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는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인식되는 우리나라에서 탈민족주의라는 건 상당히 부정적으로 비판을 받습니다. 제가 아까 게시물을 하나 올렸죠. 20세기 민족주의자 김일성이라는 제목의.. 그걸 보고 좌측에 치우쳤다고만 비판하신다면.. 절반 정도의 독해를 하신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무엇이냐? 그것은 민족주의에 관한 것입니다. 민족주의 자체를 중립적 혹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라면 김일성이 민족주의자라는 서술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딱히 없다고 봅니다.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저런 글에 흥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제가 옛날에 댓글로 한바탕 싸웠던 글이 있습니다.
http://todayhumor.co.kr/board/search_view.php?table=bestofbest&no=37968&page=1&keyfield=subject&keyword=뉴라이트&search_table_name=& 참 아이러니합니다. 오늘 올린 글에서는 좌파 편든다고 욕먹고 저 글에서는 우파 편든다고 욕먹고.. 그렇다고 제가 중립론자나 양비론자냐? 아닙니다. 둘 다 똑같이 탈민족주의라는 관점으로 본 것뿐입니다. 하지만 모두에게는 민족주의가 좋은 것이기에 일제시기에 대한 민족주의적 해석에 반대하는 뉴라이트는 나쁘고 절대 나쁜 김일성은 민족주의자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이상한 현상은 우리나라 우파들이 다른 나라 우파와 달리 탈민족주의 관점을 취해 버리는 바람에 생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처럼 원래 탈민족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뉴라이트의 사고를 일정 부분 긍정할 수밖에 없게 돼 버린 거죠. 그래서 뉴라이트의 역사 서술 중 늘 문제가 되는 건 박정희, 이승만 부분이 아니라 일제시기의 역사 서술입니다. 그것은 수탈론으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사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게 뉴라이트식 일제시대 서술이기 때문입니다. 뉴라이트의 그런 일제시대 서술은 대부분 말이 안 되는 결론을 이끌어내긴 하지만 보면 그 근거가 쓸만한 구석도 있더라구요.
한국에서 좌파와 우파/보수와 진보/ 박정희와 노무현으로 갈려서 싸우는 사람들도 민족주의 앞에서는 하나로 단결합니다. 실제로 박정희와 노무현은 정반대에 서 있는 것같이 보여도 한국 대통령 중 가장 민족주의적인 대통령들이었죠... 심지어는 운동권 학생들도 얘기 나눠보면 굉장히 민족주의적입니다. 결국 박정희 지지자, 운동권 대학생, 노무현 지지자까지 하는 말은 달라도 결국 같은 베이스에 기반하고 있는 셈이죠...
아무튼 전 왜 대립되는 모든 문제에서 맨날 소수파 편에 서서 혼자 쌍욕을 먹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남들처럼 짱깨나 쪽바리를 욕하고 우리 민족 세계최고를 외치며 되놈들을 정벌한 광개토대왕을 찬양하면서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자랑스러운 민족을 노래하면 편할 텐데.. 처음부터 이상한 책만 읽어서 생각하는 게 이 모양인가 봅니다. 평생 살면서 들을 오만가지 욕, 여기서 다 듣는 것 같습니다.. 글이.. 용두사미네요.. 마무리가 잘 안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