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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펌]무한도전의 난
게시물ID : humorstory_1843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캐꽃
추천 : 17
조회수 : 111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4/16 10:52:27
재방송만 줄창 보다 승질뻗쳐서 쓰기 시작했는데 졸라 길어졌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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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픽션으로 실제 단체와 인물들과는 부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되길 바랍니다.         
          
         


4월 마지막 주 화요일. MBC 김재철 사장은 MBC의 파업을 주도한 노조 집행부 전원을 고발했다. 황재만 제작본부장은 pd수첩을 폐지한 뒤, [전혀 새로운 컨셉의 심층보도 프로그램]이라 자찬한 새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천안함이, 생산된 지 20여년 이상 된 개조기뢰의 폭발에 의해 침몰되었음이 확인된 후 방영된, 전혀 새로운 컨셉의 심층보도 프로그램의 1회는 [천안함, 그 날의 영웅들] 이란 소제목을 단 시사 사건 재연 프로그램이었다. 당대의 가장 핫한 배우진과 화려한 3d 그래픽을 통해 침몰 당시의 눈물겨운 전우애와 해군 당국의 민첩한 초동조치, 실종자 구조를 위한 대통령 이하 정부 당국자들의 헌신적인 노력들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방송 전날 MBC 9시 뉴스와 방영일 이전으로부터 일주일간의 골든 타임의 CF를 통해 홍보된 뒤 화요일 저녁 10시 30분부터 1시간 30분동안 연장 편성되어 방송되었다. 이에 뒤질새라 ytn과 한국방송 역시, 이 기뢰가 박정희 정권 당시의 백령도 요새화 작전의 일환으로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는 항간의 지적이 북측에서 최초 유포된 것으로 보인다는 특종 르포 기사와 함께, 해당 정보를 유포하는데 참여한 네티즌 20여명과 민간 군사전문가 3명을 기소한 국정원장의 단독 인터뷰, 북의 해군장비가 남측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되었다는 상식을 반증하는, 러시아와 미 정보국의 '믿을만한 정보통' 에 의해 입수한 북 해군의 스텔스형 잠수함 부대의 존재 가능성을 점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4월 마지막 주의 주말. 목요일경 기사화된 대로 일밤과 우결은 그간의 결방 사과문과 함께 더더욱 막강해진 출연진과 꼭지들로 치장된 방송을 선보였다. 예상대로 무한도전은 폐지되었다. 허나 ‘비’ 와 ‘김연아’ 라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새 커플과 무한도전의 후속 프로그램인 초호화 블록버스터 폴리틱 버라이어티, [대통령님, 우리 대통령님]이 불러온 화제성은 폐지 조치의 부당함에 대한 공론화를 막기에 충분했다. 노조 지도부나 보도국 직원 외의 직원중에서는 유일하게 검찰에 의해 기소당한 김태호 피디는 소환 조사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빵꾸똥꼬에 돌+아이스러운...] 이란 메시지를 업뎃한 뒤 침묵했다. 뉴스들은, 초췌해져 더욱 못나모이는 얼굴로 검경찰청과 법원을 드나드는 그의 모습과 함께 무한도전의 위세를 등에 업고 그가 저지른 수많은 악덕과 출연을 대가로 수뢰한 천문학적 액수의 로비에 관련된 추측 혐의와 썰들을 분초 단위로 보도했다. [천안함, 그 날의 영웅들]에 비해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더욱 막대해진 사전 광고 이후, 드디어 첫 방송의 뚜껑이 열렸다. 4대 걸그룹의 멤버들이 번갈아가며 국민들의 애환을 모니터해 대통령님께 보고한다 - 직접 vj가 된 걸그룹 멤버의 나레이션으로 전달되는 안타깝기 그지 없는 도시 빈민, 자영업자, 장기취업대기자들의 일상과 고충 - 눈시울이 붉어진 걸그룹 멤버들의 얼굴을 훑던 카메라가 역시 참을 수 없는 슬픔에 겨워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계신 대통령님의 얼굴을 클로즈 업 - 눈물을 닦아낸 대통령님의 표정은 일순 단호해지고 - 걸그룹들의 [출동! 민생 지원 올스타팀!] 이란 외침과 함께 한나라당과 내각, 고려대와 소망교회를 중심으로 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등장, 대통령님과 함께 화면 속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도울 방도를 모색한다 - 초당파적, 초이해적 긴급조치와 재원에 힘입은 지원으로 완전히 어려움에서 벗어난 국민! - 차오르는 감격으로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를 외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국민과 걸그룹들의 환한 웃음으로 마무리되는 감동과 환희의 국민 구제 초호화 아이돌 정치 막강 버라이어티쑈! 첫방 이후의 9시 뉴스 데스크에선 [대통령님, 우리 태통령님]의 시청률이 38%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첫 번째로 전했다.                
 
 
                
 
 
          
         


물론 폐지 보도 전후, 산발적인 저항이 아고라와 디시 무도갤, 몇몇 대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10만명 이상의 국민이 참여한 서명운동, mbc 홈페이지에 대한 트래픽 공격, 방송사 앞에서의 1인 시위 등은 기왕의 언론 장악의 완성을 눈앞에 둔 정부의 단호한 후속 조치들과 mbc를 포함한 공중파와 신문들의 '고작 일개 저질, 막말 오락 프로그램 하나의 폐지에 반정부운동을 벌이는 우매한 대중.......' 이란 제목 아래 뽑아져 나오는 기사들에 힘입어, mbc 사태 이후의 모든 국민의 반응은 일단의 광적이고 유치한 팬덤에 의한 해프닝으로 호도될 뿐이었다. 무엇보다 매주 방송되는 [대.우.대(대통령님, 우리 대통령님의 줄임말)] 를 통해 중산층이 된 출연자들의 심층 인터뷰, 또한 그들이 자의로 촬영했다 알려진 대통령님께 드리는 감사의 메시지를 담은 cf, 지면광고 등이 모든 공중파의 뉴스와 신문 및 무가지를 점령했고, 걸그룹 멤버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며 장난을 치고, ‘비속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품위 넘치는 표준어’ 로 시의 적절한 '애드립' 을 날리는 대통령님의 모습이 담긴 ng컷과 하이라이트, 재방송 등이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해 끊이지 않고 방송되었으며 로또와 스포츠 토토에 이은 서민의 인생역전과 가능성있는 한 방으로 떠오른 [대.우.대] 의 방송참여 요청 게시판에 쏠린 대국민적 관심은, 잔존하는 소수의 무한도전 지지층의 존재를 압살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5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6시 경. 서울 시내 각처의 광장과 번화가, MBC 사동 앞. 지도부 전체의 구속과 국민적 무관심이란 난관 속에서도 아직 싸움을 멈추지 않은 mbc와 기타 언론 노조, 1인 시위자들, 특정 정당의 당원 등, 얼마 안되는 시위자들이 모여들어 구호를 외치고, 행인들에게 전단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일종의 소상상태 속에서, 이들을 견제하는 전경과 보수단체들도, 나른한 봄날의 석양만 바라며 넋을 놓고 있었다. 정확히 6시 30분이 되었을때, 시위대완 상관없이 시내 각처의 풀밭이나 벤치에 앉아있던 사람들 중의 일부가 PMP와 노트북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홀로, 혹은 2-3인 내외로 자릴 잡은 그들이 재생한 것은 무한도전의 지난 방송분들 이었다. 몇몇은 개인방송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노트북에서 재생중인 동영상을 넷상에서 공유하기도 했다. 무모한 도전 시절부터 인도 특집, 복싱 특집 등 각자 보는 방송분은 제각각이었다. 이런 시국에, 이런 곳에서, 예능 프로그램 따위를...... 시위자들의 따가운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다는 듯, 이따금 터져나오는 웃음을 그들은 굳이 감추려하지 않았다. 허나 시위대와 전경들 중 몇몇의 얼굴들이 이따금 이들이 보는 화면을 훔쳐보다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감추느라 시뻘게지는 것을 곧잘 목격할 수 있었다.                
 
 
                
 
 
          
         


5월 둘째 주 토요일 같은 시각. 6시가 채 안된 시간부터 간편한 차림에 노트북 가방이나 힙쌕 따윌 맨 사람들이 전 주보다 3배가량 더 모여 들었다. 역시 무한 도전을 각자의 화면으로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오 마이 뉴스, 프레시안 등 진보적 성향의 뉴스사이트의 기자들이 취재를 시도했다. mbc 사태를 규탄하는 플래쉬몹 같은 것입니까?, 어디서 주도했나요? 란 물음에 - 본방 사수하던게 버릇 됐는데 방구석 그냥 있자니 뭔가 허전하고 승질이 뻗쳐서요. 주말 약속을 8시 이후로 잡고 좀 빨리 나왔어요. / 저번주에 아프리카에서 봤는데 재밌어 보이데요. 날도 좋고, / 무도 200화 전체 콜렉션 모으고 있거든요. 졸라 빡세게 뒤져도 이빨 빠진 에피가 좀 있어서. 여기 오면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왔어요 - 등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저기서 제멋대로들 앉고 서 액정을 보다 킬킬대는 이들의 모습에 근처를 지나던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화면을 곁눈질했다. 자릴 잡고 시청하던 사람들이 웃으며 자리 한켠을 내주었다. 와, 저 봅슬레이 에피 마침 못봤었는데.. / 전진 초장기땐 열라 열심히 했었네요 / 명수형 머리숱 많네, 몇년도 꺼에요? 따위의 이야길 주고 받는 이 날의 광장은 원초적으로 해피했다. 이따금 서너명 단위의 사람들이 외치는 애드립 스러운 구호가 산발적으로 들려오기도 했다. mb님마~ 무도만큼만 웃겨주면 딴죽 안 걸께요~ / 민서 애비 분유값 누가 책임지냐 / 쩌리짱 장가 좀 가게 해주세요 / 죽어라 살 뺀 길이 홍철이 조낸 뻘쭘하겠다아~ / 우리 그냥 무도 보게 해주세요~                 
 
 
                
 
 
          
         


5월 샛째 주 토요일 같은 시각. 역시 각지에는 전 주보다 더욱 많은 인원이 모여들었다. 광장들의 한 켠에 가설 무대가 세워지고 있었다. 다함께 애들이래.... 유쾌하지 않는 입소문이 돌았다. 프로젝트 빔과 대형 영사막이 설치되고, 무한 도전 방송분 중 mb정권에 대한 희화와 비판으로 여겨지곤 하는 영상들이 편집되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비슷한 순간, 서너대의 전경버스가 도착했다. 역시 비슷한 순간, 뭔가 불만스럽단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이 엉덩이를 털며 하나 둘 일어섰다. 연단에서 한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장엄한 규탄조의 서두를 때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린 전경들이 대오를 정비하는 사이, 각자의 단촐한 짐들을 챙긴 이들은 근처의 커피전문점, 식당, 술집, 대로, 지하철 역 등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 자릴 잡은 이들은 그들대로, 약속 장소나 집으로의 길로 접어든 이들 또한 그들대로 그저 각자의 액정을 바라보기를 계속 했다. 대규모 군중의 진압을 위해, 잔뜩 기합을 들인 채 정렬 중이던 전경, 마이크를 붙들고 악을 쓰던 다함께의 연사는 그저 서로가 서로의 거울인 양 황망히 서있을 뿐이었다. 가설무대를 뜯어내는 다함께를 전경 중 일부가 도왔다. 다함께 절라 쩌리스럽더만요, 등등의 후기가 각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5월 넷째 주 토요일 같은 기각. 전국 주요 도시의 시내 각처의 광장과 진입로가 전경들에 의해 폐쇄되었다. 개정된 법률에 입각한 철저한 집회법 집행의지의 천명과 공공 장소에서 불법 다운로딩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동영상을 보는 시민들을 저작권 침해혐의로 고소하겠다는 경찰 총장과 김재철 mbc 사장의 엄포가 한 주 내내 방송되었다. 허나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군중이 도시의 중심부에 모여들었다. 사복 경관과 의경들이 액정을 시청하는 이들에게 다가가 불법 다운로드 파일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제휴 파일로 500캐쉬주고 받은 거임. 이것도 불법임? ㅅㅂ, 웹하드 업체부터 조지세요. 울상이 된 채 배회하는 경관과 의경을 여기저기서 불러들였다. 님은 소시, 카라, 연아 중에 누구 좋아함? 뻘짓 말고 여기 앉아서 요거나 같이 보게요. 소형 디지털 캠코더를 들고 촬영을 하는 팀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몇주전부터 넷상에 퍼지고 있는 무한도전 컨셉의 UCC 촬영자들이었다. [뉴라이트 어르신들~ 무한도전이랑 친해지길 바래! 특집]이란 제목의 시리즈는 백태 낀 입술로 단조로운 구호를 반복하던 어르신들께 모내기 특집을 보여드리며 다가가 할아버지, 근데 모내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여? 등등의 질문을 던지며 동화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나름 훈훈한 내용으로 이미 화제가 된 바 있었다.                 
 
 
                
 
 
          
         


[엠비씨 파업/무도 폐지의 미슷헤리 특집] [큰집서 쪼인트맞고 무도한테 승질내냐 특집] [무한도전 WILL BE BACK! 특집] 등등의 시사성있는 시리즈들과 본래 방송분의 패러디 시리즈, 스핀 오프 시리즈, [부활! 좀비특집] 처럼 말아먹은 기획을 조악하나마 원래의 의도대로 완성해보자는 시리즈, 6-7명의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 빼곤 별다른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는 시리즈 등등 수많은 버전의 무한도전 UCC들이 만들어졌고, 유튜브와 동영상 전문 사이트의 조회수 랭킹의 상위권을 점유했다. 무도 UCC들의 조회수는 지속적으로 증가되었고, 이내 이 시리즈들만을 모아 스트리밍하는 사이트 마저 생겨났다.                 
 
 
                
 
 
          
         


어떤 경로로든 이 UCC들을 시청한 이들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적 사건들의 맥락을 잡지 못하던 이들과 정치적 냉소, 회의주의자들을 포함한- 대중들은 점점 일관성있고 지속가능한 복지정책보다 복권당첨만큼 미미한 확률들의 ‘쇼’에 의한 구제만을 바라봐야하는 세상, 2개의 공중파와 10여 채널 이상의 케이블에서 수시로 정부정책과 내각, 여당의 인사의 홍보영상의 본방과 재방을 봐야하는 세상, 차상위 계층의 아이들을 굶겨 아낀 돈으로 강과 늪과 문화재와 국토를 파헤쳐 공구리치는 세상, 사고 발생 2달이 가까운 시점에도 천안함 침몰 원인이 공식적으로 해명되지 않는 세상, 성장률의 상승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취업률 그래프를 보여주는 세상, 대부분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친 MBC노조 지도부들 사이에 뻘쭘하게 껴있던 무한도전의 피디에게만 2차례 이상 항소를 하고 달력, 기념품, 기부행위를 비롯한 일체의 회계업무 간의 부정행위와 영상과 자막을 통해 방송된 반정부적이고 좌파적인 메시지들을 찾아내기 위해 릴 필름과 대본, 자막과 편집에 사용된 피시를 비롯한 사무실과 예능국 전체에 대한 압수수색과 작가, PD진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이는 검찰이 있는 세상, 불과 1달의 기한 안에 무한도전 고정출연 연기자 7명을 대상으로, 출연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해당 연기자를 하차시키고, 년에 두세번씩은 미디어상에 오르내릴만큼 빤한 방송출연료의 탈세혐의를 걸어 하루가 멀다 하고 출두시키는 동시에, 언론을 통해 그네들의 아파트 평수, 탈세의혹, 웹쇼핑몰 분식회계 의혹, 출연청탁 로비 수리 의혹등을 확대재생산 하는 세상이, 아울러 참고 봐주려해도 그닥 웃기지 않은 주말 예능 프로그램만 가득한 세상이,                 
 
 
혹시, 조금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6월 첫째주. ‘무한도전’ 이란 단어는 금지어가 되었다. 웹하드와 개인 방송 사이트, 동영상 업로드 및 스트리밍 사이트에선 무도는 물론, 비슷한 제목, 비슷한 컨셉, 비슷한 인원수로 제작되어진 모든 UCC까지 일괄 삭제처리 되었다. 조갑제씨는 무한도전이란 단어 자체가 북측에서 김정일과 휘하 노동당 괴뢰정부가 즐겨 사용하는 대미, 대남을 향한 적극적이고 호전적인 투쟁의지를 담은 어휘들과 비슷한 성질의 타이틀이라 주장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변희재씨는 05년의 무모, 무리한 도전과 퀴즈의 달인, 무한도전의 전체 방송분의 에피, 대사, 자막, 특집의 성격등을 분석한 글을 통해 무한도전의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좌파, 친북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파함과 동시에 기득권층에 대한 끊임없는 희화, 음해, 반항적 기조를 유지해왔다 주장했다. 무한도전 관련 시리즈의 개인 제작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직장인, 대학생, 가정주부, 백수, 중고등학생들이 플래쉬 세례를 받으며 검찰청을 드나드는 모습이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그 와중에서도, 프록시와 수많은 해외 서버로의 우회를 통해 [무도의 난] 이란 제목의 MBC사태 이후 최근까지의 일련의 사태를 담아낸 시리즈를 끈질지게 제작해 올려온 이가 국정원의 추적 끝에 붙잡혔다. 해당 시리즈의 타이틀 로고의 난은 난초의 형상을 변형한 그래픽 폰트였지만 시국이 시국인 지라 불행히도 그런 말장난은 용납되지 못했다. 난초의 난이 아닌 반역의 란이라는 것이 그에게 헌법과 국가보안법 상의 법률 중 총 5가지의 위반혐의를 부가한 국정원 관계자의 변이었다. 바야흐로 김태호 PD를 수장으로 한 남한정부성립 이래 가장 거대하고 지능적이며 악랄한 반국가 단체의 발본색원이 벌어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웃자고 벌인 일들 하나하나에 죽자고 달려드는 시국이었다. 사람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토요일 오후 5시 무렵, 전국 주요 도시의 번화가에선 유래 없는 불심검문과 소지한 IT기기에 대한 검열이 벌어졌다. 금지 목록에 오른 동영상을 보유한 사람들, 시내의 피시방에서 해당 동영상을 보던 이들이 모두 구류처분을 받았다. 길을 걷다, 약속 장소로 향하다, 피방에서 낄낄 거리다 강제 구인을 당하고, 유치장에 갖혀있다 직결처분을 받은 이들과 목격자들, 전해 들은 이들은 천천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 중구 경찰서에만 4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붙잡혀왔었지만 이번엔,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어떤 방송에서도 이 사태를 보도하지 않았다. 6월 10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학 사회는 물론 많은 일반 시민들, 중고등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그 날의 의미를 새삼 깊이 깨우쳐 알고 있었다. 모 대학의 현대사 동아리에서 제작해 올린 [열라 쩌는 대한민국 무한 항쟁사 특집]이 꽤나 인기를 끈 시리즈였기 때문이었다. 무도 연기자의 가면을 쓴 연기자들은 각각의 캐릭터에 일본, 미국, 독재정권의 지도자들 등을 대입시켜 벌이는 상황극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설명했다. 가장 인상적인 에피론 [도니의 항쟁]이 많이 언급되었는데 전두환 역을 맞은 명수옹의 발길질에 꿀단지를 가격당해 쓰러진 이한열 역의 길이를 보고, 만날 존재감도 힘도 없어 무시당하던 정형돈이 족발 슬램을 날려 명수옹을 쓰러뜨린다는 내용이었다. 막말에 손찌검을 일삼으며 도니를 구박해 온 명수옹이지만, 막상 육중한 체중이 제대로 실린 킥 한방에 그는 의외로 손쉽고 볼품없이 나자빠져 켈룩거렸더랬다. [보.. 본인은 거성이야..! 3인자도 못되는 게 감히 거성을..!!]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던 명수옹이 힘없이 멘트를 날리는 플짤이 네트워크 곳곳에 퍼져 큰 웃음을 선사했다.                
 
 
                
 
 
          
         


6월 둘째 주, 온오프 각처에서 6월 10일의 대규모의 시위를 암시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의 메시지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전단과 대자보, 포스터, 스프레이낙서, 각 커뮤니티 게시판의 공지, 디시 갤러리의 꾸준댓글들. 통일된 것은 날짜일 뿐, 계통없는 개개인들이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다양한 패러디 이미지와 슬로건들이었다. 하나같이 유머러스했다는 점 또한 또다른 공통점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일테면 명수형의 깨방정덕에 유출된 모내기 특집의 본방을, 하하의 소집해제일을, 운좋게 당첨된 무도 달력을, 굴러들어온 잔진이 굴러나갈 입대일을, 형돈이가 포텐 터질 확실치 않은 순간을 기다리듯, 기다렸다. 일련의 사태들 속에서 새삼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던 많은 사람들은, 평균 이하라는 그들 스스로의 자조가 많은 순간 옳게 보이는 변변찮은 인간들을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켜봐오며, 그들로부터 받은 것들 중엔 어쩌면 웃음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을 지도 모른단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시청률이 떨어져도, 방송시간이 축소되거나 옮겨지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해도, 호흡이 겨우 맞을만하면 제 살길을 찾아 떠나버리는 동료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근거없는 오명을 뒤집어 썼을때도, 1년에 한번 웃기는 연기자란 비아냥을 당해도, 몇백 페이지를 넘겨도 끝날 줄 모르는 악평과 인신모독이 가득한 게시판을 보면서도,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찾아온 제작진이 카메라를 들이대도, 간염에 걸려도, 결혼을 해도, 실연을 당해도, 원치도 않던 기부 때문에 몇백만원의 쌩돈을 날려야 할 때도, 시베리아에서 방송분량 채우느라 뛰다 언 눈에 발을 베어도, 특별히 잘나지도, 특별히 웃기지도 않는 이들은 어찌되었건 버티어왔고, 어쩌면 성공보단 실패가 많았을 필모그래피일지도 모르겠지만, 단 한순간도 기존의 컨셉과 흥행의 공식을 따르지 않은 채, 매번 도전하는, 그리고 그 도전을 이루어내는 걸 수없이 보여주며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도전이란 난 놈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우리처럼 그리고 당신들처럼 과체중과 울렁증, 쇠독과 탈모를 비롯한 못난 구석들을 몇 개씩은 가지고 있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들도 할 수 있는 것, 실패하고, 과정이 볼썽사나워도 괜찮다는 것, 예능이라는 건, 웃음이라는 건, 어째 좀 멀리 간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결국 우리들 각자의 삶이라는 것도, 또 그 삶들의 총체인 마냥 거대하게만 보이는 ‘역사’ 라는 것도, 사실 알고 보면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왔었다는 것,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값진 것이라고, 그리고 이젠, 다른 누군가가 아닌 당신이, 도전이라는 걸 해 볼 순간인 것이라고.                
 
 
                
 
 
          
         


무한 도전. 말마따나 쉽게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無限) 도전]이기도 했고, 정해진 길이 없는 [무도(無道)]이기도 했다. 여튼 [무도의 난]이라 후세에 기록될 이 유쾌한, 진짜, 레알, 리얼했던 ‘대한민국’ 전체를 무대로 한, 모든 국민을 주인공으로 한 예능역사 이래 최대의 버라이어티쇼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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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줄 요약 : 나 그냥 무한도전 보게 해줘 이 십알쥐색히야.              









너무길면 한줄요약만 보면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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