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화산지대에… 中 백두산原電 준비공사
본보 위성사진 입수… 4차로 도로 뚫고 직원숙소 짓는 등 착공 임박 조짐
“화산폭발로 사고나면 재앙”
"며칠 전에도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어요."
최근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長白山) 천지를 한눈에 굽어보는 톈원(天文)봉에서 만난 중국인 관리원은 이렇게 말했다. 백두산이 지진 발생 및 화산 분화 가능성이 큰 지역임을 실감케 하는 말이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약 100km 떨어진 백두산 자락에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이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전 공사까지 이뤄질 정도로 실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ㄴ사진설명: 중국 지린 성이 바이산 시에 추진 중인 원전 건설 예정지를 찍은 위성사진들. 원전 예정 용지는 화산 폭발 가능성이 있는 백두산에서 약 100㎞ 떨어져 있어 화산 폭발 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거리에 있다. 2008년 9월 촬영된 위성사진(하단 왼쪽)에는 저수지 옆의 한적한 농촌 지역만이 보인다. 하지만 3년 뒤인 지난해 9월 촬영사진(위)에는 폭 4차로 정도의 직선형 비포장도로와 집단 숙소로 보이는 대규모 주택 단지가 들어서 있다.
4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단독 입수한 위성사진에는 '백두산 원전(原電)'의 건설 예정지(동경 127도03분44초, 북위 42도34분06초)에 폭 4차로 정도의 비포장도로가 보인다. 또 집단 숙소로 보이는 대규모 주택단지도 들어섰다. 이 사진은 지난해 9월 위성촬영한 것이다. 이에 앞서 2008년 9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도로나 숙소가 없다. 중국 관영 언론이 2009년 초 "곧 준비공사가 시작된다"고 보도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확인된 공사는 2009년 이후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원전 건설 경험이 있는 한국의 A건설사 관계자는 "도로 주변의 암반을 굴착한 흔적이 여럿 보인다"며 "숙소처럼 보이는 건물은 건설 직원 또는 원전 운전요원용 주거시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원전에 필요한 취수선(물을 대는 관로) 흔적이 없고, 물자 하역용 접안시설이 없는 것으로 봐서 공사가 아직 본격화한 것은 아니지만 착공을 준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지역은 중국 바이산(白山) 시 징위(靖宇) 현 츠쑹(赤松) 향으로 지린(吉林) 성 정부는 징위 원전 또는 츠쑹 원전이라는 이름으로 1250MW(메가와트)급 원자로 4기를 지을 계획이다.
▼ 中정부, 후쿠시마 사고 뒤 보류한 백두산 原電 곧 승인할듯 ▼
중국 허뎬신시(核電信息·원자력발전뉴스)망, 창바이산일보 등 중국 언론들은 이 원전이 2011년 7월에 착공해 2016년 3월부터 가동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한국 등 주변국과 과학자들은 화산지대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 국무원은 운행 및 건설 중인 모든 원전에 대한 안전검사를 긴급 지시하고 신규 원전건설 허가를 전면 중단했다.
▶동아일보 2011년 4월 5일자 A1면 中 '백두산 原電' 7월 착공
현재 중국에서는 곧 원전 건설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온다. 장궈바오(張國寶) 전 국가에너지국 국장은 지난해 말 "내년(2012년) 3월 이후에는 원전 건설이 정상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 원전은 중국 중앙정부의 최종 건설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준비공사를 진행한 것은 승인만 떨어지면 곧장 착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두산 원전건설 예정 용지는 화산이 폭발하거나 강진이 발생할 경우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위치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백두산에서 대분화가 일어나면 해당 원전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화산재가 25km 이상 올라가면 징위 현에도 두께 1cm 정도의 화산재가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로선 원전에 치명적인 영향 여부를 예측하기엔 이르다"며 "분화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원전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환경전문가들은 백두산 원전에 사고가 나면 국경을 초월한 환경 대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원자력 전문가들의 모임인 원자력선진화포럼 김경민 대표(한양대 교수)는 "화산지대에 원전을 건설하려면 특별한 내진설계 등이 필요하다"며 "자국만의 일이 아니므로 중국은 관련국인 한국과 원전 안전과 관련해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3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이 회의에서 한중일의 원전 안전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두산 화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폭발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2002년 6월 지린 성 왕칭(汪淸) 현 지하 566km에서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후 백두산 일대에서는 미세한 지진이 이전에 비해 잦아졌다. 기상청 지진정책과 황의홍 연구관은 "백두산은 휴화산이 아니라 활화산으로 지금도 화산활동으로 인해 한 달에 10여 차례 지진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email protected] 백두산=고기정 특파원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 세계일보 사설
[사설] 백두산 원전 추진하는 중국, 후쿠시마를 보라
세계일보||입력 2012.01.05 21:09|수정 2012.01.05 21:09
[세계일보]중국이 '백두산 원전' 건설을 본격화하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촬영된 위성사진에 원전 예정지 인근에 4차선 도로와 직원숙소를 짓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한다.
중국 지린성 정부는 2010년 초 '적송원전 프로젝트' 공사를 2012년 착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250㎿급 AP-1000형 원자력 발전 설비 6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건설 예정지는 백두산에서 약 100㎞ 떨어진 지점이다.
중국은 착공 시기를 2011년 7월로 앞당기려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불거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화산지대 원전 건설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천재지변과 인재가 겹쳐 화를 입은 후쿠시마 원전 일대는 '죽음의 땅'이 됐다.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일본 국민은 지금도 핵연료 유출 가능성 때문에 떨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이 후쿠시마 사고 1년도 안 돼 백두산 원전 카드를 다시 꺼내드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제2의 후쿠시마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백두산 원전 건설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화산 폭발 가능성이 엄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강행하는 것은 '안전 불감증'의 극치다. 중국 당국자들이 계획을 밀어불이겠다면 먼저 후쿠시마 일대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중국보다 훨씬 선진적인 일본 원전의 안전시설부터 잘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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