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오늘 오후 2시 쯤에 이별 통보를 받고, 힘들어하며, 잊어갈 무렵 오후 11시 반에 자기가 까놓고 후회한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근데 사실 이별의 과정이 좀 웃긴게, 여자 쪽에서 나 얘한테 이별을 고해야겠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마음을 먹고 한 것이 아니라,
같이 통화를 하다보니까 어쩌다 보니까 이별하게 됐습니다.
어쩌다 보니까 서로 연애관 얘기를 하게 됐습니다.
저는 지금 현재 감정에 충실하면 되는거다. 과거, 미래 다 필요없고 현재 지금 이 순간 너와 내가 사랑하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거다.
그러니까 현재 사랑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그 친구는 저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저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과거에 누군가를 좋아했던 그 감정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자기는 이제까지 너무 상대방에게 상처를 많이 줘 왔다. 나는 사랑할 자격이 없다. 나는 감정이 너무 쉽게 변한다.
좋아했다가도 사람이 금방 싫어지더라. 그래서 오빠한테도 상처를 줄 것 같다. 나는 차라리 오빠가 나를 까 줬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어차피 상처줄 거, 사랑을 왜 하느냐. 자기는 앞으로도 사랑 평생 안하고 살거다. 사랑하는 게 힘들다.
저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사람들은 어차피 죽을 걸 알면서도 살아가지 않느냐. 사람들은 어차피 헤어질 걸 알면서도 연애하지 않느냐. 알지만 느끼지 못할 뿐이다.
누가 살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며, 누가 연애하면서 이별에 대한 생각을 하겠느냐.
너도 요새 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나 만났을 때 이별에 대한 생각 안하지 않았냐.
그러니까 이러더군요. 아니. 했다. 오빠는 잘 모르겠지만 난 항상 끝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는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얘가 왜이럴까. 말이 되는 소린가?
저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정말 무척이나 행복하고 즐거웠는데도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하는 게 좀 어이가 없었고,
한편으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끝이 두려워서 그 중간과정을 없애자니. 그 중관과정 자체가 삶이거늘. 상당히 마인드 자체가 유아틱하더군요.
자꾸 끝이 어차피 올 거 감정에 충실하기 싫고 사랑안하고 살겠다고 말하니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럼 만나지 말까?
응. 이렇게 답변이 왔고, 저는 그럼 알겠다고. 난 니가 이런 생각 가지고 있는지 몰랐고 이런 생각 가지고 있는 줄 알았으면 이렇게 관계를 이어가지도 않았을 것 같다고 네 말대로 연락안하는 게 서로 나을 것 같다고, 겁나 쿨한 척 하고 끊었습니다.
그리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중에 상처받나 지금 상처받나 똑같은데 나중에 상처주면 안돼?ㅋㅋㅋ 이렇게 보내니까 답장이 미안해.. 이거였고
저는 아 그래. 항상 행복하고 응원할게. 이렇게 끝맺음 맺었습니다.
근데 9시간이 지나서야 난 내가 오빠를 안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였나봐 아까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도 안되고 등등등 장문의 문자가 오더군요.
사람 마인드가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습니까?
이렇게 쉽게 이별을 말하는 아이에게 신뢰도도 떨어지고
연애관 자체에 허무주의가 듬뿍 묻어나는 아이와 제가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고민을 올리는 이유는 오유인들의 생각을 듣고싶어서 입니다.
저도 물론 이 친구 좋아합니다. 대신 저런 마인드를 바꾼다는 전제를 해야겠죠.
제가 저 친구와 어떤 대화를 나눠서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세요?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