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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된 아내에게..
게시물ID : lovestory_296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욱성
추천 : 15
조회수 : 128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4/16 11:19:34
빛이 된 아내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씁니다. 돌이켜 보면 나는 늘 당신을 구속했습니다.
오랜만에 당일치기로 여행 간 당신에게 " 나 퇴근하니까 당장 밥상 차려 놔!"하고 억지 부리고, 저녁 7시에 친목회 간 당신에게 9시까지 들어오라고 성화를 부렸습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안 되느냐는 질문에 "10분 안에 와!" 하고 명령하듯 말했습니다.그런데도 당신은 늘 웃는 얼굴로 나를 대했습니다.꽃다운 열아홉 살에 인연을 맺고 몇십 년간 나를 뒷바라지한 당신, 맛있는 음식 있으면 아이들보다내 입에 먼저 넣어 주던 당신, 퇴근하면 "힘들었지? 푹 쉬어." 하며 발을 지압해 주던 당신. 그렇게 자신보다 나를 챙기던 당신이 부쩍 속 쓰리다면서 "건강 검진할까?"라고 물었습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그러라고 했습니다.다음 날 병원에 다녀온 당신은 위염이 심하다면서 당분간 죽을 먹어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조직 검사도한다면서 위 사진을 내밀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으로 위암 사진을 찾아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어찌 이리 당신 사진과 똑 같은지....이튿날 병원에 연락해 진단 결과가 나오면 나에게 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며칠 뒤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의사는 당신이 위암에 걸렸다며 소견서를 써 줄 테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집에 와 그 사실을 알리자, 당신은 담담히 받아들이며 말했습니다."수술비 걱정 마. 보험료로 해결될 것 같아."위암 치료하며 보낸 세월이 일 년, 그 사이 직장에 드문드문 나가면서 쇠고기 죽, 녹두죽 등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만들어 주고 당신과 산에도 올랐습니다. 한데 당신 안색이 좋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먹지 못하고, 소변도 못 보기에 링거라도 맞자며 집 근처 병원에 갔습니다. 

링거 맞는 동안 소변 검사를 했더니, 큰 병원으로 가랍니다. 옆구리에 구멍 내고 관을 통해소변을 배출시켜야 한답니다. 이후 당신은 소변 주머니를 담고 다녔습니다.몇 개월 뒤 암세포가 난소로 전이되었습니다. 항암 치료 때문에 아무것도 못 먹던 당신이 한말."어머니가 절구에 찧어 만들어 주시던 찹쌀떡이 먹고 싶어."나는 얼른 찹쌀을 사다 고두밥을 지어 절구에 찧고, 팥고물을 만들었습니다. 급히 찹쌀떡을 내밀었지만 당신은 하나도 다 먹지못했습니다. 두 달 뒤 의사는 집에 가서 편히 지내라고 말했습니다.

 집에 와 몸져누운 지 한달이 지나자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라는 배부른 걱정을 했습니다. 종일 죽을 쑤었다 통째로 버리기를 며칠째, 우울해서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라는 노래를 듣고데 당신이 말했습니다."나 죽으면 당신 그 노래 많이 들을 거야."그 말에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습니다.하루는 새벽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일어나니 당신이 배를 부여잡고 신음을 삼켰습니다.

 급히 병원에 가니 당신은 계속 아프다며진통제를 놓아 달라고 했습니다. 진통제를 맞고도 숨이 거칠어지는 당신을 보고 의사가 하는말"마음의 준비를 하세요."이럴 수가! 나는 당신에게 입을 맞추며 말했습니다."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면 가장 밝은 빛을 따라가.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사랑해."몸이 굳어져 가는 당신을 안고 눈물 흘리는데 의사가 말했습니다."운명하셨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행복했음을 알았지만 이제와 통곡해도 소용없습니다.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도 돌이킬 수 없죠.아무리 아파도 당신이 곁에 있어야 음식을 만들고 나도 한 숟가락 뜰 수 있습니다.당신이 떠난 지 2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사무치게 보고 싶습니다. 하늘 어딘가에 당신이 있을 것 같아 종일 올려다보지만그리움만 쌓입니다.
 
4월호 좋은 생각 중에서     - 성기훈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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