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일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힘내자' '제발 흔들리지 말자' '힘내자' 라고 되뇌이면서 일하러 가도 항상 그곳에 가면 알수없는 공허감/좌절감/무력감이 겹쳐서 마음속에서 울렁거리는 느낌이 납니다. 아니면 옷을 너무 두텁게 입어서 벗고싶은 그런 느낌(압박감...?)도 나고요.
친해지려고 해봤지만 선배/후배의 장벽이 너무나 큽니다. 선배입장에서는 후배에게 관심사나 안부같은거 물어주기는 하지만, 후배는 '주제넘게' 그런짓을 못합니다.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되는거죠. 선배교사분들 막~~~웃으면서 떠들때 저는 홀로 1년차 막내라서 그냥 아무말 없이 일해야 합니다. 옆에서 웃으면서 서로에게 장난치면서 놀아도 저는 나가서 창고정리하고 교사실 청소하고 선배님들 커피끓여주고....해줘야 합니다. 그럴때마다 정말 공허감 많이 느낍니다. 마음속이 휑해진다고 할까... 솔직히 이런감정 교사 시작 2틀째부터 강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해보지도 않고서 나가려니 그게 또 그렇게 되어서 참고 지낸거지요.
교사회를 하고 돌아오면 스트레스를 안고 돌아옵니다. 가족간의 대화도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은 교사회에 대한 불만만 가족들에게 이야기 합니다. 가끔 성질의 화살을 가족에게 돌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너무 싫습니다. 요즘 가족간의 제대로된 대화가 부쩍 줄어들고 스트레스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가끔 잠 못잘때도 있고, 식사량도 눈에 띄게 확 줄어버린게 다 교사회 때문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정말 참을수가 없다고 생각한적 많습니다. 신앙적 의미를 위해 들어간 교사회에서 '교사회 동료들 피정 배웅해준다고 미사를 빠져먹을때' '이게 옳은 짓인가...'하면서 고민도 했습니다. 또, 제가 잘못한 일을 1년차 교사로서 그러지 마라고 굉장히 엄하게 벌을 주실때도, '내가 실수했으니까...'란 마인드를 가지다가도 선배교사가 미스를 냈을때 그냥 흐지부지하게 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거기서 또 갈등이 일어납니다.
뭘 시키면 무조건 '알겠습니다.' 라던가 '죄송합니다. 일이 있어서 힘들겠습니다.' 라던가... 쉬는 시간 없이 죽어라고 일했습니다. 미사시간때 막 졸면서요.. 지금요? 정말 교사회라고 하면 꼴도보기 싫습니다. 마음이 휑해지고 분노감같은것만 치밀어 오릅니다.
제가 생활교리 라는 책을 쓰고 있습니다. 3주내로 4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요약해서 공책두권으로 정리해 오라는 것이었지요. 1주를 제가 제대로 안했습니다.(이건 제 잘못임을 인정합니다.) 날짜도 잘못알고 있었고요(24일로) 하지만, 어제 문자가 와서 이번주 토요일(17일)내로 다 적어라는 문자가 온 후에, 얼마를 적어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거의 못적었다고 했지요....그러니 200페이지까지는 적었냐 했습니다. 택도 없다고 헀습니다. 그러더니 '오늘 내로 200페이지까지 다 적고 연락하고 자라.' 저 그때 56페이지 적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새끼손가락에 물집날때까지 쓰다가 손이 너무 아파서 새벽 5시 근처에 '적을만큼 적었지만 200페이지까지 못적었습니다. 최대한 적겠습니다' 란 문자 보내고 잤습니다. 7시 30분에 일어나서 학교생활은 그대로 하고 왔고요.
저 다음날 화이트데이라서 학교 친구들 줄 생각으로 준 사탕포장들...다 어머니랑 누나가 해줬습니다. 원래는 같이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누나는 저 기다리다 지쳐서 새벽 4시에 잤구요. 이 일때문에 쌓인 화를 도저히 못참게 된겁니다. 그래서 '때려치우자' 라고 선택한거구요.
겨우 3주 했으면서 벌써 나가기는 너무 빠른감이 있다만, 욕먹으면서 교사회를 나갈것인가 아니면 가슴앓이 하면서 1년을 교사살다 대충 군대갈것인가(겨울방학 시작하자마자 군대갈 생각을 했습니다.교사회가 싫어서요) 에서 욕오만상 먹는 한이 있더라도 관계를 끊기로 선택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생각하고 나중에 나가라' 하셨지만, 이미 결심은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끊자고 하니 참을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교사들의 태도에 대한 두려움....이랄까요. 미칠듯이 불안해 죽겠습니다.
6시 30분에 본당 수녀님에게 면담이라도 하러 가봐야겠습니다. 선배교사는 7시 30분에 만나기로 했고요.. 1시간동안 생각 더 해보다가 안되면 나가봐야지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