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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자전거
게시물ID : panic_963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화류씨
추천 : 56
조회수 : 4248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7/11/12 08: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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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제가 짱공유에 올렸던 공포의 자전거란 이야기입니다지인이 겪었던 일을 각색한 이야기로오유에서도 2015년경에 어떤 분이 이 글을 올리셨더라고요혹시 안 보신 분이 계실까봐 다시 올려드립니다본 이야기에는 욕설이 들어갑니다아무래도 욕설을 싫어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안 보시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너무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생이 관종이라 그런지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공포의 자전거


친구 석호는 우연하게 자전거를 선물 받았다.

그래서 밤에 운동이나 할 겸, 자주 동네 근처를 몇 바퀴 돌곤 했다.

자전거가 익숙해지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다음 날, 자전거를 타고 집을 떠났다.

 

석호가 사는 곳은 부산 민락동이다.

이 녀석은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았지만

해운대를 지나, 송정 해수욕장을 건너, 기장이란 곳을 벗어나

부산을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열심히 페달을 밟아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지났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봤더니, 깡촌만 수두룩한 것이었다.

슬슬 몸이 피로해졌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덜컥 걱정이 들었다.

시간은 저녁 6시 정도, 곧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올 시기였다.

 

.. 목표 실패! 집으로 돌아가야지.”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그곳까지 간 것을 후회하며, 페달을 밟았다.

문제가 생겼다.

시골이라 그런지 개미새끼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았고,

더욱이 평일이라 지나가는 차도 없었다.

어둑해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 가로등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건물 하나 보이지 않는 곳이라 불빛을 당최 찾을 수 없었다.

 

석호는 멘탈이 붕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고, 벌레는 점점 꼬이고,

무엇보다 혼자서 이런 곳에 있으니 점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누군가 뛰쳐나올 것 같은 그런 원초적인 공포가 느껴졌다.

 

산 위에는 고속도로가 있어서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데,

자전거를 끌고 그곳으로 가자니 위험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위에서 자전거를 타면 골로 갈 것 같았다.

 

결국 오로지 자신의 감에 의존하여 자전거를 몰았다.

어두웠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무작정 저기 멀리 떨어진 불빛을 보고 페달을 밟았다.

 

점점 불빛이 가까워졌다.

여전히 어두웠지만 그래도 하나, 둘 가옥들이 보였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집으로 가는 경로가 아닌 것이었다.

석호는 당황스러웠지만 목도 마르고 온몸이 지쳐서

계단에 앉아 쉬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사물놀이를 하는지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석호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반가움에 그곳으로 냉큼 달려갔다.

다리 아래에 있는 주차장 같은 곳에 5명 정도가 고사를 지내고 있었다.

길을 물어보려고 했으나, 지금은 방해되면 안 될 것 같아서 기다렸다.

트럭을 구입을 해서 고사를 지내는 것 같은데 꽤 요란했다.

 

석호는 그것을 빤히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고사상에는 삶은 돼지고기, 초코파이, 음료수 등

다양한 먹거리가 차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지치고 배가 고팠다.

빨리 고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고사가 끝나고 석호는 그들이 떠날까봐 서둘렀다.

 

.. 저기요?!”

 

고사를 치르던 사람들이 석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어 실례지만 제가 자전거를 타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여쭤 봅니다만...“

 

다행히 그들은 친절하게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줬고

석호는 자전거 머리를 돌려 출발하려 했다.

그러나 계속 고사 음식에 눈이 가는 것이었다.

배가 너무 고팠다. 목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갈증을 느꼈다.

결국, 석호는 저들이 가고나면 고사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겠어, 내가 죽겠는데...”

 

혹여나 다른 동물들이 그것에 손을 댈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시야에서 그들이 사라지자,

석호의 고사음식 먹방은 시작되었다.

 

목이 말라서 페트병에 든 선희텐이란 음료수부터 벌컥벌컥 마셨다.

삶은 돼지고기도 마구 삼켰다. 아니, 마셨다.

 

쌈장이 있었으면... 참 좋을텐데.”

 

탑처럼 쌓아 놓은 초코파이도 뜯어서 한 번에 두 개를 입에 넣었다.

특히 초코파이 같은 경우는 비닐을 뜯지 않아 안심하고

그 자리에서 5개를 까먹었다.

그리고 남은 과자들을 주머니에 챙겼다.

 

아싸 득템! 집에 가면서 먹어야지. 신난다.”

 

사실 석호는 무신론자, 무종교자이다.

아니, 그런 걸 전혀 알지도 못한다.

종교든, 미신이든 그런 지식자체가 없어서 음식에 거부감이 없었다.

 

허기를 채우니, 슬슬 떨어진 체력이 돌아왔다.

그리고 집으로 향해 힘껏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험한 길, 캄캄한 어둠이 그리 쉽게 석호를 보내주지 않았다.

벌써 시간은 11시를 가리켰다.

원자력 발전소를 찾아야 하는데,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다시 자전거를 타면 인간이 아니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숨을 헐떡이며 주행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누군가가 뒤에 탄 것처럼 무거웠다.

경사가 높은 오르막길도 아닌 평지인데 페달이 뻑뻑해지는 것을 느꼈다.

 

... 진짜 한계가 왔나? 피곤하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누군가가 뒤에서 잡고 있는 느낌,

순간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석호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자전거 뒷바퀴와 체인에 오래된 공업용 비닐 같은 것이 엉켰다.

 

.. ㅅㅂ... 난 또...”

 

비닐을 모두 제거 한 뒤 다시 출발하려는 순간,

20미터 정도 떨어진 가로등 앞에서 한 여자가 석호를 보며 웃고 있었다.

깜짝 놀란 석호는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4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여자는

머리가 헝클어지다 못해 산발이었고,

병원에서 입는 환자복과 붉은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무엇보다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는

오른손에 식칼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잘못 걸리면 이거 됻 되겠다. 빨리 지나쳐야지.”

 

공포에 휩싸인 석호는 여자를 지나친 뒤, 궁금한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그 여자가 석호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미친 여자처럼 괴음을 내며 시끄럽게 울부짖었다.

한 손에는 칼을 움켜쥐고 말이다.

위험하다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경악을 한 석호는 재빨리 페달을 밟았다.

왠지 저 여자에게 잡히면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자는 정말 말도 안 되게 빠르게 쫓아왔다.

평소에는 전혀 느껴 볼 수 없을 만큼의 공포심이 온몸을 자극했다.

 

잡히면 죽는다.. 죽는다.. 살아야 한다.”

 

살려고 끊임없이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여자가 내는 기괴한 소리가 점점 석호의 귀에 가까워졌다.

자신과 여자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느껴졌을 때,

석호는 여자가 하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놔, 으하하하.. 내놔라고.. 으하하.. 으흐히히히..”

 

석호는 여자가 내뱉는 소리가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이렇게 빨리 쫓아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귀신일 것이라고 순간을 생각했다.

석호는 귀신에게 욕을 하면 귀신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쫓아오는 여자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야이..X년아, 쫓아오지마. 이 개X년아. 에이 X같은..”

 

하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석호를 비웃듯이 그녀도 욕을 퍼부었다.

 

내놔.. 으히히히... 내놔라고 이 씨X놈아 으히히히 씨X.."

 

어느새 여자의 손은 석호의 등을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때마침 내리막길이 나왔다.

석호는 여기서 그녀를 따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여자가 석호의 등에 착하고 달라붙은 것이었다.

온몸에 돋는 소름, 태어나서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다.

머리가 삐죽삐죽 섰고, 마비가 된 것 같았다.

여자는 석호의 귀에 대고 계속 뭔가를 내놓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내놔.. 내놓으란 밀이야!!! X놈아, 으히히히

 

자신의 등 뒤에 붙은 여자를 때어놓으려고 내리막에서 등을 마구 흔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맞은편에서 환한 라이트를 켠 트럭하나가 튀어나왔다.

트럭과 자전거가 부딪히기 일부직전 상황,

운 좋게 트럭이 자전거를 비켜 멈추었다.

하지만 석호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트럭 운전사는 놀라서 재빨리 내렸다.

그리고 석호에게 달려갔다.

 

괜찮으십니까? 다치신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어휴

 

석호는 다행스럽게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긁혀서 피가 약간 났을 뿐이었다.

석호는 자신의 주위를 살피며 여자가 떨어져 나간 것을 알고 안심했다.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서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졸음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하고 말았네요.

..제가 모두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트럭기사는 아직도 당황한 듯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뭔가를 잃어버리셨나요?”

 

운전기사는 놀란 표정으로

 

? ... 자전거 뒤에 여자 분이 함께 타고 계시지 않았나요?”

 

순간, 석호의 온 몸에 오싹함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운전자는 자신이 잘 못 본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석호도 차마 괜히 말을 꺼냈다가, 이상한 취급을 받을 것 같아서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았다.

 

다행히 운전자의 도움으로 집 근처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서

약간의 치료를 받고 집으로 귀가했다.

이미 늦을 때로 늦은 시간, 어느 덧 아침이 참아 왔다.

씻을 힘도 없어서 그대로 침대에 엎어져 뻗어버렸다.

 

그리고 석호는 꿈을 꿨다.

 

밤에 본 여자가 오래 된 폐건물에서 자신을 또 쫓아오는 것이었다.

 

내놔라.. 내놔란 말이다. 이 시X새끼야... 내놔.. 으흐흐흐

 

석호는 꿈속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워낙 빨리 쫓아오는 지라,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었다.

물건을 던지고, 발로 저항도 했지만 미친 여자는 낄낄대며 석호를 쫓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석호는 여자에게 잡혀버렸다.

여자는 한 손으로 석호의 목을 졸랐다.

섬뜩한 표정으로 석호의 눈앞에서 낄낄댔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왔고,

칼을 움켜지며 석호의 배를 찔렀다.

 

에이X!!!!!!!!!!”

 

꿈에서 놀란 석호는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온 몸은 근육통으로 욱신거렸고,

머리는 지끈거려 어지러웠다.

조금 더 눈을 붙이려고 하는데...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순간 석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석호야.. 석규가.. 너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어..“

 

석규는 석호의 동생이다.

석호가 지난밤에 탄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등교하다가 달리는 차와 충돌을 한 사고였다.

급한 마음에 병원으로 뛰어갔다.

 

찝찝한 기분 때문인지 몰라도,

밤에 겪은 무서웠던 일과 꿈속에서 상황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아.. X..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지?”

 

석호는 석규의 병원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생명에 크게 지장이 없지만 가슴팍부터 허리까지

뭔가에 배인 것처럼 살이 찢어졌다고 했다.

다른 곳은 봉합 수술 이후에 검사를 해봐야 하지만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석규를 친 운전자도 미안한지, 자리를 지켰다.

모두 자신의 불찰이라며 보험처리 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고 싶다며 사과했다.

 

운전자는 차를 빼려고 후진을 하다가

지나가던 자전거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버린 것이었다.

너무 급하게 차를 돌리는 바람에 심하게 부딪힌 것 같았다.

 

제가 부딪치는 순간, 백미러를 봤는데요.

커플을 친 것 같아서 정말 놀랐거든요?

여자 분이 뒤에 타고 계신 줄 알고 얼마나 찾았던지... ”

 

석호는 기사의 말을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런데 자전거를 탄 사람이 석규씨 한분이었던 거 에요.

제가 잘못 본 게 다행이죠.

아무쪼록 자전거도 약간 휜 것 같은데

수리가 안 되면 반드시 보상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석호는 자신이 겪은 어제의 일과

오늘의 일이 아무래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되어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자전거를 타고 멀리까지 간 일,

그리고 길을 잃은 일,

마을을 발견하여 그곳에서 고사를 지낸 음식을 훔쳐 먹은 일,

여자에게 쫓긴 일을 비롯한 모든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석호를 크게 꾸짖으셨다.

 

? 이 미친 녀석아!!!

사고 나지 말라고 지내는 제사상을 네놈이 왜 먹어?!?!

무사기원 하라고 귀신에게 밥 먹이는 거야..

제사상에 차린 음식 먹으려는 귀신이 네놈이

먹어서 심통이 나서 너한테 붙은 것 아니냐?

어휴... 빨리 자전거 쪽으로 가자!!!”

 

어머니의 말을 보태자면,

차에 고사를 치르는 행위는 수호신과 잡귀를

어르고 달래서 무사기원을 바라게 하는 행위라고 한다.

그 중, 괜히 고약한 귀신이 심술을 부리면 안 되니까,

그들이 심통을 부리지 않게

혹은 다른 곳에 보내도록 하는 의식인데,

그 음식을 석호가 눈치도 없이 먹어버린 것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슈퍼에서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산 뒤,

사고 난 자전거에 놓으며 기도를 올렸다.

 

철없는 아들의 잘 못을 용서해주이소.

차린 건 없지만 이거 드시고 화 푸시고요...”

 

석호도 영 마음이 찜찜한지, 어머니를 따라 기도드리고 절도 올렸다.

 

이제는 철없는 우리 아들들 그만 쫓아다니시고,

다른 곳에서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 날,

어머니께서는 자전거를 고물상에 팔아버렸다.

혹시라도 심술궂은 귀신이 아직도 붙어 있을 것 같아서였다.

왠지 홀가분한 기분이 든 석호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냈다.

 

하지만...

 

석호의 동생 석규가 수술과 함께 이런저런 검사를 끝마치고 가족을 만났을 때였다.

 

석규가 말하기를,

 

수술하는 동안 악몽을 꿨는데...

이상한 미친 여자가 내를 지길(죽일)라고 따라오는 거라?

꿈꾸는 동안 어찌나 도망 다녔는지...”

 

공포의 자전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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