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특혜입사 제보 조작 사태’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호남발(發) 탈당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은 상황을 황급히 수습하고 나섰지만, 호남에서 시작된 탈당 분위기는 중앙당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4일 국민의당과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황주홍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장흥의 김화자 군의원은 최근 탈당계를 당에 제출했다. 김 의원은 “제보 조작 사태로 더 이상 당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탈당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탈당 소식에 일부 호남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동요하고 있다. 박홍률 목포시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심이 좋지 않다. 중앙당에서도 해체설 등이 나오니 시민들의 민심을 살피겠다”며 탈당을 시사한 상황이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광주다. 복수의 국민의당 광주 시의원과 구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 내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 등을 타진하고 있으며, 일반 당원 수십 명은 이미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정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 복당 신청이 평소보다 10배 정도 증가했다”며 “조작 사태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국민의당의 기초의원과 당원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호남 여론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호남에서 시작된 탈당 도미노 움직임은 중앙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A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최근 “당의 조작 사태 대응을 보고 이제 여의도 생활을 접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의 한 당직자는 “당이 어려울 때 떠나는 것을 의리 없다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희망이 있어야 버틸 것 아니냐”며 “상대적으로 젊은 연차의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타 정당으로의 이직이나 업종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호남 기초의원과 젊은 당직자들의 탈당 움직임은 내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의 영향이 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회복 불능 수준으로 폭락하자, 국민의당 간판으로는 호남 내 양강인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탈당 사태의 확산 여부는 23명의 호남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탈 여부에 달렸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아직 21대 총선이 3년이나 남았지만, 선거 운동의 핵심인 기초의원 등의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현역 의원들도 “민심에 따르겠다”는 명분으로 탈당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호남의 한 현역 의원은 “지역에 가면 당원과 지지자들이 ‘뭐 하러 아직 그 당에 있냐’ ‘떨어져 봐야 정신을 차리냐’라는 말을 대놓고 한다”며 “아직은 의원들 사이에서 탈당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으나 조작 사태가 잘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더 악화된다면 개별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악화 일로의 분위기에 당 지도부는 호남 기초의원들과 접촉을 이어가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이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집권여당이 국민의당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우리 당은 어떠한 폭풍우 속에서도 민생과 국익을 위해 전진하면서 반드시 재기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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