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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조성환이 후배 정훈에게 보낸 편지.txt
게시물ID : baseball_960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말캉
추천 : 11
조회수 : 723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05/28 22:41:56
후배 2루수 정훈에게.

요즘 중계 편성 때문에 롯데 경기는 자주 못 본다. 하지만 마음 고생이 많다고 들었다. 
실책은 내야수를 죽이는 병이다.
너도 알겠지만, 나도 현역 시절 수비 문제로 고통을 겪어봤다.
프로 선수라도 왜 수비에서 실책이 나오는지 이유를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그러니 더 답답해진다.

형은 요즘 스포츠 심리학을 공부하고 잇다. 선수로 뛰면서 여기에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선수는 구장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하면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트라우마가 되는 실수도 한다. 
이런 실수는 '장기 기억'으로 남는다고 한다. 실책을 한 공과 비슷한 타구가 날아오면 뇌가 부정적인 기억을 끄집어 낸다고 한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이러면 실책이 반복되고 좋지 않은 습관이 생겨버린다.

수비가 안 된다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못한다는 거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 것이라 생각하고 타구 방향을 미리 계산해야 한다.
아웃카운트와 주자 상황, 상대 선수의 성향을 두고 다음 플레이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학생 선수 시절부터 이렇게 해왔다.
그런데 수비에서 슬럼프에 빠지면 이게 안된다. 
몸과 마음을 맑은 상태로 유지하는 게 지금 네게 더 필요할 것이라 본다.

실책을 하는 내야수의 마음은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내 실책 하나가 실점과 패배로 이어지면 기가 꺾인다. 무엇보다 동료 투수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투수가 더 많은 공을 던져야 한다. 오늘 경기에서 더 힘들어지고, 길게 보면 투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 경우엔 실수를 한 뒤 타석에서 힘이 들어갔다. 반드시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러면 또 잘 되던 타격에도 나쁜 영향이 올 수 있다.

네가 어떤 선수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을 정리했으면 좋겠다. 
너는 수비형 2루수가 아니다. 타격이 좋은 2루수다. 수비에선 실수를 하게 돼 있다.
실수를 하더라도 '나는 공격으로 팀에 공헌하는 선수'라는 자각을 했으면 좋겠다.

잡초처럼 주전으로 올라온 네게 실수의 부담은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프로 입단 때 유망주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한 번도 여유란 걸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는 인터뷰를 읽었다.
하지만 정훈이라는 선수는 네 생각보다 훨씬 좋은 선수다.

-조성환-




엉엉엉 자지언츠 프라이드! 조캡느님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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