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젊은 시절 박정희 군부정권 때부터 군부권력의 폭력에 맞서서 싸워오셨다고 한다. 어르신을 처음 뵌 것은 2012년 강정 평화대행진 할 때 였다. 당시에 젊은이들도 발에 물집 잡히고 관절 부상 등으로 쩔룩거리다가 쓰러지기가 일수였는데, 어르신은 가장 많은 나이에도 묵묵히 걸으시면서 남다른 뚝심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그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젊은 이들도 힘들어하는 국토 종단 순례 길을 걷는 모습을 접하며 깜짝 놀랐다. 올해 나이 82세로.
이런 활동에 묵묵히 참여 하시는 어르신들 보면 어떤 종교적 경건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나이에 따라 몸은 물론 정신이 늙어가는 것이 보통이고, 편한 것 찾고 대우받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왕년에 활동 좀 하셨던 분들은 60이 조금 넘으면 원로급 대우를 받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남들을 지도하고 충고하고 지침을 내리는 일로 일선에서 물러나곤 한다.
어른 뿐이랴? 이제 갓 20 초반 되는 젊은이들마저 일상에 나서서 구체적 실천하려는 생각은 않고, 남들을 비판하고 평가하는 데에만 재미를 붙이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아마 그렇게 너도 나도 다른 사람들을 지도하고 심판하며, 미래의 기획을 짜고 비젼을 제시 하려는 자리에 서려다보니 세상이 더 시끄러워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세상이 이런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계획' '대안' 같은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넘쳐나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자잘한 실천이 없어서 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러한 세태에 어르신은 내 정신이 붕 뜨지 않도록... 대지에 발을 버티게 해주는 중력 같은 존재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고, 티내지 않고...남들과 함께 묻혀서 그냥 묵묵히 세상을 이 자리에 있게 만드는 삶. (아마 그렇다보니 많은 이들은 이런 어르신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최종대 어르신 뿐이랴, 눈만 씻고 찾아보면 주변 곳곳에 이런 어르신들이 묵묵히 그간 우리의 삶을 떠받치고 계셨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친 표정으로 말없이 내디디는 어르신의 한 발의 진동은, 잘 알려진 사회 원로가 광장에서 100만의 시민을 앞에 두고 마이크로 때려대는 함성보다 더 깊고 묵직하게 나의 가슴을 때려댄다.
7월 5일까지 쉬지 않고 팽목항으로 이어질 어르신의 발걸음. 오늘은 호남의 어느 도로 길에서 추적추적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그 힘겨운 한걸음을 디디고 계실까... 내 노년의 삶도 최종대 어르신 같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