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2호선은 진짜 장난아니라는걸
직딩들은 아시죠..?
저도 역시 2호선으로 출근하는 직딩녀자라서..
이악물고 '자동환승센터'라는 지옥의 신도림역에서
2호선을 탔음
사람들이 내리기도 전에 꾸역꾸역 타는데
당연히 앉지는 못하고
출입문 바로 옆 의자 앞에 서있었음
근데 내 바로 옆에
기둥을 붙잡은 여자애가 눈에 띄었음
키도 나보다 작고 (본인은 165+ 힐 7cm)
얼굴도 하얗고 여리여리한게
검정정장에 검정단화신고 (딱봐도 신입)
자기몸만한 가방을 들고 서있었음...
척봐도 아직 애티 안벗은..
많아봤자 20살밖에 안보이는 애였는데
하필 입구 근처에 서있어서
사람들 타고내릴때 이리저리 치이는게 안쓰러워 보여서
나름 나 대로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그 애를 안쪽으로 이동시킴
근데 서울대 입구역부터 그 여자애가
고개를 자꾸 떨구고 기둥잡은 손을 여러번 놓치길래
조는건가? 싶었는데
...
기절함...
진짜 기절...
서있었는데 그대로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음...
앉아있는 사람들은 어머! 이러면서 놀라고
주위에 서있던 사람들도 한걸음씩 물러서는데
나도 놀래서 다가감
자세히 다가가보니
정신을 차린건지 눈은 뜨여져있어서
내가 머리잡고 괜찮냐고 물어봤음
근데 아주 조금만 소리로 괜찮다고 말했음...
옆에있던 어떤 남자랑 나랑 둘이서 그 여자애를
일으켰고
한 아주머니랑 청년이 자리를 비워줘서 여자애를 앉힘...
곧 소란은 가라앉히고
언제그랬냐는듯 사람들은 다시 내리고 타고를 반복했는데
나는 이 여자애앞에 서있었음 ...
혹시나 해서..
빈혈인듯했음
얼굴이 하얀게 아니라 창백한거였음 ㅠㅠ
얼굴을 벽에 기대고 계속 눈을 감길래
가방에 있던 생수병을 주었더니
감사합니다 하고 한모금 마셨음..
근데 핸드폰을 찾아서 누구에게 전화를 걸길래
나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하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음..
기억나는 대로 대화체로 써봄..
'지점장님 저 ㅇㅇ인데요....
지금 지하철이 조금 연착되서 5분정도 늦을것 같아요'
'~~~~'
'죄송해요. 금방갈것같아요
그런데 오늘 회식 저 못갈것 같아요.'
'~~~~"
'제가 몸ㅇ..(말이끊김)'
"~~~~(뭔가 길게길게 말했음)'
'아....네....알겠습니다....네....'
이러고 통화를 끝냄...
그러고는 눈감고 생수병 볼에 대고서는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었음
그리고는 역삼역에서
나에게 감사합니다라고 한 5번은 말하고서는
내렸음..
생수병 돌려주려고 하길래
그냥 마시라고 하고 줬더니
감사합니다 라고 두번 또 말하고는 내림..
내릴때도 아직 어지러운지
기둥을 붙잡고 몸을 기대고 있었음....
나는 그다음 선릉역에서 내렸는데...
뭔가 짠하기도 하고...그날 출근길 내내
코끝이 찡하면서 안쓰러웠음..
기껏해야 내동생 또래처럼 보였는데
이제 막 학교졸업하고서
회사다니는것 같던데
단순히 몸이 아픈게 아니라 쓰러졌는데도
가족한테 연락한게 아니라
회사에 전화해서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나도 빈혈이 있어서 그런 몸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있음
그학생 만약에 관리 안하면
나중에 또 쓰러질거라는것도 알고있음
그냥..
안쓰러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