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삶에 회의를 느끼고 계신가요? 인생의 의미를 모르겠다구요? 어차피 죽을거 왜 사냐구요? 하찮은 미덕과 자질구레한 기쁨과 행복으로 자신의 삶에 위안을 찾으려 애를 쓰지만 당신에게 돌아오는건 똑같은 뻔한 일상들 뿐이죠!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은 왜 태어났나요? 당신은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걸까요? 무엇이 가장 빠른 길입니까? 그 길은 혹시 당신의 죽음이 아닐까요? 해답이 전혀 보이지 않나요?
도대체 이게 무슨 삶이란 말인가요?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먹고, 자고, 그러고는 다시금 하루가 밝아 올 때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하루 종일, 1년 내내! 한평생 동안 줄곧 그런 생활이 반복되겠죠! 얼마나 오랫 동안? 얼마나 우리는 이렇게 죽어 가는 걸까요? 불쌍한 사람!
당신은 정말 가엾게도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우울증에 사로잡혔어요. 이 우울증은 약으로도, 어떤 위안의 말로도 치료가 되지 않아요. 세상에는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로 넘쳐나요! 당신은 죽을둥 말둥 고뇌와 번민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런 고뇌와 번민을 발톱의 때만치도 공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니까요! 그들의 마음은 항상 고요하고 아무런 불평도 없이 사회에 묻히며 살아가요. 그들의 부모가, 그리고 조부모가, 수천 년에 걸쳐 조상들이 바로 이 땅에서, 먹고 사는 문제로 씨름하며 바로 이런 식으로 살아왔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그들은 두 손을 엇갈려 모으고는 죽어 갔으며, 다음에는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이 살았고 아무런 불평도 없이 똑같은 길을 따랐죠. 당신은 지금까지 잘 따라왔고 불만이 없었을거에요.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얼마전부턴가 갑자기 일상이 비좁게 느껴졌고 숨이 막혀 답답해졌겠죠. 이제 당신의 눈길은 이 땅 너머 머나먼 곳으로 흘러갈거에요. 어디로? 무엇을 향해서? 그건 당신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해요. 우리가 알았던 바라고는 오직 숨이 막힌다는 사실 하나 뿐이죠.
제발 위안을 찾지 말아요. 당신은 이 우주의 티끌만도 안될 작은 존재라고, 그러니 뻔한 인생들이 와글와글 모여 지글지글 살아가는 것. 그 뿐이라고.. 각자에게 닥쳐서는 하나하나가 그 전부를 걸만한 큰 일이고 가끔은 헉헉대고 때로는 하악대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위안하지 말아요. 아직도 그런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나요? 난 역겨움을 느껴요! 아니, 난 그런건 인생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당신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고 가세요! 지금 지옥을 살고 계신가요? 그럼 그 경험을 계속하세요! 인간답게 괴로워하고 기뻐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당신은 구원으로부터 구원받아야해요. 늘 경계심을 가지고 투쟁하세요! 싸우세요! 자유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마세요! 모든 유혹을 끌어안아 맛보세요. 이 세상의 모든 추악한 것들까지도 경험하세요. 하지만 투쟁의 끈은 절대 놓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마세요. 그들은 당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려고 혈안이 되있어요. 그들은 말할거에요. 당신이 아직 젊고 어리기 때문에 그런 허황된 망상을 갖는거라고. 젊음이란 술이나 마찬가지여서 이제 곧 정신을 차리면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고 멍에를 지게 될 것이라고 말에요! 부탁이에요, 정신을 차리지 마세요.
언젠가 세상은 당신에게 매력적인 이성을 안겨줄지도 몰라요. 세상은 당신에게 말하겠죠. 세상이 아닌 그 사람을 구원하라고!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의 삶은 얼마나 달라지고, 달콤해지고, 보다 인간적이며! 순식간에 벅찬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이것이, 이것이 당신이 따라야 할 길이라고! 그러면 당신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하고 친구들과 화해를 하겠죠. 세상을 구원하다니! 그것은 미친 짓이었고 젊은 시절의 허황된 생각에 지나지 않았노라고. 하지만 운이 좋게도 운명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당신은 광증이 가시고, 일터로 돌아가 다시금 과거에 즐기던 일을 하고 다시금 번듯한 사회인으로서 직장생활을 해나가겠죠. 아이들을 낳아 가정을 꾸리고 한 집안의 가장이 되겠죠. 당신은 일주일 내내 일을 하고 토요일이면 아내와 함께 외출해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기겠죠. 일요일에는 손가락에 결혼 금반지를 끼고 교회에 나가 열성적인 성직자의 설교를 듣고 있겠죠 당신은 성직자가 성서를 해석하느라 땀을 흘리고 벌벌 떨며 애쓰는 동안 무관심하게, 평화롭게 귀를 기울일거에요. 당신은 코웃음을 치며 동정하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겠죠. 신학자들은 도대체 끝을 모른다고! 당신은 아내를 얻고 아이들을 낳고, 멋진 직장을 다님으로써 신의 뜻을 조용히, 확실하게 해석했노라 흐뭇해하겠죠.
만일 당신이 그런 삶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고민을 멈추고 소개팅을 받든가 번호를 따든가 하다못해 토익학원이라도 다니세요! 하지만 당신이 그러한 삶에 아무런 가치도 못느끼겠다면, 당신의 몸뚱어리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고 무엇을 입을지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 그것은 어차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되돌아갈테니까요.. 내 마음은 할 말이 많지만 내 이성은 이제 그런 얘기를 더 전할 능력이 없군요. 그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었어요. 당신의 천국을 찾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마세요. 헛된 욕정과 명예와 부질없는 위안을 쫓지마세요.. 당신의 지옥을 계속 경험하고 확장하세요.... 천국은, 지옥의 한복판에 있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