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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8반 정홍원의 1년
게시물ID : sisa_5772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까무룩
추천 : 2
조회수 : 76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2/16 20:20:58
 
 
  
"돈보다 중요한건 없어, 조금 위험해도 돈이 최고야."
 
학생 회장이 교칙을 바꿨다.
급식 식재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켰다.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규칙에 환호했고 학교의 재정은 풍족해져 학생 회장과 부회장, 직원의 월급은 늘어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쓰레기 같은 밥을 먹으며 학교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희생을 강요당했다.
 
집단 식중독 증세 호소. 결국 예정된 사고는 발생했다. 학생 회장은 학생들의 입막음을 위해 병원을 찾아가 내가 이 일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엄벌하겠다, 유체를 이탈한 듯한 화법으로 단언을 했지만 자신을 회장으로 만들어준 직원과 교사, 선거 운동을 해준 친구들이 관련자이니 처벌하기도 미안했다.
 
총알받이가 필요했다. 작년에 죽은 납품 업체 사장이 원흉이라고 그 놈을 잡아야 된다고 방송했다. 역시 방송의 힘은 막강하다. 학교를 위한 방송실이니 회장의 마음대로다. 어차피 모두가 한 통속, 죽은 자도 살려내는게 방송이고 산 사람도 죽이는게 방송이다. 그렇게 한 달을 없는 사람을 찾아 다니는 시늉을 했다. 그 사이 사람들은 식중독이 나아 다들 돌아왔고 기말고사는 눈 앞으로 다가왔다. 현실은 가혹했다. 더이상 식중독에 대해 말할 여유가 없었다. 심지어는 이제 식중독에 대해선 그만 이야기하자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한 학생회장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인기를 먹고 사는 회장인데, 그건 나 이 우리 학교 최초의 여성 회장의 명예를 걸고 용납하지 못한다.
 
회장은 은밀히 작업을 진행했다.
"야, 병언이 시체 좀 어디가서 하나 구해와라. 야산에서 도주하다 죽은 걸로 하자.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 않느냐?"
 
그렇게 관련자 처벌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또다시 그런 아픔은 겪고 싶지 않았다. 위가 뒤틀리고 장이 불타오르는 듯한 고통, 속에서 천불이 끓어오르는 아픔, 그 아픔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 학생들은 식중독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을 내놓아 달라, 더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달라 요구했지만, 그것은 우리 학교의 전통성을 부정하는 일이고 우리 학교 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는 명목으로 거부했다. 옆 학교에선 그런 법이라면 뜯어 고쳐서라도 학생을 위하는 법으로 바꿨지만 유독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는 이 학교에선 법 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말에 다들 조용해졌다. 회장은 현명했다.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 자신의 말에 억지로라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 만들기에 능했다. 역시 유신의 딸이었다. 아직도 불만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서는 한 명 정도의 희생이 더 필요했다. 부회장. 그래 부회장을 보내자.
 
"홍원아, 네가 잘못했다고 욕 좀 먹어주고 물러나줘라. 나이가 몇이냐, 어차피 내년이면 졸업인데 내가 한 몫 단단히 챙겨줄테니, 총알받이가 되어라."
 
그렇게 부회장 홍원이가 물러나기로 했다.
"이번 식중독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습니다."
 
뒤를 이어 교내 징계위원회장을 지냈던 대희가 부회장이 되기로 했지만, 징계위원회장이었던 것을 빌미로 해처먹은 것들이 들통나 스스로 물러났고, 그 뒤를 이어 창극이가 나왔지만 과거 사석에서의 학생과 학교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되어 또다시 물러났다. 홍원이 꼴만 우습게 됐다. 하하!
 
그렇게 식중독 사건을 대충 얼버무리며 시간은 흘렀고 회장의 측근과 학교 직원, 선생의 월급을 자꾸 올려준 덕에 학교 재정 상태가 엉망이었다. 월급을 깎아버리면 되는 일이지만 줬다 뺐는건 사람만도 못한 짓이니, 준적도 없는 학생들에게 빼 먹으면 조금 반발은 하겠지만 곧 중간고사도 다가오니 그때까지만 참으면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전부에게 빼먹으면 여론이 있으니 여론을 고려해서라도 절반보다 적은 사람을 대상으로 빼먹어야한다. 그래, 빵이 좋겠다. 학생들의 비만을 유발하고 건강을 해치는 빵, 약 40%의 학생들이 즐겨 먹는 빵, 하지만 그 빵 가루와 봉지로 인해 빵을 먹지 않는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게 만드는 빵! 그래 빵이 좋겠다.
 
"내일부터 빵값을 2000원만 올리도록 하자."
"저기 회장님, 3000원을 올려야 학생들이 빵을 끊을 건데요?"
"야, 그랬다가 진짜로 끊으면 어떡하냐? 그럼 재정이 더더욱 안좋아질텐데."
"그렇군요. 역시 탁월하십니다."
 
"아아, 아아, 학교 방송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해치는 나쁜 빵, 빵을 끊을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돕기로 했습니다. 내일부터 빵값을 딱 2000원만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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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엔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아침밥 챙겨먹어야 하는데,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 하셔서 아침 챙겨먹기 힘든데, 그래도 학교 오면 그나마 즐거운게 그거 빵 하나 사먹는건데, 그 낙도 없으면 어쩌지, 안되겠다. 일단 일주일치 정도 빵을 사놓자.
 
“회장님, 학생들이 빵을 사재기 하려고 하는데요?”
“그래, 내가 그거 알고 매점 아저씨한테 말해놨다. 한 사람당 하나씩만 팔라고, 안지키면 벌금 먹이고 학교에서 장사 못하게 할거니까, 아마 사재기 못할거야.”
 
그렇게 빵 가격 인상은 학생들이 빵을 끊거나,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사먹게 만들었고 학교의 재정 상태는 좋아질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학생들의 13월의 용돈, 학생회비 돌려받기에서 발생했다. 1년간 학생회비를 걷고 남는 금액만큼은 다시 돌려주는 일인데, 요번에 그 방식을 새로 바꾸면서 대다수의 학생에게 학생회비를 더 걷게 됐고 학생들의 분노는 오롯이 학생회를 향하게 됐다. 안되겠다. 홍원아, 다시 너의 차례다. 물타기 한 번 하자. 자주 해봤잖아. 우리학교 이름이 ‘삼청교육학교’일때부터 상도 받고 화단 사재기로 돈도 좀 챙기고 이것 저것 많이 해먹은 놈 있는데, 그 놈으로 부회장 추천 할테니까, 물러 나면 된다. 어차피 학생들이 우리 뽑아줬으니까 우리가 하는 일이 결국 학생의 뜻이다. 그냥 우리 마음대로 하면 지들이 어쩔거냐, 가자.
 
그렇게 학생 회장단의 투표로 완구는 부회장이 되고 홍원이의 길고 길었던 부회장의 역사는 끝이 났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해먹을게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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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갑니다~ 안녕~ 데헷
 
 
출처 : http://blog.naver.com/cyh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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