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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쉬어라, 잭
게시물ID : readers_185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명확한정성
추천 : 0
조회수 : 3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2/15 12:47:03

<푹 쉬어라 잭>

 

잭은 식탁 맞은편에 거울 하나를 걸어 두었다. 집으로 돌아온 잭이 식탁에 앉으면 거울 속엔 언제나 맥이 있었다.

난 정말 사랑해보려 노력했다니깐. 그치만 그 여자가 매력이 없었어. 난 정말 노력했다구.”

하고 맥이 또 한심스럽다는 듯 불렀다. “과정이 이러이러 했다고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건 정말 나쁜 버릇이야. 실은, 결과를 통해서 과정을 해석해야 한다니까.”

그치만 난 정말 진심으로” “.”

결과로 과정을 해석하라구.”

짧은 침묵이 흘렀다.

알겠어 알겠어.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또 여자를 먹고 버렸다는 거지.”

맥은 대답대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맥은 사라지며 말했다. “벌 받을 거야.”

잭은 식탁의 재떨이에 침을 뱉었다. 다시 줄담배를 피웠다.

 

잭은 다음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말았다. 사랑스러울 정도로 순결하고 아름다웠다. “세상에!”

다가가 여느때처럼 번호를 따내고, 술을 마시려는데 여자가 술을 거절했다. 당황한 잭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우선 집으로 돌아왔다.

!”

뭐야.”

이번엔... 진짜야!”

맥의 눈이 다시 한심하다고 말한다.

아냐! 정말 사랑이야! 이 여자가 술자리를 거절했단 말야, 내가 원래 술 한 번 거절당하면 바로 지워버리는 거 알잖아. 근데 이번엔 그러지 않아, 술을 거절당했지만 더 다가가 볼거라구! 어때 이 결과!”

맥은 가만히 잭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결과라 할만한 일은 없지 않나

짧은 침묵이 흘렀다.

젠장 그치만, 그래. 내 똑똑히 보여주겠어! 이번에야말로 결혼까지 해버리고 말지 뭐. 결혼이라니, , 나 정말 사랑에 빠져 버렸나봐.”

맥은 가만히 보다가, 대답대신 담배를 물었다.

 

여자의 이름은 에이브린이었다.

에이브린. 예쁜 이름이네요. 에이브린, 에이브린

잭은 음료수를 계산하다말고 자신이 피는 담배 브랜드가 에이프릴임을 기억해냈다.

에이브린!” 하고 부르며 잭은 담배 진열대의 에이프릴을 가리킨다. 에이브린이 담배들을 본다. 잭이 자기 주머니에서 피던 담뱃갑을 꺼내 보여주려는데,

어우, 담배.” 에이브린이 질색한다.

보기만 했는데도 벌써 담배냄새 나는 거 같아. 그죠. 어우.”

말하며 에이브린이 잭을 돌아보다가 순간 놀란다. “! 미안해요, 혹시 담배 피신다면 제가 무례.. 그러려던 게 아닌...”

잭이 웃음을 터뜨린다.

담배란 건 일종의 입에 무는 쓰레기라고나 할까요!”

잭은 여자를 보며 얼굴을 찌푸리는 모양새를 해보였다.

, 감히 담배 주제에 이름이 에이프릴이라니!”

에이브린은 안심하고 같이 웃는다. 잭은 주머니에 넣은 손을 그날 빼지 않았다.

 

! !” 잭이 베란다 밖으로 재떨이를 던져버리며 부른다. “나 오늘부터 담배를 끊어버릴 거야! 냄새 밴 옷은 친구것을 빌린 거라고 둘러댔지. 이제 이 옷 안 입을 거야.” 잭은 옷도 밖으로 벗어던진다. “새 옷을 왕창 사야겠어.”

! !” 맥이 잭을 진정시킨다. 잭이 식탁에 앉는다.

. 난 이 여자를 위해서 이제 담배도 끊는다구. 이런 적은 처음이야, 결과를 봐!”

짧은 침묵이 흘렀다.

맥이 한숨을 쉰다. “아직 결과랄 건 없잖아.”

그래도 이번엔 정말이래두!”

맥은 사라진다.

잭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의 담배갑으로 손을 가져갔다가, 그제야 담뱃갑도 아직 버리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다.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린다.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로 모텔에 온 적은 거의 없었다. 자주 왔던 곳인데도 둘러보게 된다. 잭의 그런 모습에 에이브린은 어쩌면 잭이 바람둥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믿어본다. 잭은 먼저 씻었고 지금은 침대에 앉아 에이브린이 씻고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잭은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있다. 침대 앞 경대의 거울이 보인다. “! !” 잭이 다급하게 속삭이듯 불러본다. 거울 속에 맥은 나타나지 않는다. “! 나 어떡해!” 나타나지 않는다. “!!” 화장실 문이 열린다. 잭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나 불렀어요?”

얼굴을 내민 에이브린의 물음에 잭은 대답도 않는다.

? ?”

잭이 순간 몸을 일으킨다.

난 하면, 하면 안될 거 같아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잭은 옷을 챙겨서 모텔 방을 나가버린다.

미안, 미안,” 

 

! !”

식탁 거울 앞에서야 맥은 나타났다.

왜 안 나타났어!”

무슨 소리야. 다른데서 나 불렀어?”

짧은 침묵이 흘렀다.

, 아니야, 아니야. 나 사실은 에이브린과 섹스하기 직전에 그만두고 나와버렸어! 에이브린을 따먹을 기회를 포기하고 나왔다구!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싶어서! 어때 이 결과! 난 정말 사랑하는 거지? 그렇지!”

긴 침묵이 흘렀다.

 

. . 너도 알잖아.”

잭은 대답하지 않았다.

, 이건 결과를 피하고 있는 거잖아.”

잭은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결과가 나온 게 아니잖아. 정말로 결과를 보려면, , 너도 알 듯이

그래!”

잭이 맥을 노려보았다.

에이브린과 섹스할거야. 할거라고.”

 

에이브린이 울음을 터뜨린다.

내 처음을 주고 싶었어요.. 왜 도망쳤어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도망친 게 아니죠? 날 사랑하는 거 맞죠?”

잭은 가만히 에이브린을 바라보았다.

아닌 건가요? 아닌 건가요!”

잭은 목이 메어서 말이 나오는 것이 너무 아팠다.

사랑하잖아요, 알잖아요, 에이브린, 대체 어떻게 해야 믿을 거야!” 에이브린이 안겨온다. 잭은 꽉 껴안는다. 품에서 결코 떨어질 일이 없도록.

두 시간 후 둘은 모텔로 들어갔다. 그리고 섹스했다.

 

잭은 천장의 무드등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에이브린은 잭의 팔을 베고 자고 있다. 무드등은 왜 파란색일까 잭은 고민하고 있었다. 주황색이어선 안됐을까, 담뱃불처럼. 회색이어선 안됐을까, 담배연기처럼. 회색. 회색이 딱 어울리는데.

잭은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어 테이블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가져왔다. 담뱃불을 붙이고, 빨아들이고 후 뱉었다. 연기의 두께만큼 기분이 나아졌다. “..?” 에이브린이 깬다. 잭을 가만히 본다.

담배는 어디서 갑자기” “몰라요 테이블에 있었는데 누가 두고 갔나.”

긴 침묵이 흘렀다.

담배 분명 안 핀다고......”

짧은 침묵이 흘렀다.

내가 그랬나.”

 

잭은 그대로 무드등만 바라보고 있었고 에이브린은 그대로 잭만 바라보고 있었다.

?”

잭은 팔베개를 풀며 묻는다.

우리 언제 또 만날까?”

에이브린이 잭의 팔을 꽉 껴안는다.

..?”

언제 또 만날까요, 월요일이 좋겠다 월요일.”

잭이 힘으로 에이브린에게서 팔을 빼낸다.

!”

월요일. 월요일에 봐요.”

잭은 나갔다.

 

그 여자 질렸어.”

.”

“...발정이었나봐.”

결과로 과정을 보자면. . 미안해 맥

사랑인 척 했던 거 아니야.”

짧은 침묵이 흘렀다.

정말 맞는 줄 알았어.”

..”

정말(사이). 난 이제 더이상, 정말 구분하지도 못하게 됐나봐

...”

더이상 사랑이랑 욕구조차 구분이 안돼.”

아니야 잭

애초에 다른 한 쪽은 느껴본 적조차 없었고

영원히 느끼지 못할 거야

!”

잭은 얼굴을 감쌌다.

나는... 벌 받은 거야? ..벌 받은 거야?”

얼굴을 덮은 손에서 담배가 떨어진다. 담배는 불똥을 튀기며 바닥에 구른다.

나는 진짜

울음을 터뜨린다.

목이 메어 말을 못한다.

 

... 이리 와라 잭.”

들어와.”

잭은 거울 속으로 들어온다.

맥은 거울 밖으로 나와 자리를 비켜준다.

푹 쉬어라 잭. 불쌍한 잭.”

 

거울 속에서 잭은 아이처럼 엉엉 운다.

 

맥은 밀린 설거지들을 하고 쓰레기와 인스턴트 식품들을 버린다. 고개를 든다.

어우, 담배냄새.”

맥은 베란다 창을 활짝 열어 환기시켰다. 찬 공기가 폐를 꽉 채웠다.

푹 쉬어라 잭.

그리곤 맥도 소파에 일자로 누워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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