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할머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가는 길은 아주 꽉꽉 막힌 자동차 그리고 경적 소리
전부 시끄럽고 지루했습니다
그렇지만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니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잠도 안 자고 그냥 창틀 밖으로 보이는 쌩쌩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거나
가드레일 위에 있는 뾰족한 것을 눈으로 따라가 본다고 하다가 멀미를 하거나
뚜껑을 열어서 하늘에 있는 구름을 보면서 엄마랑 떠들고 놀기도 했습니다
누구 얼굴이다. 저건 어떤 동물이다. 저건 혹시…. UFO 하면서요
그러다 언제 잠들었는지 엄마가 흔들어 깨우셨습니다
"이제 다 왔어 OO야"라고 하시면서 말 하셨습니다
저는 "언제부터 잠든 거야~", "흐아아암 몇 시야" 잠꼬대를 하면서 일어났습니다
할머니가 계신 곳은 아주 멋진 곳 입니다
산이 있고 나무가 있고 동물이 있고 무엇보다 할머니가 계시니까요
저는 차에서 내리고 엄마랑 같이 할머니를 보러 갔습니다
가면서 보니 다른 사람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삼촌, 할아버지, 고모, 사촌들 같이 전부 할머니를 만나러 와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를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할머니 OO이에요. 오랜만에 만나서 기뻐요. 할머니", "할머니 오늘 오는 길에 이런 이런 걸 봤어요",
"할머니 엄마가 할머니 먹으시라고 이런 것도 들고왔어요." 등등 혼자 말을 하면
할머니는 그저 가만히 들으시면서 특유의 인자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계속 말을 했습니다
"세헤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며 절도하고 "이제 아빠보다 키가 커요. 할머니 멋지죠?"
라고 혼자 들을 수도 없는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그만해야 하는 데 어찌나 그리 말이 많이 평소엔 말도 안 하면서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울면서 펑펑 울면서 다른 사람도 보는 앞에서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를 기다리면서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그러면서 왜…. 왜 멈추지 않았는지 목까지 쉬어가면서 울었습니다
그렇게 울다가 지쳐서 끅끅 거릴 때까지 울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안쓰러우셨는지 자리를 피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혼자 끅끅거리고 있으니 왠지 할머니가 어릴 때 제가 울자 자주 해주시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울지마라 뭐가 그리 슬퍼서 우니 어디가 그렇게 아파서 우리 할미가 여 있다 논 민의(별명)가 울면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모두 할미도 울고 모두 슬퍼한다. 만약 할미가 언젠가 죽었다고 해도 하늘에서 지켜보고 또 울면 거기게 내려가서 옆에 있어 주마"라며 그 따뜻한 몸으로 안아 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나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할머니 안 슬퍼 할머니 슬프면 나도 슬퍼"라고 저 말을 해주실 때 저도 항상 똑같이 대답하던 말을 했습니다
그러고 정신을 차려서 눈물을 멈추고 이제 돌아 가야 하라고 생각했습니다
가기 직전 뒤돌아서 다시 한 번 사진을 보니 "그래그래 착하다." 하시면서 웃는 얼굴이 그대로 사진에 나타나서 발걸음을 멈추고 저도 씩 웃고는 돌아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많이 슬펐는데 왠지 울 때 생각난 말이 마치 할머니가 내려와서 저한테 해주신 말 같아서 써봅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떠셨나요 저는 왠지 후련하고 마음이 편해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