는 삶과 인생 인생과 실존, 허구와 진실, 등등을 논하기 전에 사실 메타픽션적인 부분을 논해야 하는 작품이다.
조 금 다르게 이야기 해보자. 영화 13층은 영화이다. 영화 이기에 관객은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모든 허구의 세계에 대한 담론은 사실 자신들이 연기하고 있는 영화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이것은 영화 스스로 자신이 영화임을 밝히고 있는 동시에 영화의 설정에서 나오고 있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근거를 현실에 돌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영화의 설정, 즉 스토리상 2024년의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를 현실에 연장시키고 있는 동시에 스스로가 영화라는 인식을 통하여 영화의 끝남과 동시에 영화 13층의 세계가 사라지고 현실로 회귀하는 기법적인 메타픽션의 세계를 보여준다. 정말 치밀하게 영리한 영화이다.
그 러니까 다시 말해 다른 메타픽션적인 영화들이 스스로의 촬영 화면을 보여주거나 배우들이 스스로 영화라는 것을 인식하는 장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가 만들어진 영화임을 보여주면서 메타픽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13층은 '이 세계 밖에 다른 세계가 있다. 이 세계는 허구다' 라는 명제를 통하여 스스로가 영화임을 아주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동시에, 바깥의 세계가 현실이다 라는 것까지 연장 시키며, 아주 영리한 tv 화면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하여 2024년 또한 허구이며 그 허구가 현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스스로가 영화임을 인식하는 메타픽션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치밀하게 영리한 영화이다.
그 리고 이는 사실 풀러와, 2024년의 더글라스 홀의 행동을 말해주는 단초이기도 하다. 그들은 쾌락을 즐긴다. 위대한 연구로 생각되던 이 가상세계에 대한 연구의 진짜 목적은 자신이 젊었던 시절의 세계로 돌아가 젊은 여자들과 섹스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더글라스 홀 또한 마찬가지다. 그가 1999년 세계로 들어오는 이유는 살인의 쾌락을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사실 굉장히 단순해진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우리가 현실을 넘어 영화의 세계로 돌입하는 것은 어떠한 것을 위한것인가. 하는 질문을 영화 스스로가 던질 수 있는 위치로 영화는 이동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치밀하게 영리한 영화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스스로 영화임을 밝히고 있는 동시에 메타픽션의 기법을 통하여 현실의 관객들에게 영화 자체에 대한 존재의 의의를 묻고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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