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 없으면 공무원이나 되고, 대학교 내내 술먹고 놀아도 들어오라는 기업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던 시대와
토익 900점, 학점 4점대, 서울"대" (연고대도 아니고 서울대) 인문대 취직율이 50퍼 좀 넘는다는 시대를
동일 선상이 놓고 생각하는 그 짧은 생각에 비웃음만 납니다.
왜 박근혜 나가라고 안하냐구요?
내가 박근혜 나가라고 명박산성에 온몸을 던지면, 당신이 내 호구지책을 책임져 주실 겁니까?
왜 투표 안하냐구요?
알바.. 해보셨습니까?
알바하는데서 투표하라고 보내주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쥐꼬리만한 시급 5500원이지만, 그거 짤리면 다음달부터 당장 하루 한끼 먹고 사는 것도 못먹고, 당장 고시원 방세 내는데 지장있습니다.
자.. 사장님이 일하러 나오라고 하시는데, 당장 다음달에 굶을걸 각오하고 투표 나가시겠습니까?
당신들 돌던지고 최루탄 던지던 때는, "뭐가 어찌되든 입에 거미줄은 안치겠지"
라는 호황이라고 불리는 최소한은 안전망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무명이 아닌 시나리오 작가도 굶어죽는 고도 불황의 시대요, 일본과 동일한 물가에 절반의 시급으로 사는 시대입니다.
일주일.. 아니 닷새.. 아니 사흘.
굶기를 각오하고 투표하지 않는 젊은이가 한심하다는 분은, 딱 사흘만 길바닥에서 주무시면서 굶어보시고 그 이야기 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는 가끔 일도 짤리고, 하루 한끼먹는 밥도 굶고 주인에게 싫은 소리 하면서 투표합니다만..
당신들의 시대와 같은 안전망이 없다는게 얼마나 처참하고 고통스러운지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이런 구조적인 지옥을 만든 당신들에게 분노합니다.
왜,
지옥을 만든 원죄인이
그 지옥에서 태어난 태생적 죄인에게 손가락질 합니까?
바로. 투표했다는 사실만을 자랑스러워하는 당신의 세 손가락이 당신을 손가락질하고 있다는걸 보시기 바랍니다.
투표만이 참된 진리라고 착각하는 당신의 잘못된 민주주의가, 오늘날 과반수의 폭행을 저지르는 한나라 당의 토양임을 뼈저리게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민주주의는 국회의원을 뽑는 것도 아니오, 대통령을 직선하는 것도 아닙니다.
최대한 많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의 "의견"이 수렴되는 정치가 민주주의입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그 수렴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그 속에 최대 다수의 의견이 들어있지 않다면, 그것은 이름붙이자면 투표주의일 뿐이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20대가 투표하지 않음을 분노하는 그대, 50대여.
당신의 헛된 투표 만능주의가 민주주의를 죽였음을 반성하소서.
당신이 맛나게 먹은 어제의 밥이, 오늘날 젊은이들과 이 나라를 키워야 했던 종자였음을 깨달으소서.
그리하여 자신에게 분노한 이후, 자신의 원죄를 먼저 지고난 이후,
죄 가운데서 태어나 무엇이 죄인지도 모르는 어린 태생적 죄인들에게 분노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