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아내 앞에선 못할 이야기
차마 어머니 앞에선 못할 이야기
사실은 아직도 아버지 많이 보고싶다. 많이 그립다. 근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나한테 고생했다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근데 난 고생한 게 뭐가 있을까?
기나긴 아버지의 병환에 고생은 아내가 했고, 어머니가 했다.
나는 그냥 자식이므로, 고생이라고 포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자식된 도리라고만 생각했다.
나의 아버지는 정말 로맨티스트였다.
칠순이 다 되어가던 그 연세에도 매년 4월5일, 어머니와의 결혼기념일을 챙겨왔고,
나에게 월별 기념일을 알려달라고 해서 화이트데이엔 어머니께 가나 초콜렛을 몰래 챙겼고,
짜장면데이에는 오늘따라 밥이 싫다며 짜장면 먹자고 우기기도 하셨다.
운전을 하실 때도 조수석은 니 엄마 전용석이니 절대로 앉지마라고, 그리고 진짜로 못타게 하셨던 그런 사람이었다.
마지막 눈을 감으시던 그 순간까지도 어머니 손을 잡고 평생 당신만을 사랑했다고, 그 한마디를 유언으로 남긴 사람이었다.
돈이 없어 유복하게 키우지 못했다고 나에게 미안해하셨지만 그래도 절대 모자라진 않았던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인생을 자식에게 아내에게 아낌없이 던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마 못할 거 같다.
이미 서른이 훌쩍 넘어간 나에게도, 절대 넘을 수 없는 거목같은 사람.
이제 다다음달이면 나도 아버지가 된다.
내 딸 앞에서 나도 그런 거목같은 아버지가 되어야지.
세상의 모진 풍파 다 맞아주면서도,
내 아내에게는
내 자식에게는
한없이 푸근하게 웃어줄 수 있는 남편이자 아버지
기댈 수 있는 뿌리깊은 남편이자 아버지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