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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무현이 정말 싫었다
게시물ID : freeboard_4152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떼먹고맴맴
추천 : 4
조회수 : 70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0/04/17 23:26:45
그 당시, 난 선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안 됐기에
단지 TV화면을 통해서 대선결과를 지켜봐야 했지.

뭐... 이회창이 되는 걸 바라진 않았어.
공약이 어떻고 대선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는 몰랐고,
단지 그 사람 아들 병역비리만 꿰뚫고 있었지.
아직 군대도 가기 전이었던 나에게 그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는 거였으니까.

아주 근소한 차이로 노무현이란 사람이 당선되더라구.
솔직히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어. 
김대중은 잘 알고 있었지. 고등학교 생활을 광주에서 보냈거든.
암튼, 뭐 한나라당은 아니니 중간은 가겠지... 하며 더 이상의 관심은 없었어.


언제부터였더라... 
언제부터였지?
정확히 어떤 사건부터 시작된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 사람 너무 말을 막하더라고.무슨 대통령이 그렇게 체신머리없이 다니는 지...
한나라의 대통령이면 그에 맞는 품위를 갖춰야 할 꺼 아냐.
세상에 대통령이 '막 가자는 거지요?' 식의 어휘를 구사하는 건 또 뭐야.
언론하곤 걸핏하면 싸우려고 들고...
저 사람 왜 저러는 거지? 했지.


재밌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나의 관심은 '여기서부터 시작'된거야.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해서...
저런 인간이 어떻게 대통령을 해먹고 있나... 해서 말이야.

결과는 의외였어.
군사정부 독재자를 앞에 두고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는 그의 모습을 봤지.
그냥 변호사도 아니고 인권변호사 였더만?
군대도 다녀왔더라구. (쓰다보니 웃긴다. 정치인이 군대를 다녀오는게 '미덕'이 되어버린 게)

자질은 충분한 사람이었어. 
그럼 뭐가 문제지? 어머닌 이렇게 말씀하셨어.


옛말에,
'구관이 명관이다' 


정치든 뭐든 해본 놈이 안다는 거지.그게 문제였던거야.
노무현이란 사람의 인간됨됨이와 능력엔 의심할 여지가 없었어.
단지 그는

'대통령이 되기엔 부족했던 사람' 이었던거지.

나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었어.
인정할 부분은 확실히 있는 사람이지만,

1.국가를 분열시키고
2.경제적인 면에선 무능하며
3.옳고 그름은 알지만 소통과 화합할 줄 모르는
4.독단이 강한 사람.
그렇기 때문에
5.대통령 감은 아닌 사람.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앉아있으니
싫었어. 정말로.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다음 대선이 왔어.
이번엔 투표할 수 있었지. 누굴 찍었는진 말 안 할께.
걱정마. 가카를 찍어선 안 된다는 기본상식은 있었으니까.

경제를 살린다고 하더라구.
그래. 안 그래도 곧 졸업인데 경제 좀 살려주라... 먹고는 살아야 될 꺼 아니냐...

어.... 근데 뭔가 이상했어.
자세히 열거할 필요가 있을까?
나라가 거꾸로 가기 시작했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법들이 추진되는가 하면
경제를 살리겠다는 조치도 우리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어.
촛불시위를 나갔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물대포가 날라왔어.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니, 시위할 광장에다 이상한 걸 만들어놓더라구.
뭔가 이상한 정도가 아니었어. 아주 한참 이상한 정도였지.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어.


하지만 이 일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지. 맞잖아?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유례없는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해야 하잖아. 
이후, 그가 왜 자살했는가에 대한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애도의 물결이 끊이질 않았지.
영결식엔 엄청나게 많은 인파들이 모였고, 실로 이는 장관이었어.

이건 그냥 끝날 일이 아니겠구나. 
엄청난 후폭풍이 밀려올 꺼 같은 예감. 나만 들었던 건 아닐꺼야.
당시 같이 일하고 있던 사람들 모두, 잠시 손을 놓은 채 TV만 바라보고 있었지.


하지만 끝났어.
나이드신 분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란 과거형으로 끝났어.

그리고 생활전선에 시달리던 나에게도
노무현 대통령이란 이름은 기억에서 사라졌고
영결식때 느꼈던 예감도 단지 감정에 휘몰린 것이라 인정했지.


그리고 세상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어.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전전긍긍하는 나에겐 너무나 혹독한 시간이야.
철없던 시절 부모님 용돈으로 생활할 땐 몰랐는데,
막상 내가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벌려니까, 그제서야 정치에 더 관심이 가더라.
하긴, 그게 아니라도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는 형편이지.
살아오면서 배워온 민주주의라는 기본 덕목조차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데.
게다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 말이야.

그 화살은 어김없이 누군가에게 쏠렸지. 
물론 이 화살들은 제대로 된 과녁에 가고 있어.

적어도 '그 때'와 비교하면 말이지.

하여, 나도 온갖 신문,방송,인터넷을 통해 
하루 이틀이 멀다하고 배설되는 똥같은 정책들에 온 신경을 집중했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정말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지더라구.

이것이 그에 대한 관심의 두번째 시작이었어.

그리고 깨달았어. 
이를 깨닫는데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지.

내가 알고 있었던 정보들이 얼마나 왜곡된 것이었는지.
숨겨져있던 그에 대한 진실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정말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알지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 이라는 사람의 모습들.

속았어.
완전 바보같이 속았지.
그땐 왜 알지 못했지? 솔직히 지금도 모르겠어.
거대신문사와 거대기업의 횡포라고 하기엔 너무나 범국민적인 착오였으니까.
혹은 그 두 세력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쥐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르고...


가장 최근에 보았던 그에 대한 영상은 여기 오유에서 보게 됐지.
기름유출현장에 나갔던 그의 모습이었어.


처음으로 눈물이 나오더라.
영결식때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그때 나오더라.

저런 사람이 왜 가버렸을까.
정작 없어야 할 놈들은 여기 있고
정말 있어야 할 사람은 왜 여기 없을까.

누가 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을까?
주어가 없는 그 사람이 주동자일까?

아니지. 그제서야 알겠더라.
깨어있지 않았던
나 같은 사람들이 죽인 거란 거.

그 당시 말했던 어머님 말씀은 지금 쓰여야 했어.

'구관이 명관이다.'



이젠 정신 차려야 겠어.

더 이상
제 2의 노무현 대통령, 제 3의 노무현 대통령은 만들어선 안 되잖아.
그렇기 위해선 나 자신이 깨어있어야 겠지.


암튼, 난 노무현을 싫어했었어.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을꺼야.

이제 정신차리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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