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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랑했던 너.
게시물ID : gomin_9646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WVkY
추천 : 1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1/06 16:55:52

헤어지자 말을 하고 일주일.

서울에 온 김에 갑자기 생각나서 나도모르게 한 카톡에 너는 허둥지둥 지하철까지 거꾸로 타가며
내게 달려왔다.

미안해, 미안해. 눈으로 입으로 계속해서 말하는 너에게
예전의 나였으면 한 5분정도는 틱틱대며 눈을 흘겼겠지만
어젠 그럴 수 없었다. 괜찮다고 웃으며 밥이나 먹으러가자고.
밥도먹고, 커피도 마셨는데 우리사이 오간 대화를 모두 긁어모아도 한줌이 안되네.

친한 언니가 선물해 준 내 손의 반지에 관심을 보이는 네게
더 잘 보여주려고 반지를 뺀 순간 반지가 이상하게 휘어있는게 보이더라.
너에게 그 말을 하자마자 반지를 받아들고 힘으로 다시 휘려고 하는데,
불안불안한 내 만류에도 아랑곳않고 너는 기어이 힘을 쓰더라.
결국 반지가 제자리를 잡기는 커녕 더욱 휘어지고, 그바람에 벌어진 틈으로
큐빅까지 두어개 떨어진 걸 보고 속상한 마음에 창밖만 보면서 건성건성 대꾸만 하던 나.
미안해하며 주변의 금은방을 검색하던 너.

마지막으로 너와 못본 영화를 보고싶었다.
5년의 시간을 죽고못살듯이 붙어지내던 우리가 마지막 1년동안은
영화 한편 제대로 함께 본 기억이 없었다. 너의 바쁨과 무관심에 비례하게 나의 서운함도 커질 무렵
오랜만에 네가 함께 보자고 했던 영화.
결국 그 영화 한 편 함께 보지못하고 헤어진게 아쉬워서.
헤어지면서 그 영화 영영 못볼 것 같다고 한 니 말이 맘에 걸려서.

영화를 보고나와 말없이 걷는 신촌이 너무나도 추웠지만 네 품 속을 파고들 수 없었다.

마지막기차를 타러가는 지하철 안에서 너는 몇번이나 오늘 왜 보자고 했냐 물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사귀는 동안 밥한끼 영화한편 내가 원하는대로 보지못하고
그저 집근처 편의점에서 잠시 야식사먹는 그 순간에 허기를 채우듯 네 얼굴을 보고
다시 바삐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쓸쓸하게 방으로 들어와야했던 날들.
그 날들에 대한 내 스스로의 위로라고 말하면, 너는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마지막으로 나를 안아본 네가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는데,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역에서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끅끅 눈물을 삼키는데,
가슴이 너무 아픈데. 되돌리자는 말만은 할 수가 없었다.
변하는 것은 없겠지. 너도 알았겠지.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수많은 대화를 나눴기에.
겨우 눈물맺힌 얼굴로 잘지내라는 말을 하고 각자의 길을 걸어갈 뿐이었다.

연락안할게. 그게 낫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참혹할 정도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너를 이렇게 아프게하나.
조금 덜 약한 내가 삼켜서 조금 더 약한 네가 웃을 수 있다면
내가 삼키는게 맞는 게 아닌가.

그래도 이제 되돌리자는 약한 말은 하지 않으련다.
나 혼자 텅빈 방에서 5년의 세월을 눈물로 게워내고나면,
산처럼 쌓인 네 흔적부터 무너뜨리련다.

잘지내야해. 사랑했던 너.
이제 다시 보지말자.

이제 다시 보고싶지 않았으면 좋겠다....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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