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원도 양구 GOP연대 소속 운전병으로 근무하였습니다. Gop대대에는 부대대장 이라는 직책이 존재하였는데, 실질적으로 말년 소령분들 시간보내시는 직책이었죠. . . 부대대장님은 소초에 부대대장 실에서 생활하셨는데, 매일 밥시간만 되면 오늘 밥 맛있냐 라고 물어보시며 돌아다니시던가, 부대대장실 컴퓨터로 얏옹을 보신다던가, 순찰을 나간다고 대대에 보고한 후 운전병과 통신병을 끌고 나물이나 약초를 캐러다니시던 소위말해 가라군인의 결정판이었습니다. 게다가 소속 연대 예하 대대장들 모두가 부대댖ㅇ님보다 후배들이었기에, 거의 노터치였죠. . . 게다가 그 누구도 부대대장님이 화내거나 뛰거나 빠르게 말하는걸 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느긋한 마이페이스의 소유자셨습니다.
GOP소초는 주기적으로 소초 후방이나 축선상의 사격장에서 축소사격훈련을 실시합니다. 문제는 이 소초와 사격장의 위치가 해발 938m, 게다가 여름 홍수가 날때면 지뢰나 수류탄 등이 떠내려오는 살벌한 곳이었습니다.
시기는 가을, 여름이 지나고 수색중대 및 수색대대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마치고 안전이 확인된 이후였습니다.
0소초에서 (편의상 0으로. . . ) 소대 축소사격이 시행되었고 부대대장님이 감독관(사실상 그냥 자리채우기) 으로 부대대장님 운전병 통신병과 함께 오셨고, 저는 당시 a소초 업무차량 운전병이었으나 gop 운행 허가된 amb운전병이 없어 amb응급대기 운행을 나갔지요.
사격은 시작되었고 부대대장님 운전병과 통신병은 바닥의 개미를 나뭇가지로 꿰뚫어보겠다며(...) 땅바닥과 펜싱을 하고있었습니다. 부대대장님 차량 운전병녀석은 1자드라이버로 찌르고있었고요. 물론 부대대장님은 그 둘을 바라보며 "저 병신들 또 저지랄들이네 허허" 라며 아빠미소로 바라보고 있었죠.
그러던중 뭔가 둔탁한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통신병은 "어? 쇠다! 헤헤" 이러면서 계속 찔러댔는데, 그 순간 제 옆에 서 계시던 부대대장님이
"야 이 새끼들아! 전부 사격장 밖으로 뛰어나가!!!!"
라고 외치시며 통신병과 운전병을 밀치고 그 쇠를 몸으로 덮으셨습니다.
네. 수류탄이었습니다.
통신병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수류탄이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 중대장, 소대장님은 곧바로 사격을 중지하고 바로 인원들을 사격장 밖으로 내보냈고, 곧바로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이후 폭발물 처리반과 상급부대 간부들이 도착 할 때 까지 부대대장님은 꼼짝도 하지않고 수류탄을 몸으로 덮고있었고, 해당 수류탄은 한국전쟁때의 물건으로, 불발탄으로 밝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