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독단의 함정]
게시물ID : sisa_9615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둥글이8
추천 : 1
조회수 : 2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26 20:03:06
[독단의 함정]

나는 투쟁 현장에서 박사모, 경찰, 정치인과 싸울 때에는 핏발 올리다가도, 혹시나 내가 잘 못된 사실로 그들을 비난했던 것이 밝혀지면, 그들에게 정중히 사과를 한다. 만날 수 없을 때에는 편지 써서 보내기도 한다. 물론 가오도 상하고 겸연쩍기도 하지만 꾸역꾸역 그리한다. 투쟁 현장에서만이 아니다. 일상에서도 페북에서도 지인들에게 필요 이상의 감정 표출을 해서 상대에게 불편을 끼쳤을 때, 나는 내 과오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꼭 상대방을 위한 이유가 아니다. 이는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내 자신을 합리화 해대던 아집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이 아니라, 내가 '독단의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최고의 자극이기 때문이다. 또한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서로 간에 ‘대책없는 반목과 증오’를 거두고 최소한의 ‘상식’의 기반에서 공박을 이어갈 수 있는 전제이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입에 게거품 물고 내 주장을 하는 것 보다 가끔 자기 주장이 과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도 숙여주는 것이 상대방 측에서도 ‘저 사람은 그래도 말이 좀 통하는 구석은 있어’라는 여유를 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나는 심지어 김진태 한테도 합의 요청서를 보냈었다. 물론 760원 이상을 줄수 없다는 전제가 붙었지만.ㅠㅜ) 결국 ‘자신의 잘 못을 시인하는 용기’는 상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세상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오히려 이는 ‘외부의 대상에 맞서 싸우는 용기’보다 더 선행해서 필요한 우리의 인간적 자질이다. 외부의 대상에 대해 손가락질 하고 비판하는 사람은 한 두사람 없어도 티도 안나지만, 스스로 반성하는 능력이 없는 이들은 그가 속한 모임과 조직, 집단까지를 풍비박살 나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미묘한 분위기에서의 말 한마디, 제스취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데, 이러한 감각이 없는 이들은 본인들이 뭘 잘 못하고 있는 줄 모른체, 스스로를 ‘절대 정의자’의 자리에 위치 시킨 후에 끝간데 없는 일방통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이들의 행동의 원인을 따라가 볼라 치면 그들 각자의 내면이 분열되어 있음을 살필 수 있다. 스스로 분열되어 있어 균형을 갖출 능력이 없다보니 자신이 하는 잘 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 모든 잘 못을 외부로 전가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능력은 참으로 얻기 어려운 그것인지라 일명 ‘투쟁’한다는 사람들 끼리 서로 니가 잘 났네 내가 잘났네 끝없이 감정 싸움 하고, 이간질하고 모함하고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며칠 전까지 내가 ‘옳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 혹여나 오늘 ‘옳지 않은 것’이 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면... 며칠 전까지 내가 누군가를 의혹했던 사건이 사실은 오해에 의한 그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나는 최소한 그 사실 만이라도 통렬히 반성하고 ‘지금 당장’ 참회를 해야 한다.

그러한 기회를 한 두번 놓치는 순간, 어느 때부터 나는 독단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빠지면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는 무시무시한 아집과 현실 왜곡의 수렁! 실로 내가 그 수렁에 빠져 있다면 그 사실 자체도 모른 체 내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저 깊은 지옥으로 끌어 내리는 저주의 늪!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